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은 삿포로 지하철을 타고 미야노사와(宮の沢) 역으로 향했다. 삿포로 지하철 1일 승차권은 평일 요금은 830엔, 토일요일은 520엔이다. 대체로 평일 요금보다 토일요일 요금이 비싸기 마련인데 지하철의 경우는 평일이 출퇴근 이용자가 많은 탓에 토일요일 요금이 더 싼 것이다.
오도리역의 지하철
미야노사와 역은 도자이(東西)선의 서쪽 끝에 있는 역이다. 삿포로에서 일단 오도리역으로 간 다음 도자이선으로 갈아탔다.
미야노사와 역에 내려서 시로이코이비토 테마파크로 갔다. "하얀 연인"이라는 뜻의 '시로이코이비토(白い恋人)'는 홋카이도 여행한 사람들이 반드시 사기 마련인 기념품 과자다. 워낙에 히트 상품이다 보니 홋카이도 외의 각지에서도 "~의 연인"이라는 이름의 유사 상품들을 팔고 있다. 오사카에서는 "재미있는 연인"이라는 뜻의 "오모시로이 코이비토(面白い恋人)"라는 패러디 상품을 만들어서 법적 다툼이 벌어지기까지 했다. 원래는 랑그드샤라는 프랑스식 과자라는데, 한국 사람은 "쿠크다스 맛이네"라고 느끼기 마련이라고 한다.
시로이코이비토 테마파크
입장료를 내면 공장 견학을 할 수 있다고 하는데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는 듯. 입장료 안 내도 되는 곳만 봐도 충분하다. 유럽풍 건물들이 예쁘다.
테마파크 안의 카레 식당
테마파크는 초콜릿이나 과자 등을 파는 가게가 메인이지만, 카레를 파는 식당도 있다. 점심으로 소고기 힘줄 카레를 먹었다. 소고기 힘줄이 부드럽지 않고 딱딱한 편이어서 먹기 힘들었다.
온 김에 기념품도 이것저것 사고 난 뒤, 아이스크림도 먹었다.
조수희화전
미야노사와에서 다시 지하철을 타고 니시 28초 메(西18丁目) 역에서 내려서 홋카이도 도립 근대미술관에 갔다. 고잔지(高山寺)에 있는 조수희화(鳥獣戯画)가 홋카이도에서 처음 전시된다고 한다. 조수희화는 토끼와 개구리, 원숭이의 익살스러운 모습으로 유명한 그림이다. 번호표를 뽑아서 20분 정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조수희화는 갑을병정 네 권으로 나뉘어 있는데, 지금 전시 중인 건 정이었다. 사람들이 조수희화 하면 떠올리는 동물들 그림은 갑이었기에 조금 아쉬웠다. 전시실 안은 사진 촬영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걸 왜 '근대미술관'에서 전시하지?
우타가와 구니사다 <에도명소백인미녀>
우타가와 구니사다(歌川国貞)의 <에도명소백인미녀(江戸名所百人美女)> 전시회도 하고 있었다. 우타가와 구니사다는 에도시대의 우키요에(浮世絵) 화가였다. 에도의 명소 백 곳을 배경으로 미인 백 명의 우키요에를 그린 시리즈다. 이것도 근대는 아닌데?
도쿄에서 홋카이도까지 여행을 왔는데 에도의 명소를 소개하는 그림 전시회를 보게 되다니.
홋카이도의 미술관을 망라해 놓은 지도가 있었다. 홋카이도만 해도 미술관이 이렇게 많구나!
'잔기'와 마파투부 정식
다시 삿포로 시내로 돌아와 저녁으로 닭튀김 먹었다. 일본에서는 닭튀김을 "가라아게(唐揚げ)"라고 하는데, 홋카이도에서는 "잔기(ザンギ)"라고 부른다. 양념이나 튀김이 다르다고 하는데 솔직히 뭐가 다른지는 잘 모르겠다.
삿포로역 근처의 기노쿠니야서점
삿포로역과 호텔 사이에는 기노쿠니야(紀伊國屋) 서점 삿포로점이 있다. 기노쿠니야서점은 일본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서점이다. 삿포로점도 매장도 넓고 홋카이도의 중심답다는 느낌이 들었다. 서점 안에 스타벅스도 있어서 호텔에 들어가기 전에 들르기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