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마라톤 안내 호텔에서 홋카이도 마라톤 때문에 10시부터는 삿포로 역으로 가는 길이 봉쇄된다는 안내를 해 줬다. 하필이면 홋카이도 마라톤 있는 날이라니...
그래서 아침을 먹고 삿포로 역으로 갔다. 전철을 타고 삿포로 역보다 한 역 더 동쪽에 있는 나에호(苗穂) 역으로 갔다. 여기에 삿포로 맥주 박물관이 있다. 박물관 굴뚝에 붉은 별이 보인다. 갑자기 분위기 소비에트? 그게 아니라 삿포로 맥주의 원래 로고는 붉은 별이었다. 지금은 논란 별로 바뀌었다.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은 홋카이도 전역을 지배 하에 두고, 개척사(開拓使)라는 관청을 설치했다. 이 개척사가 주도하여 1877년 일본산 맥주를 만들었다. 메이지유신(1868)으로부터 10년 만의 일이다. 당시에는 맥주를 만들기 위해 독일식 저온 발효 방식을 채용했는데, 온도가 높으면 맥주의 품질이 변질되기 쉬었다. 저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홋카이도의 추운 날씨가 제격이었던 것이다.
그 후 도쿄에 진출한 삿포로 맥주는 '대일본맥주'라는 회사가 되었다. 1945년 패전 이후, 미국은 '대일본맥주' 회사가 독과점을 위배한다며 동서로 쪼갰다. 서쪽이 현재의 아사히 맥주, 동쪽이 현재의 삿포로 맥주가 되었다. 현재 일본 내 맥주 업계는 아사히, 기린, 산토리, 삿포로의 순으로 규모가 크다. 도쿄에서는 '에비스'라는 브랜드 역시 유명한데, 사실은 에비스 역시 삿포로 맥주의 브랜드다.
맥주박물관을 둘러봤더니 일본의 맥주 산업은 근대화의 상징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물관 견학을 마친 뒤, 맥주를 한 잔 마셨다. 나는 원래 술을 즐겨 마시진 않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본의 아니게 맥주를 자주 마신 것 같다. 홋카이도에 왔으니 삿포로 맥주를 마셔야지 어쩔 수 없다.
지하도를 걷다가 "북방영토" 홍보 부스를 봤다. 일본이 주장하는 "북방영토"는 쿠릴열도의 남부 에토로푸(択捉), 구나시리(国後), 시코탄(色丹), 하보마이(歯舞)를 가리킨다. 일본은 이 지역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에 의해 불법적으로 침탈당했다며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이번에 홋카이도에 와서 "북방영토" 탈환 캠페인을 자주 보게 된다. "에리카 짱(エリカちゃん)"이라는 마스코트 캐릭터도 있다.
홋카이도에서의 마지막 밤이다. 호텔로 일찍 돌아가 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