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기록 프로젝트
철커덕
프로젝터 돌아가는 소리에
가슴이 철렁거리던 때가 있었다
대학시절
매주 슬라이드 필름으로 촬영 후
발표하는 수업이 있었다
어두운 적막 속
내가 촬영한 장면이 스크린에 띄워지고
수십 개의 눈빛이 나를 향할 때면
심장이 곤두박질 치곤 했다
나는 질끈 눈을 감고
더듬더듬 설명을 이어갔다
여느 수업보다
그 시간이 더욱 긴장됐던 이유는
편집이나 보정이 가능한 다른 사진과 달리
필름의 원본 그대로를 보여야 하는
수업이기 때문이었다
노메이크업, 쌩얼로
무대에 서는 기분이랄까
발표를 마치면
교수님은 사진마다 피드백을 해주셨는데
그의 한마디에 울기도 웃기도 했다
요즘 필름 프로젝터는
중고카메라 매장이나
사진 전시장에 가야지만 볼 수가 있다
오랜만에 프로젝터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니
충무로 현상소를 열심히 드나들던
그 시절이 떠올랐다
모든 것이 더디게 흐르고
모든 것에 진심이었던
일요일 오후
필름 프로젝터는
도우너의 타임 코스모스처럼
나를 2005년으로 데려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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