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따스히 Apr 10. 2021

바램


우리는 희망과 꿈을 가지고 다가 올 내일을 긍정적으로 살아 내고자 한다. 그런 내일이 없다면 우린 오늘을 살아내기 참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버킷리스트는 미래의 내 모습을 긍정적으로 그려 보는 좋은 목표가 된다. 나는 그 꿈과 바람들이 참 많은 사람이었다. 내 집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고 멋진 차도 있고 내가 원하고 바라던 장래 희망까지 이뤄 낸다면 정말 행복한 삶이 아니겠는가. 그 꿈들이 내 삶의 원동력이 되었다. 하지만 그 원동력이 집착과 욕심으로 바뀌는 것은 참 한 끗 차이다.


내가 꿈꿔오던 어른의 모습이 있었다. 번듯한 직장에 취업해서 멋진 차와 집을 가지고 사는 커리어 우먼. 시간이 지나면 당연히 나도 그런 사람이 되어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 당연했던 꿈은 당연한 게 아니었고 이뤄내기 어려운 것들로 가득했다. 대학교 졸업 후 꿈꿨던 커리어 우먼은 취업준비생이 되어 있었고 수많은 경쟁에서 이유 모를 불합격을 받는 어른이 된 것이다. 내가 꿈꾸던 삶은 이게 아니었다. 내가 이런 어른이 되려고 그 많은 시간을 공부에 할애한 것이 아니었다. 내 꿈이라며 바득바득 우겨 들어온 대학이었는데 열심히 하면 취업이 될 줄 알았는데 그 꿈으로 살았는데 라며 바람이 원망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 바람은 원망을 넘어서 반드시 이루고 말겠다는 집착으로 바뀌었고 그동안 지원했던 많은 원서들이 그 마음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메일함에 가득 쌓여 있었다. 참 운이 없게도 나는 내가 원하는 분야에 취업이 되지 않았다. 긴 취준생 기간을 겪으며 난 절박한 마음에 당장 나를 받아 줄 곳이라면 어디든 좋다는 마음으로 이곳저곳 이력서를 제출하였다. 그 바람은 오래되지 않아 이루어졌지만 4대 보험조차 들어주지 않는 복지를 가진 회사에 질려 퇴사를 했다. 왜 내가 바라는 것들은 이루어지지가 않을까 생각하며 살고 있을 때 한 영상이 내 마음에 돌을 던졌다.


그 돌은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이라는 영상이었다. 고민을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그런 프로그램이었는데 나처럼 취업이 되지 않아 힘든 마음을 토로하는 어떤 분에게 원래 인생은 뜻대로 살아지지 않고 내가 원하는 대로 살기 위해 마음을 크게 쓰다 보면 결국 그 마음은 욕심이 된다라는 말씀을 하셨다.


맞다. 욕심이었다. 모든 결과는 우리의 선택에서 맺을 수 없다. 그 결과는 팔자라는 이름이 붙기도 하며 하늘의 뜻이라는 이름이 붙기도 한다. 하지만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마음 가짐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 우린 그저 바다를 항해하며 바람이 이끄는 삶을 물 흐르듯 살면 된다. 그 안에서 우린 열심히 배를 노 젓으며 살아내면 그뿐이다. 바람의 결과를 어떤 색의 바다로 물들일지는 모두 내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내려놓으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모든 내 바람이 잘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마음이 욕심으로 번지기 전에 나 자신을 잘 들여다보아야겠다는 다짐과 더불어 내려놓는 삶이 긴 삶을 살아 내는 데 있어 중요한 마음 가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어떤 결과를 얻더라도 모든 감정은 내 안에서 결정된다. 큰 집과 차와 많은 연봉을 가진 멋진 커리어 우먼만이 행복한 삶은 아니며 우린 내 마음 안에서 행복의 요소들을 바라볼 수 있다. 그 사소한 행복한 요소들을 곳곳에서 찾길 바란다. 우리의 더 나은 내일을 위해서.


이전 08화 힘내라는 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