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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원더 Jan 03. 2024

세세한 목표는 지워버린 신년 계획

나의 첫 갭이어 프로젝트

2023년을 마무리하고 2024년을 시작하는 이때, 목표를 ‘잘’ 세운다는 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2023년 퇴사라는 큰 사건을 앞두고, 나름대로 비장하게 갭이어 플랜을 세웠었습니다. 이직이 아닌 갭이어를 위한 퇴사였기에 여러 목표와 세부적인 계획을 세웠죠. 하지만 잦은 독감과 몸살, 반년 넘게 지속된 어깨와 목 통증, 보행 중 교통사고까지. 유난히 자주 아픈 바람에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보낸 날을 손꼽아보면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몸과 정신의 체력은 연결되어 있어서, 뭐 하나 삐끗하면 규칙적인 일상력을 유지하기 어렵죠. 이런저런 이유로, 계획대로 돌아가는 건 많지 않았습니다.


자주 가는 한의원의 한의사 선생님이 이런 얘기를 하셨습니다. “운동은 몸이 한 군데만 안 좋아도 제대로 할 수가 없어요. 손목이나 발목이나 어깨가 조금만 아파도 못하죠. 그렇게 따지면 운동할 수 있는 날도 1년에 정말 며칠 되지 않는 것 같아요.” 정상적인 몸컨디션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깨닫게 되면서, 몸만 잘 챙겨도 절반 이상은 이룬 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년에 세웠던 갭이어 플랜에는 월별로 촘촘히 목표 수치까지 적어두었었습니다. 플랫폼마다 몇 명의 구독자나 팔로워 수를 달성하겠다는 내용 위주로요. 지금 돌아보니 이제 막 나만의 콘텐츠를 고민하며 풀어내기 시작한 단계에, 그런 목표는 적합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거창한 목표는 성취감을 만나기 이전에 좌절감과 절망감을 더 크게 안겨줬거든요. 퇴사 후 보내는 첫해인 만큼 내가 매일 해낼 수 있는 쉽고 작은 목표를 세웠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매일 작은 성취감을 쌓아 더 큰 일을 해낼 자양분으로 삼았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요.

2024년 신년 목표는 아주 간단하게 세 가지만 추렸습니다. 내가 잘 지킬 수 있을 법한 것들, 작게 성취할 수 있는 것들을 목표로 세워야겠다는 생각으로 써내려갔습니다. 리워드처럼 얻는 수치적 목표 말고 그냥 계속 해낼 수 있는 행동 위주로요. 올해는 설정한 방향만을 상기하며 꾸준하게 담금질할 생각입니다. 뭔가 쉽게 얻을 수 있으리라는 달콤한 기대감도 버렸습니다. ‘올해에 달성하지 못하면 내년, 내후년엔 뭐라도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그냥 쭉- 해보려 합니다.


지금의 건강, 돈, 재능, 평판, 감각도 계속 단련하지 않으면 잃어버리기 쉬운 것처럼, 가진 것을 잘 유지하는 데만도 큰 노력이 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올해는 그저 큰 방향성 안에서 움직여 보렵니다. 예상치 못한 변수에 발목이 잡히고, 그렇게 붙잡힌 발목만 보다가 손 놓고 아무것도 못 한 채 시간만 보내는 게 아니라 안 좋은 건 모른 척도 할 줄 알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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