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부한 말이지만 이기는 게 꼭 이기는 게 아니라 지는 게 이기는 것일 때가 있다. 오늘이 그렇다.
행정관청을 제집 문지방처럼 드나들며 공무원들을 돌아가며 괴롭히는 악성 민원인이 있다. 자주 찾아와서 악성이 아니라 말도 안되는 일로 신고해서 피신고인을 괴롭히고 피신고인에게 합의금으로 돈 뜯어내며 그 과정에서 공무원들 협박하고 윽박지르는 전문용어로 꾼이라는 민원인이 있다.
며칠전부터는 내앞에 앉길래 드디어 한바퀴 다 돌았나보네, 이제 나한테까지 왔구나 싶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말이 안되는 말을 한다. 위법행위가 아니라서 처벌이나 시정은 안된다고 했더니 법대로만 하면 되냐, 변호사님 법 참 마이 아십니다, 법 참 좋아하시네요라며 돌아선다. 얼마나 할말이 없으면 법대로 한다, 법 참 좋아한다는 칭찬인 말을 나 기분 나쁘라고 하고 가나 싶었는데 어제는 와서 살려달라, 구제받을 길 없냐더니. 오늘은 또 무슨 바람인지 공부 많이 해서 훌륭한 사람 되었으면 자기처럼 잘 모르고 어려운 사람 도와줘야 한다고 일장 연설을 하고 간다.
저요, 제가 일반적으로 친절하진 않지만 정말로 도와드려야 할 분들은 열과 성으로 최선을 다합니다.
아무튼 왜 그 순간 승부욕이 발동하는 것인지, 한마디한마디 옳은 소리로 대구하다 한순간 자괴감이 밀려왔다.
-선생님, 제가 어제도 말씀드렸다싶이..
-저 선생님 아니에요. 택시기사에요. 기사라구요. 뭐가 선생이에요
아, 이런 사람을 내가 이겨 먹겠다고기를 쓰고 있었구나.
비바람 맞으면 왠지 난 강해지고 있다는 생각에 기꺼이 비바람에 얼굴을 내밀었는데 강해지긴 커녕 속은 곪고 있었다. 이제 괜찮다고 아무리 세뇌를 해도 도무지 악성민원은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머리가 깨질듯 아파서 한시간 조퇴를 하며 막걸리와 파전거리를 장봐왔다. 오늘은 비도 오고 기분도 그렇고 해서.
재료 : 쪽파, 바지락, 소세지, 부침가루, 계란, 청량고추
해물파전을 하고 싶었는데 마트에 새우살이 없고 오징어도 생물이 없다하여 바지락이랑 소세지만 넣는 것으로. 파 머리부분이 사진처럼 볼록하면 재배한지 오래되어 맛이 덜하다고 하는데 선택권이 없었다.
부족한 맛은 막걸리의 힘을 빌려 보는 것으로.
일단 쪽파를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고 바지락살도 혹시 모르니 소금물에 해감한다.
부침가루를 물에 풀어 바지락, 청량고추, 잘게 썬 소세지와 섞어준다. 깨끗이 씻은 쪽파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달군 팬에 기름을 두루고 펼쳐준다. 그리고 만들어 놓은 부침가루물 한 국자. 한 국자 두른 후 손목 스냅으로 한바퀴 돌려준다. 아니면 엄마가 싫어하시는 밀가루전이 된다.
한바퀴 안돌려주고 부침가루물만 한 국자 더했더니 엄마말처럼 밀가루전
바닥이 익었다 싶으면 계란물 부은 후 뒤집어 준다. 하나 둘 셋, 아앗! 팬 가장자리에 걸렸다.
첫 장은 실패. 그래서 한장 더.
힘들었던 목요일. 다행히 내일은 금요일이다.
이겨먹으려 들지 말자. 영국의 유명한 작가는 말했다. 돼지와 씨름하지 말라. 내몸이 더러워지고 돼지는 그것을 좋아한다.
오해는 마시라. 독해력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은 알겠지만 '민원인'이 돼지라는 뜻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