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무 이야기. (1)

25년 5월 24일, 율무를 처음 만났다.

by 유우

2025년 5월 24일, 압구정 로데오역에서 나의 가장 친한 친구 영이를 만났다.

5월에 나는 외할아버지와 긴 이별을 했고, 만나고 있던 남자친구와도 이별을 했다.

그 슬픔을 추스를 틈도 없이 회사에서도 안 좋은 일은 계속해서 일어났다.

그런 나를 위로하고자, 데이트를 했었는데 우연히 지나가며 강아지 분양샵에 들어가게 되었다.

너무 예쁜 아이들이 많았고, 가격 또한 너무 비쌌다.


'A' 업체에서는 비숑 친구가 350만원, 폼스키가 600만원선. 별로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이 친구들은 어디서 어떻게 온 걸까,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다른 장소로 이동 중에 더 큰 분양샵에 들어가게 되었다.


나는 하얀 강아지를 원했고, 푸들이나 비숑과 함께하는 일상을 꿈꿨는데 매장 구석칸에 풀죽어 엎드려 있는 작은 갈색 강아지를 보게 되었다. 이 친구는 뭐예요? 직원 분은 보호소에서 온 아이고, 원래 주인에게 버림 받아 보호소에 가게 되었고, 새로운 가족을 찾기 위해 다시 오게 되었다고.


그 말을 듣고 나서는 하얗고, 비숑이고, 아기 강아지고 상관 없이 갈색 말티푸에게 마음이 갔다.

똥꼬 발랄하게 매장을 돌아다니던 강아지는 내 품에 안겨 한참을 얌전히 있고, 내 몸을 핥고, 몇 번이나 아이컨택을 하였다.


매장에서 한 시간 정도를 영이와 토론회를 열었던 것 같다.

- 나는 정말 반려 동물을 키우고 싶은가?

- 순간의 귀여움으로 이 친구를 가족으로 맞이하는 건 아닌가?

- 이 친구의 죽음까지 내가 잘 책임질 수 있는가?

- 사회성 좋고, 문제 없이 가족과 다른 사람들, 다른 강아지들과도 잘 살아갈 수 있게 케어할 수 있는가?

- 내가 정말 많은 애정을 줄 수 있는가?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나는 실제로 누군가를 진심을 다해 사랑해본 적 없었고, 반려 동물에게 상처를 주면 어떡하지, 나랑 살아서 힘들고 행복하지 않아지면 어떡하지. 그런 걱정들이 먼저 몰려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반려동물과의 삶을 간절히 원했다. 비싸고 좋은 것들은 당장에는 해줄 수 없겠지만, 이 아이를 위해 많은 것을 배우고 소중히 여겨줄 자신은 있었다.

나만 보고, 나만 믿는 순진한 맑은 생명체의 율무를 위해.

기꺼이 내 모든 것을 양보할 수 있고, 더 많은 시간을 너와 함께 하겠다고.

그렇게 맹세하고 가족으로 맞이하게 되었다.


만지는 것조차 두려워서 벌벌 떨던 나는 율무를 품에 꼭 안고 집으로 왔다.




엄마와 아빠에게는 대뜸 전화해서 "나 사고쳤어."라고만 했는데, 부모님은 내가 임신한 줄 아셨다고 했다.

ㅋㅋ.. 그치만 비슷하긴 하지.. 내가 책임져야 할 생명체가 생긴 거니까.


짐이 많아 영이와 함께 집에 가 율무를 보여드리고, 난 모른다면서 책임 안 질거라고 말씀하시면서 몇 번이고 내 방을 왔다갔다 하면서 보셨다. 귀여워, 싫어를 반복하시면서 어제 오늘 부쩍 내 방에 자주 놀러오신다.

부모님에게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머지 않아 율무를 좋은 가족으로 맞이할 거라고 믿는다.


첫 날 율무는,

앉아를 배웠고, 집에 도착해서 2-3시간 이후 밥을 먹고 30분 내에 응가를 했다. 적정량 제공한 물을 허겁지겁 마셨고, 혹여나 못 먹을까 싶어 불려서 준 사료도 깨끗하게 먹었다.

율무의 세상에는 내가 있다. 내 세상에도 율무가 있다. 실감이 안 나면서도 뒤를 돌아보면 율무가 있다.


정말 좋은 보호자가 될게. 많이 배우고, 아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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