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네가 싫어! 아마도.

선생님은 무슨 책을 읽을까?(4)

by 홍차

아라이 피로요, 『난 절대 학대하지 않을 거야!』




작년 10월에 쓴 글이다. 불과 7개월 전 글인데 벌써부터 아스라하다. 나의 약점 같은 기억을 꽁꽁 숨겨놓다가 이제야 꺼내놓는다.





우리 학교가 개교한 지 2달, 내가 교직 생활을 시작한 지도 2달이 지났다. 9월에 개교한 우리 학교는 전교생이 전학생인 작은 신설 중학교다. 서로를 낯설어하던 학생들은 이제 천방지축으로 날아다닌다. 그중에서도 2학년에 특히 힘든 반이 있다. 공부에 관심도 흥미도 없는 몇 명 때문이다. 수업 시간에 떠드는 게 권력인 아이들다. 자기 인생인데도 "학교 그만둘 거예요!"가 부모와 교사에 대한 협박이다.



이번 주에는 결국 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았다. 간신히 버티다가 빈 교무실에 남아 혼자 엉엉 울었다. 이때까지 나는 성격이 잘 맞는 인연과 관계를 맺고, 잘 맞지 않는 사람은 스쳐 지나가며 살아왔다. 그게 내가 다양성을 존중하는 방식이었다. 이렇게 마주서서 치켜뜬 눈으로 반발하는 상대를 그 누구도 만나본 적이 없었다. 나는 정말 그 아이가 싫었다. 너도 내가 싫고 나도 네가 싫은데 왜 우리는 서로를 지나치지 못하는지, 왜 내가 어르고 달래는 역할을 맡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일부러 저녁에는 학교 생각을 지우고 만화책을 손에 잡았다. 『난 절대 학대하지 않을 거야!』는 0세부터 2세까지 아이를 키우면서 겪는 엄마의 감정 기복을 그려낸 만화다.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신체의 변화뿐만 아니라 요동치는 기분이 적나라하게 나타난다. 학교와 전혀 무관한 책을 읽고 싶었는데 자꾸만 나의 학교생활이 겹쳐 보였다.



"난 절대 학대하지 않을 거야!"는 이제 막 교직생활을 시작한 나의 마음과 비슷하다. 정말로 좋은 교사가 되리라 다짐했건만 현실은 순탄치 않았다. "본능하고도 잘 맞춰나가보겠어. 반드시 지켜줄게. 절대로 상처 주지 않을 거야."라는 각오, "아무리 노력해도 짜증이 나는데!"라고 욱하는 기분, "이 이유식을 만드느라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이유식을 던진 아이를 향해 나도 모르게 올라간 손, '나는 왜 이것밖에 안 되는 엄마일까' 자기혐오로 울다가도 "엄마. 아픈 거 사라져라~" 아이의 한 마디에 더욱 펑펑 우는 나날들.



"떠올렸던 건 늘 기운 넘치고 항상 웃는 그런 이미지였는데…
그건 지금까지 만난 어머니들의 좋은 점만 따온 거였다. 이상형…이었던 거 아닐까?
냉정하게 생각해보라고. 1년 내내 기운이 넘치다니 그건 인간이 아니라 편의점이잖아.
늘 웃음을 잃지 않다니 그것도 인간이 아니라 인형이야.
그러니까… 내가 가진 엄마의 이미지는 이상형이고 그 정체는 로봇!
그래서 아무리 노력해도 그렇게 될 수 없는 건데..."



세계의 중심에 선 것처럼 구는 그 아이에게 속으로 "나도 네가 싫어!"라고 백만 번 외쳤다. 하지만 내가 싫었던 게 과연 온전히 그 아이일까?



실은 어쩔 줄 모르고 허둥대는 내 자신이 싫었다. 이것밖에 안 되는 나에게 실망했고, 내가 '좋은 어른'이 아닐까 두려웠다. 그 아이의 존재가 싫은 게 아니라 내가 이상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힘겨웠다. 엄마도 사실 아이가 어려운 것처럼, 교사도 사실 학생이 어렵다. 그럴수록 악착같이 날을 세웠다. 웃기게도 나와 그 아이는 서로의 인정을 위해 기싸움을 하고 있었다.



『난 절대 학대하지 않을 거야!』의 주인공이 점점 부모의 역할을 알아가는 과정을 보며, 나 또한 점점 교사의 역할을 어렴풋이 알아갔다. 조금 더 힘을 빼기, 모르는 척해 줄 줄 알기, 알면서도 져주기, 나의 역할을 과대평가하지 않기, 그리고 받아들이기와 같은 것들을 이해해갔다.



부모가 되어 모든 것을 짊어진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내 힘으로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게 아니야. 네가 스스로 행복해지는 거지.
난 그걸 아주 조금 도와주는 존재에 불과했다.
그걸 깨닫게 된 뒤로는 어깨가 가벼워졌고
그제야 나는 내 웃음을 되찾을 수 있게 되었다.



우리 학교 도덕 선생님과 나눈 짧은 대화가 떠올랐다. 교직 생활을 20년쯤 하신, 여전히 수업 연구에 열중하시는 멋진 분이었다. 그분은 지난 금요일 퇴근길에 '그만둘까'라는 생각을 하셨다고 했다. "경력이 그만큼이나 되면 학교생활에 의연해지실 줄 알았는데요!" 깜짝 놀란 나에게 웃으며 말씀하셨다.



"아니야. 여전히 힘들어."



그 말이 왜 이렇게 위로가 되었는지 모른다. 『난 절대 학대하지 않을 거야!』 를 읽으며 비슷한 위로를 받았다. 선배 선생님도 이 책도, 원래 힘든 거라고 말해줘서 고맙다. 주위에 동료가 이렇게나 많다.






그 아이는 이제 중학교 3학년이 되었다. 여전히 밀당하듯 아슬아슬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작년보다 훨씬 학교생활이 편하다. 계속해서 배워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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