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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미 Oct 18. 2021

코로나19에 대해서

나쁘게만 생각하지 말아 줘

네가 태어난 후에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아. 지금 전 세계는 코로나19라는 전염병에 시달리고 있다. 전파력이 강한 것도 문제지만 인체에 치명적인 증상으로 발전하기도 해서 사망자가 무척 많이 나오고 있어.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적 방역이 잘 되고는 있다지만 그래도 대유행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하루 감염자가 천명 이상 때로는 이천 명 이상이 나오고 있다.


너는 태어나자마자 마스크에 익숙해지는 법을 배워야 할지도 몰라. 나는 그게 못내 아쉽고 안쓰러울 테고(황사와 미세먼지에 이어 마스크라니) 너는 처음엔 답답하다 칭얼거리겠지만 곧 익숙해지겠지. 마스크를 쓰지 않고 밖에 나가는 것을 상상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나는 그것마저 안쓰러울 것 같지만.


마스크를 쓰는 생활이 익숙해진 건 겨우 2년이 채 되지 않았어. 처음 코로나19라는 병이 시작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지금의 세상을 상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을 거야. 거의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지 않았을까. 가족과 친구들을 직접 만날 수 없어 랜선 모임을 하거나 출퇴근 없는 재택근무를 하게 되고 방문하는 곳마다 방문 기록을 남기기 위해 방문 카드를 작성하거나 큐알 코드를 찍는 일상들을 말이야. 


나와 J는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결혼을 하는 바람에 결혼식에 많은 사람을 초대하지도 못했단다. 정말 힘들었지. 결혼이란 건 그냥 준비해도 힘들었을 게 분명한데 코로나19라는 난제를 껴안고 헤쳐나가려니 더욱 힘들었어. 하지만 애초에 크고 요란한 결혼식을 바라지 않았던 나는 속으로 조금 안도하기도 했다. 사실 초대할만한 사람도 그다지 많지 않았거든. 코로나19 핑계를 댈 수 있어서 차라리 다행이었달까.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에서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일하는 방식, 인간관계, 오랜 시간 유지된 명절의 풍습마저도.


요즘 나의 고민은 코로나19 백신을 맞아야 하는가, 아닌가 하는 문제야. 백신은 중증 혹은 사망의 위험성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지만 동시에 백신 자체에 부작용도 있다고 하거든. 모든 사람에게 나타나는 부작용은 아니지만 간혹 소수의 사람에게 치명적인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하기 때문에 무척 걱정이 된다. J는 곧 화이자 2차 접종을 앞두고 있는데 그것도 부작용이 걱정이 되어 죽겠어. 근육통은 물론 열이 나거나 무기력증, 몸살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고 드물게는 심근염 등으로 목숨을 위협받는 경우도 있다고 하거든.


J도 걱정이지만 내가 접종할 경우 그 안에 있는 네가 걱정이다. 나의 몸 상태가 결국 너의 안녕을 의미하는 시기이니까.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에는 고열이 나는 경우도 있는데 산모에게 고열은 태아에게도 치명적이라고 해. 게다가 임산부에게 쓸 수 있는 약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치료 자체도 한정적일 수밖에 없어. 고통이 오래간다는 것은 그만큼 너에게도 부담이 된다는 이야기지. 그리고 무엇보다 그 때문에 너를 잃게 되는 일이 생길까 봐 나는 그게 무서워.


괜한 걱정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고 오히려 코로나19에 걸려 중증으로 증상이 심화되는 것보다는 백신 부작용을 감당하는 게 안전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어. 하지만 그 어느 쪽도 지금의 나에게는 안전하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차라리 네가 나올 때까지 나는 집 안에서만 꼭꼭 틀어박혀 지내면서 백신에도 코로나에도 노출되지 않는 것이 낫다고 생각할 정도야(사실 지금의 생활과 별 차이가 없거든).


