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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차 Oct 24. 2021

금요일의 편지 #2. 칭찬받고 싶은 마음




 안녕! 혹시 운동장 앞에 핀 목련을 발견했어? 벚나무에도 꽃봉오리가 맺혔어. 변화가 눈에 보이는 게 신기해.

 내가 요즘 수영 다닌다고 했지? 벌써 두 달 차에 접어들었어. 수영하고 나오면 오히려 에너지가 솟아올라. 나에게 새로운 취미가 생긴 게 즐거워. 그런데도 불쑥불쑥 수영 강습에 가는 게 내키지 않을 때가 있어. 바로 수영 선생님 때문이야.


 나의 선생님은 교정해야 하는 자세를 잘 짚어주셔. 그런데 칭찬은 하나도 안 하시는 분이야. 수없는 자세 교정에도 불구하고 나는 점점 더 위축되는 기분이야. 평영은 특히 못 해. 나도 알아. 하지만 열심히 하고 있다는 칭찬이라도 받고 싶은걸. 그리고 다짐해. 나는 칭찬을 잘 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네가 받고 싶은 칭찬은 뭐니? 네가 듣고 싶은 칭찬을 기억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힘이 들 때면 칭찬을 잘 건네는 몇몇 사람이 떠올라. 떠올리기만 해도 미소가 지어져. 그리고 문득 생각하는 거야. ‘내가 듣고 싶은 말을 내가 먼저 다른 사람에게 하자.’라고. 다른 사람들이 나를 떠올리며 미소가 지어졌으면 좋겠어. 나로 인해 내가 있는 이곳이 오고 싶은 장소가 되면 좋겠어.


 너는 어때? 칭찬은 선생님이 학생에게, 부모님이 자식에게, 어른이 아이에게 할 수 있는 것만이 아니야. 학생도 선생님에게, 자식도 부모님에게, 아이도 어른에게 칭찬의 말을 건넬 수 있어. 어쩌면 그게 더 효과 있는 칭찬일 수도 있어. 아무래도 선생님, 부모, 어른은 학생이나 자식, 아이보다는 칭찬받을 기회가 적거든. 그래서 칭찬을 받으면 낯설 만큼 기쁘고 그 사람을 선명히 기억하게 돼.


 네가 했던 칭찬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칭찬은 뭐니? 그 사람은 분명 너로 인해 무척 기뻤을 거야.





 교보문고라는 큰 서점에 가면 이런 문장이 쓰여 있어.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많은 곳에 이 원리가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해. 부모는 자식을 만들고 자식은 부모를 만든다, 선생님은 학생을 만들고 학생은 선생님을 만든다.


 그러니까 이런 거야.


 “네가 나를 만들고 내가 너를 만든다.”


 내가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나와 함께 지내는 너의 말과 행동이 달라지는 걸 느껴. 그리고 나 또한 너의 표정과 목소리를 통해 많은 부분이 변해가고 있어. 





 우리 칭찬을 하자. 서로에게 기쁜 마음을 선물하자. 함께 지낸 날이 벌써 서른 날쯤 되고, 11개월 후에는 우리가 서로를 얼마만큼 닮아있을지 기대돼.


 나야말로 다음 주에는 수영 선생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먼저 건네봐야겠어. 자, 오늘도 무척 반가웠어!     





 추신.

 나에겐 힘겨운 일이 일어난 한 주였어. 어두운 표정을 숨길 수 없던 오후가 있었어. 그런데 너와 만나며, 네가 건넨 따뜻한 말과 네가 추천한 기분 좋은 노래를 들으며 많이 나아졌어. 너의 존재가 고마워.

 네 덕분에 안 듣던 노래를 듣고 네 덕택에 안 하던 행동을 해. 그리고 나는 너로 인해 변해가는 내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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