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여행에세이 <그 겨울 러시아>
강렬한 저녁의 태양도 얼어붙은
블라디보스톡의 바다를 녹이지는 못했다.
태양이 잠시 머물다 떠난 해양공원 주변으로
하나 둘 조명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기다리던 시간을 마주하는 순간,
손도 마음도 분주해졌다.
언젠가부터 낮보다 밤을 좋아하게 됐다.
그 이유를 곰곰이 살피니
아마도 사진을 시작하면서부터 인 듯 하다.
밤에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시간을 그리고 세상을 낚는 일과도 같다.
기다림과 인내로 만들어진 사진 속 풍경은
낮에 본 것과는 사뭇 다르다.
육안으로 보기에 그저 컴컴한 세상이
사진 속에서는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우리 내면도 그럴 것이다.
저 멀리 있던 마음도,
한껏 어두웠던 마음도
자세히 그리고 오래 들여다보면
그 안에 분명 반짝이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밤을 두려워 말라.
낮에는 결코 볼 수 없는 것들을 발견할 수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