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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여행가쏭 Apr 16. 2018

물 많이 마시는 게 목표라고?

어려운 목표가 꼭 좋은 목표는 아니었다.

                                                                                

물 많이 마시는 게 목표라고?


좋은 습관을 만들어 준다는 글을 보고 <Fabulous>라는 앱을 다운로드하였다. 처음 며칠 동안은 물을 많이 마시는 게 목표라고 했다. 알람 설정 한 시간에 일어나 물을 마시고, 실행 완료를 누르면 목표 달성 문구가 나타났다. '이게 뭐지? 겨우 물 마시기라고?' 의아한 생각이 들었지만 우선 앱이 시키는 대로 따라 해 보기로 했다. 손해 볼 것은 없었고, 실행 완료를 누르는 것이 꽤나 기분이 좋았기 때문이다.

반대의 이야기. 얼마 전 독서모임을 할 때의 일이다. 창업 관련 책으로 토론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그래서 무엇을 할 것인가?'로 의견이 모아졌다. 다음 모임까지 실행할 포인트에 대해 한 명씩 돌아가며 이야기해 보기로 했다. 약 3주 동안 실행할 목표였다. '저는 블로그 포스팅 3개를 할게요' '유튜브 영상 10개를 만들게요'와 같은 목표를 주고받는 동안 나는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마지막 차례로 뜸을 들이며 발표한 나의 목표는 '작은 창업 해보고 실패해보기'였다. 작은 창업? 뭘 하겠다는 거지?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물 마시기는 성공했고, 작은 창업은 실패했다. 물론, 해보고 실패한 것이 아니라 시작도 해보지 못한 처참한 실패였다. 물 마시기의 경우, 이를 계기로 건강한 아침 식사하기, 모닝 페이지 쓰기, 명상하기 등을 이어서 하는 '모닝 루틴'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어려운 목표가 꼭 좋은 목표는 아니었다.


그러고 보면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면, 나는 항상 멀리 있는 큰 목표를 세우곤 했었다. 큰 목표를 가지면 더 큰일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걸까? 그게 아니라면,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보여주기 식 목표를 찾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있어 보이는 목표가 좋은 목표가 아니다'라는 깨달음을 얻고 나니 작지만 즐거운 일들을 벌일 수 있게 되었다. '블로그 이웃 만나기' '홈페이지 만들기' '100일 글쓰기 프로젝트' '하루 한 가지 아이와 새로운 놀이하기' 등이 그것들이다. 시작할 수 있는 목표, 그래서 오늘 무엇을 해야 할지가 명확한 목표가 나에겐 좋은 목표였다.


어렸을 때 돌다리를 건너던 기억을 더듬어 보면 하나를 건널 때마다 웃으며 좋아했던 것 같다. 긴 다리를 건널 때는 느끼지 못했던 기분이었다. 작은 목표를 가지고 살아가면 이와 같은 기쁨을 얻을 수 있다. '파워블로거가 되어야지' 생각하면 글 쓰는 것이 일이 된다. 뚜렷한 목표 덕에 파워 블로거가 될 가능성이 클지는 몰라도 그 기쁨은 한순간 일 것이다. '일주일 한 번 글을 써야지' 생각하면 글을 쓸 때마다 돌다리를 하나 건넌 것과 같은 뿌듯함을 맛볼 수 있다. 즐겁게 쓰다 보면 기대하지 않았던 일도 만나게 되고, 계속해서 나아가다 보면 더 큰 가능성이 열릴 수도 있을 것이다. 첫 번째 돌을 놓는 것이 중요한데, 그건 정말 가볍고 작은 돌이어도 상관없었다.

큰 목표가 있어야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 반대인 나와 같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 성향에 상관없이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싶다면. 즉, 진정한 내 생각이 알고 싶을 때에는 작은 목표가 효과적인 것 같다. '취업을 할래? 작가가 될래?'라는 큰 질문을 던지면, 누구나 보편적인 선택을 하고 싶어 질지 모른다. 내 생각이 정말 확고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주변 사람들의 기대와 생각을 의식하게 되기 때문이다. 남을 신경 쓰는 것이 심한 사람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그러나 질문을 바꿔 '매일 한 시간 HRD 책을 읽을래? 블로그에 글을 쓸래?'라고 묻는다면 남을 의식하지 않고, 내가 원하는 것을 선택하게 된다. 

작가가 되기 위한 작은 목표를 세우는 것과는 조금 다른 얘기다. 어디로 나아 갈지 모르는 하루하루를 설레는 시간으로 채워나가는 것이다. 결과는 흐름에 맡긴 채. 이렇듯 작은 목표는 나다운 선택을 도와 주웠고, 이는 내 삶의 방향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작지만 재미있는 일들을 해나가고 있는 요즘, 일상이 편안하고 즐겁다.

보잘것없어 보이는 그것이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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