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 바다에서 뜨고 바다로 지는 해를 바라보며
제주에 살면
매일 바다에서 뜨고 바다로 지는 해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비슷한 네모들이 모여있는 아파트 사이가 아닌, 좁고 좁은 고층 빌딩 사이가 아닌,
아무런 공간적 방해를 받지 않는 드넓은 수평선의 바다에서 맘껏 뜨고 맘껏 지는 해의 기분은 어떨까.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있는 지면 곳곳의 유채꽃들도
사시사철 하늘 높이 자유롭게 솟아나 있는 삼나무들도
눈 꽃 속에서도 굳건히 꽃잎을 틔우는 동백꽃들도
하루의 해가 뜰 때면 본디 태어난 자기만의 색에 해의 에너지를 입히며
더욱 노랗게 물들고
더욱 초록빛으로 반짝거리고
더욱 선명한 붉은색으로 색을 더한다.
무슨 이유로 제주의 모든 생명들은 이렇게도 그 색이 분명하고 냄새도 헷갈리지 않으며 모습까지도 곧을까.
아마 그렇게 해가 지고 어둠이 내려앉으면
이 모든 생명들은 잠시 어둠 속에 숨어 잠시 본연의 제 색을 감추고
쉼을 이어가는 탓에 빛나야 할 때 마음껏 빛날 수 있는 거겠지.
나도,
이 세상에서 분명하게 존재를 하고 있는 나도,
지금부터 여기 제주의 만물에게 쉬는 법을 배워야지.
본디 사람도 자연의 일부이기에 배움 뒤에는 편안함이 있겠지.
그렇게 복잡하게 꼬여있는 나도 조금은 단순해질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