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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ia May 26. 2020

내가 어렸을 때.

The Sign 2.

공부를 못해서 

대학에 떨어지고 

이듬해 재수를 해서

관현악과에 입학했다.


음대에 다니면서 

바이올린은... 별로 늘지 않았다.

다만 한가지

소머즈의 귀를 갖게 되었다.


음대 근처에는

미대가 있었는데 

그래서 덕분에

미대친구들도 사귈 수 있었다.


미대친구들과 어울리면서

미적감각은... 별로 늘지 않았다.

다만 한가지

송곳눈을 가지게 되었다.


엘리베이터 소리에 

잠들지 못하는 나는

우리 딸이 가끔 쉬는

한숨소릴 알아듣고


LED 불빛에도 

눈물을 흘리는 나는

우리 딸의 얼굴기색을

귀신같이 알아챈다.


만일 내가 그때

공부를 잘해서 음대에 가지 못했다면?


내 딸은 나를 닮아

예민한 귀를 가졌고

내가 가진 것보다 더

예민한 눈을 가졌다.


하지만 식성만은 

푸근한 아빠를 닮아

이것저것 잘먹어서

정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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