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퇴사 D-75

진짜 퇴사를 하기로

by 푸른국화


가장 두려운 순간은 언제나 시작하기 직전입니다.
막상 시작하고 나면 모든 것이 나아질 것이다.

- 스티븐 킹 -



오랫동안 외면하고 미루어 오던 결정. 이번에는 그 결정을 하려고 합니다.

"이직"이 아니라 진짜 "퇴사".

마치 이 글을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지 모르는 것처럼 퇴사의 여정도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10년 넘게 여러 직장을 이직하며 내린 결론.

나는 우리 사회가 정의한 "조직생활을 잘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그보다 더 결정적인 깨달음.

우리 사회가 원하는 "조직생활을 잘 하는 사람"이 내 추구미가 아니라는 것.



그러니, 적응을 하려 애쓴다고 달라질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나

마침내 적응에 성공한 내 모습이 내 스스로 자랑스럽지도 마음에 들지도 않을 것임은 기지수라서

그저 회사만 옮기며 조직생활을 연장하는 일은 이제 그만두려 합니다.



시간이 흘러도 오늘의 결정을 후회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저는 항상 그래 왔습니다.

모든 선택에는 장단이 있습니다. 선택에는 이유가 있었고, 선택을 한 후엔 장점만 봅니다.

반대의 선택에도 "단"은 당연히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무수한 선택지가 품은 "장" 중에서 오늘의 선택이 품은 "장"을 택한 것이고 그 대가로 오늘의 선택이 품은 "단"은 당연히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늘 후회가 없었습니다.



처음 퇴사도 아닌데 새삼스럽게 퇴사일기를 쓰겠다고 마음 먹은 것은 이번 퇴사는 다른 회사로 이직하기 위한 현직장에서의 사직이 아니라 "조직생활"의 은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전의 퇴사 때와는 무게감이 확연히 다릅니다.



솔직히 많이 두렵습니다. 두렵고 막막하지만 용기를 낸 이유, 그렇게 미루고 외면하던 선택을 한 이유를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이러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직장생활의 부조리를 폭로하거나 조직생활의 병폐를 말하며 우리 모두 직장에서 뛰쳐 나가자는 말을 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회사를 다니며 가족을 부양하고 조직생활을 통해 타인과 어울어지는 방법을 배워갑니다. 크고 작은 다양한 회사들은 개인에게는 생계를 이어주고 때로는 자아실현을 이루게 해주며 사회와 국가를 지탱하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회사라는 존재와 조직생활의 순기능을 부정하려는 게 아닙니다.



다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주 무탈하게 잘 다니고 있는 것 같아 보이는 회사에서 나만 적응 못하나 자책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고 싶습니다. 거창하게 누구는 틀렸고 누구는 옳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닙니다. 그저 혼자인 것 같은 당신은 절대 혼자가 아니라는 말을 해 주고 싶습니다.

그렇게 75일 동안 저의 퇴사여정을 함께 하려 합니다.


- 2025. 08. 17. -



내 신발 옆에 벗어놓았던 작은 신발들
내 편지봉투에 적은 수신인들의 이름
내 귀에다 대고 속삭이던 말소리들은
지금 모두
다 어디 있는가.
아니 정말 그런 것들이 있기라도 했었는가.
(이어령, 정말 그럴때가 中)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