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팅스타치킨

신메뉴 개발,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아쉬움

by 푸른국화

금요일은 생각하기에 따라서 행복한 날이거나 지친 날이거나. 주말을 앞두고 있기에 행복한 날일 수 있고 월화수목을 보낸 다음날이니 몹시 지친 날일 수 있다.

대게는 전자인데 오늘은 후자다. 월화수목에 지쳐서 몹시 버거운 날. 맥주 한 잔이 필요하고 맥주엔 역시 치킨. 튀긴거 구운거 빨간양념 간장양념 입맛대로 골라 집앞까지 배달시키는 치킨왕국 대한민국이지만, 오늘은 머리도 비울겸 직접 만들어 보기로 하였다.



닭볶음탕으로 손질된 닭에 우유를 부어 2-3시간 두면 핏물도 제거되고 잡내도 없어진다. 2-3시간 뒤엔 닭을 깨끗이 씻은 후 물기를 빼고 소금 한꼬집, 후추 솔솔 밑간을 해준다. 마늘향을 좋아한다면 다진 마늘도 같이 버무려준다.



오늘은 건강하게, 조금이라도 더 건강해 보자고 전분이나 밀가루, 튀김가루 대신 치킨 옷으로 누룽지를 준비했다. 누룽지를 방망이로 최대한 곱게 부수고 밑간한 닭 겉옷으로 입혀준다.


곱게 부순 누룽지를 잔뜩 입힌 닭은 에어프라이어 200도로 15분 정도 익힌 후 상태를 보아 온도를 낮춰 7-8분 더 은근히 구워준다. 에어프라이어 바스켓에 종이호일을 깔고 그 위에 기름망을 올리면 기름이 빠져서 담백해진다.



결과는? 굿, 굿, 베리굿!!

이거 진짜 맛있다. 바삭하게 굽힌 누룽지와 알싸한 마늘이 입안에서 톡톡 튀는 것이 꼭 슈팅스타같다. 그리고 너무나 촉촉한 치킨의 속살까지. 그래서 이 메뉴의 이름은 슈팅스타치킨!

치킨무 대신 파인애플, 콜라 대신 맥주, 이 조합도 굿.

다만 누룽지옷이 제대로 안 입혀지는 게 아쉽. 누룽지옷이 착 달라붙어서 치킨과 어울어지면 진짜 맛있을텐데. 제대로 잘 입힐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봐야겠다.


사람의 본성을 알고 싶으면 아주아주 잘 해 주면 된다고 한다. 제대로 된 사람은 보답하려 하고 댕댕이는 가면을 벗기 시작하는 법이니.

댕댕이야 말로 의리와 충성의 대명사인데 이런 말을 하면 댕댕이는 얼마나 억울할까? 댕댕이를 언급한 점에서 이 것은 틀린 말이지만 뉘앙스만 보자면 이 것은 진리이다. 아주아주 잘해 주면 어김없이 가면을 벗는 댕댕이들이 있고, 나는 그들과 가차없이 손절하며 남길 사람을 걸러왔다. 댕댕이와 유지하는 게 손절하는 것보다 훨씬 스트레스이기 때문에 손절은 오히려 나에게 평화를 가져다 주었다.

이렇게 사람을 걸러내는 것이 마치 무슨 게임 같아서 재밌기까지 했다. 긴장을 풀고 가면을 벗기 시작하는 사람들을 나는 댕댕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들은 그만큼 나와 친해졌다고 생각하고 나를 믿었기에 가면을 벗은 것인지 모른다. 그렇다면 내 입장에서는 댕댕이를 거른 것이지만 그들 입장에서는 내가 그들을 배신한 것이다. 댕댕이에 대한 배신에 죄책감은 커녕 나는 아주 조금 희열을 느꼈다. 거기다 제대로 된 사람을 얻는 덤까지.


그런데 요즘 와서는 이 게임이 더이상 재밌지가 않다. 가면을 벗은 댕댕이는 진짜 댕댕이가 아니라 나와 같은 종족이다. 아직 껴안고 싶은 생각은 아직 없지만 이제 손절도 지친다. 가면 뒤의 모습을 발견한 순간은 마치 층간소음에 귀가 트인 날과 같다.


층간소음은 평소에 잘 느끼지 못하다가 어느 순간 거슬리는 하나의 소리를 인식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 때부터 윗집의 모든 것이 거슬리고, 그 때부터 층간소음은 나의 휴식과 수면을 방해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어느 순간의 거슬림, 그 후부터는 모든 것이 거슬린다. 평소에는 몰랐던 볼펜 딸깍 거리는 소리, 웃는 소리까지 미워진다.


정약용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곱게 보면 꽃이 아닌 이 없고, 밉게 보면 잡초 아닌 이 없다고 한다. '손절'은 꽃이라는 세뇌를 멈춘 순간이다. 손절한 사람은 더이상 나에게 해를 끼치지 못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은 이미 지옥이 되는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층간소음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그가 까치발을 들어도 소용없다. 모든 것이 거슬릴테니.


그래서인지, 주말을 기다리며 행복한 마음보다 월화수목의 지친 마음이 더 큰 금요일. 무너진 마음의 불균형엔 치맥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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