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무야, 미안해.
거짓말. 이 작은 생명체가 나만 보면 꼬리를 흔들고, 울타리에 매달려 안아달라며 낑낑거린다.
둘째날 율무는 이 집에 살았던 강아지처럼 신나게 적응을 해 주었다. 말티푸기에 슬개골이 좋지 않을까 걱정 되어 담요를 깔아 주었는데 제법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았다. (물론 내 눈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위 담요가 그 문제의 담요다. 아기 율무는 실컷 놀아주면 곧 지쳐 잠들기 일쑤였다.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 두 개가 나란히 문 앞에 있고, 꿈나라에서 놀 작정인지 놀잇감 앞에서 곤히 잠에 들었다. 자는 모습이 천사 같았다. 새근새근 잘 때마다 등이 볼록볼록 오르내려서 귀여웠다.
그리고 대망의 월요일, 율무를 두고 첫 출근을 했다.
이른 아침 밥을 챙겨 주고, 점심은 엄마에게 부탁드렸다. 패드도 한 번 갈아달라고 부탁드리고.
생각보다 패드가 금방 금방 없어진다. 그래도 첫날은 3장씩 깔아놨던 것에 비해 2장만 깔아두어도 율무가 알아서 대소변을 잘 가린다. 우리 강아지 똑똑해, 천재라며 동네방네 자랑하고 다녔다.
그리고 전날 시켜둔 매트와 안전문이 도착했다. 또다시 율무의 환경이 바뀌었다. 담요를 빼냈고, 바닥에는 미끄럼 방지 매트를 깔았다.
이 환경이 아직 낯선 율무, 그리고 울타리 밖으로 처음 꺼내 주었는데 신이 나서 내 방을 누비며 다녔다. 아직은 작아서 모든 공간이 넓고 쾌적할 것 같다. 율무는 아직도 철장에 매달려 낑낑거리고, 밥 때가 되면 차분히 앉아서 기다리는 건 잘 못한다.
3일차니까 잘 못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기 강아지가 배고픈데 먹는 것 앞에서 어떻게 참아지겠는가. 막상 그 상황이 되면 율무가 미우면서도, 한 편으로는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싶다. 그래도 멋진 성견이 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주문한 이동 가방이 오면 율무와 함께 짧은 산책을 하려고 한다. 아직 3차 접종을 못 해서, 가방 안에만 있어야 겠지만.
밤에는 밖에서 너무 신나게 놀았던 탓인지 낑낑거림이 심해졌다. 내일은 정말 꺼내주지 말아야지, 새로 온 울타리가 율무의 행동 반경을 더 넓혀줄테니 덜 낑낑더리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그리고 발바닥 촉감이 달라져서 그런지, 구석에만 앉아있는 모습에 마음이 불편했다. 나는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려고 한 건데 율무한테는 더 불편한 환경이 되었을 것도 같아 미안했다. 또 강아지들은 발바닥의 촉감으로 화장실을 구분해서 미끄럼 방지 매트를 깔면 대소변 가리는 게 힘들 수 있다는 말도 들었다. 정말로 몰랐다 ㅠㅠ...
미안해, 율무야. 초보 언니라서 모르는 게 많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