현재 대한민국 국민의 백신 접종 완료율은 70퍼센트에 육박하고 있어. '위드 코로나' '일상 회복'이라는 말들이 뉴스를 가득 채운다. 내가 백신을 맞지 않는다면 나는 더더욱 집 안에 고립될 수밖에 없어. 하지만 솔직히 나는 그게 크게 괴롭지만은 않다. 


나는 원래 사람을 만나는 일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친한 사람, 익숙한 사람을 만나는 건 좋아하지만 새로운 사람 혹은 다수의 사람을 한꺼번에 만나면 금세 진이 빠지고 말지. 그래서 명절이나 가족 모임 혹은 다수의 사람을 만나야 하는 큰 모임은 좋아하지 않았고 가급적 빠지고 싶어 했어. 나 같은 사람이 적지는 않을 거라 생각해. 특히 우리나라의 명절은 사람에 따라 아주 괴롭고 고통스러운 시간으로 변모하기도 하거든. 사실 명절 때 가족 친척간의 싸움이 가장 많이 일어난대. 그러면서도 왜 굳이 부득부득 모이고 만나는지 좀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게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


나는 최근 몇 년 간 가족 또는 친척간의 교류가 거의 없다시피 하지만 J는 그렇지 않아. 비슷한 나이대의 사촌들이 많고 그 사촌들과 사이가 굉장히 좋다. 처음에는 그게 부럽기도 했지만 몇 번 그의 가족 모임에 참석하고서는 그 부러운 마음이 쏙 들어가고 말았어. 사람들이 우글거리는, 그것도 생전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곳이 나에게 얼마나 치명적인지 잠시 잊고 있었던 거지. 


혼자 있는 걸 좋아하고 익숙한 사람을 가끔 한두 명 만나는 것을 선호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오히려 코로나19는 좋은 핑계가 되어 주었지. 사실 만나고 싶어도 못 만나는 경우도 있긴 했지만 그건 조금 드물고 가고 싶지 않은 자리를 피하는데 코로나만 한 배려있는 거절 방법도 없을 거야(그로 인해 자영업자들에게는 이만한 재앙도 없었지만). 


사실 너의 존재가 아니었다면 나는 코로나19가 계속되는 것에 대해서도 백신을 맞아야 하는 것에 대해서도 별 생각이 없었을 거야. 마스크를 쓰면서 감기에 전혀 걸리지 않게 된 건 오히려 좋은 점이기도 하거든.


태어나자마자 마스크에 갇힌 그리고 너를 사랑해줄 많은 사람들을 당장 만날 수 없는 현실이 너를 기다리고 있다는 점은 안타깝지만. 나는 너의 생후 50일, 100일, 가능하면 돌맞이를 조촐하고 조용히 할 수 있을 수 있다는 기대에 조금 안도하고 있다(네가 태어날 즈음에 상황이 변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옛날에야 어린아이가 태어나고 50일, 100일, 돌을 치르는 것이 어려운 일이었기에(영아 사망률이 아주 높았거든) 그것을 가족들이 모두 모여(옛날에는 한 마을에 가족들이 모두 함께 살곤 했으니까) 축하한다지만. 요즘에야 그냥 남들이 하니까 우리도 축하하자, 하는 이상의 의미가 있을까 싶어. 축하한다 한들 네가 그걸 알까 싶기도 하고. 너보다 일찍 태어난 내 조카는 100일도 돌도 불편한 옷을 입고 사진을 찍고 하면서 엄청나게 울고 보채더라고. 기억도 나지 않을 그 하루가 그다지 안온하지 않다는 것만은 확실히 알겠더라(사진은 남겠지만).


너도 낯선 사람들을 만나 하루 종일 불편한 옷을 입고 칭얼거리는 것보다는 집에서 익숙한 엄마, 아빠와 조용한 애정과 축하를 받으며 하루를 보내는 게 더 좋을지도 몰라. 


어? 아니야? 그래서 지금 발로 찬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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