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2 아침의 비버타운(Beavertown)
어릴 때부터 여행을 많이 했지만 시차적응이 다른 사람들보다 느린 편이다. 시차적응이 느리면 여행지의 아름다운 밤 풍경을 못 보거나 여행지의 매력을 탐험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어 솔직히 처음에는 스트레스 아닌 스트레스를 받았다. 내 몸은 왜 이렇게 느리게 적응하지?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시차적응을 빨리하기보다는 새벽에 일찍 일어나 할 수 있는 방법을 하나 찾아보았다. 바로 그 나라의 평범한 아침 일상을 지켜보는 것이다. 런던에서 다른 나라로 이동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여행객들, 튜브(지하철)역으로 뛰어가는 직장인들, 아침에 개와 함께 산책 나온 노부부, 운하를 따라 조깅을 하는 런던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벤치에 앉아서 뜨거운 스타벅스 브루드 커피를 마시면서 그렇게 런던 사람들이 하루를 시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방법으로 아침을 시작할 때 한 사람이 눈길을 끌었다. 바로 멋진 블랙 슈트를 입은 런던의 직장인. 그의 멋진 블랙 슈트보다 더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그가 들고 있는 알록달록한 캔맥주였다. 바로 비버타운(Beavertown Brewery)의 세션 IPA맥주인 Neck oil이었다. 아침 7시가 조금 넘은 시간 누군가는 맥주를 마시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음주 시간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그러면서 며칠 전 대한항공 런던행 비행기 안에서 보았던 한 푸드 다큐멘터리의 내용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영국 런던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오너 셰프는 아침을 준비할 때 주류도 같이 서빙한다고 한다. 사람마다 다른 음주 리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침식사와 함께 술을 판매한다고 했다. 실제로 아침식사와 함께 여러 주류를 주문하는 손님들이 꽤 있다고 한다.
그렇다 사람들은 저 마다 자신에게 맞는 음주 시간을 가지고 있다. 너무 이른 시간이거나 늦은 시간이 중요한 게 아니다. 그 시간에 자신이 원하는 음주를 즐기느냐가 문제인 거 같다. 이렇게 생각하다 보니 영국 생활을 하면서 아침 시간에 맥주를 즐기고 있던 얼굴들이 스쳐 지나갔다. 아침 7시에 비버타운 브루어리의 세션 IPA 맥주인 Neck Oil을 마시면서 출근하던 런던의 직장인, 오전 10시쯤에 노팅엄 시티센터 한 펍에서 칼링(Carling)을 마시던 할아버지들, 오전 11시 더비의 한 펍에서 여러 로컬 맥주를 나에게 권했던 톰 할아버지.
너무 이르다고 너무 늦다고 중요한 게 아니다. 내가 지금 이 순간 행복하게 맥주를 마시고 있으면 된다. 나만의 음주 리듬에 집중하는 것이다. 음주, 시차적응, 여행... 남에게 맞춰가거나 형식적인 리듬을 따라가기보다는 자신만의 리듬을 따라가면 된다.
당신의 음주 시간은 몇 시인가요? 아침 시간이라면 당신의 아침 맥주는 어떤 맥주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