붐비는게 싫은 사람들은 추워도 밖에 앉는다
한국은 얼마 전에 눈이 왔다는데, 그것도 첫눈이 펑펑 내려 퇴근길이 엉망이 되었다지. 베를린은 어제도 오늘도 영상 10도를 웃돈다. 그래서 그런가 여전히 많은 카페나 레스토랑이 야외 테이블을 간소하게 유지하고 있고 해가 나면 사람들은 야외테이블에 앉는다. 뜨뜻한 공기에 북적이는 사람이 가득한 실내보다는 차가워도 한적한 야외를 선택하는 사람들. 나는 인구밀도 높은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이라 싫어도 익숙했던 '붐빔'인데 독일사람들은 유독 싫어한다. 독일에 와서 놀랐던 나의 첫인상도 길거리에 사람이 없는 것이었고 가끔 놀러 오는 친구들이 물어보는 질문도 비슷하다.
"길에 왜 사람이 없어? 다들 어디 간 거야?"
붐비는 것을 싫어하는 독일사람들은 추워도 빽빽이 붙어 앉는 실내 테이블대신 야외 테이블을 선택한다. 그리고 덧붙인다 - "쾌청하고 시원해서 좋다!"라고. 독일은 남한에 비해 땅덩어리는 3.5배나 크지만 인구는 1.5배밖에 높지 않다. 인구밀도로 치자면 한국이 독일의 2배가 넘는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대도시를 비교하자면 서울은 베를린보다 4배 높은 인구밀도를 가진다. 간단히 말하면 카페를 가도 한국의 1/4 정도의 사람이 앉아있을 것이고 길거리의 사람도 식당도 서점도 모든 곳에 한국보다 4배 적은 사람이 있다. 한국에서 온 여행자들이 왜 이렇게 사람이 없냐고 묻는 데에는 이상하지 않다. 특히나 깜깜한 겨울엔 더더욱 한적하다.
영국에서도 희한하게 생각했던 문화였다. 부슬부슬 비가 와도 방수되는 영국식 쟈켓을 입고 야외 키가 높은 스텐딩테이블에서 맥주를 마시는 그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담배를 피우는 목적도 아니고 그들의 문화였다. 런던의 날씨는 여름에도 겨울 같을 수 있기에 계절에 크게 상관없이 늘 퇴근시간이 되면 시내의 펍은 야외테이블에 서있는 직장인들로 가득하다. 오래 있는 것도 아니고 퇴근 후 대여섯 시부터 한두 시간 맥주 한두 잔 마시고 여덟 시 정도가 넘으면 다시 조용해진다. 베를린도 런던만큼은 아니어도 사시사철 야외테이블을 좋아하는 강한 사람들이 모인 곳이었다. 심지어 대부분의 베를린 펍은 실내 흡연이 가능하기 때문에 담배 때문에 밖으로 나온다는 말은 핑계가 되지 않는다.
야외는 실내에 비해 덜 시끄럽고 공기가 쾌적한 장점이 있지만 매우 춥다. 그렇지만 나만 '매우'춥다고 생각하는가 보다. 술을 넘어서 밥도 차가운 곳에서 먹는 이들. 두꺼운 코트에 털모자와 목도리를 칭칭 감아메고 따뜻한 음식을 야외테이블에서 서빙받아 즐기는 그들은 눈 쌓인 알프스에서 뜨거운 컵라면 먹는 그런 기분을 즐기는 것일까? 어제 다녀온 크리스마스 마켓에서도 음식을 받아서 딱히 앉을 곳 없이 야외에서 손에 들고 서서 먹으며 두 시간씩 수다를 즐기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나는 앉을 곳을, 따뜻한 곳을 찾았다. 이들의 문화를 즐기기에 나는 너무 약해빠진 걸까.
처음 유럽에 왔을 때, 런던의 겨울에 마주한 장면이 잊히지 않는다. 작은 카페 안에서 애기엄마 둘이 창가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고 유모차 두 개가 나란히 창밖에 주차되어 있던 장면이. 빈 유모차가 야외에 세워져 있겠거니 했지만 아이들이 그 안에서 쎄근쎄근 자고 있던 그 장면. 엄마는 실내에서 커피를 마시고 아이는 야외에 세워진 유모차에서 낮잠 중이었는데 모두가 평화로워 보였다. 나중에 들었지만 스웨덴이나 덴마크에서는 자주 보는 겨울 모습이라고 했다. 단, 유모차 속 아가들은 따뜻한 양털 이불로 돌돌 말아져 있고 그 안에는 보온 물주머니를 여러 개씩 넣어 뜨끈뜨끈한 상태로 차갑고 신선한 공기를 맡으며 누워있는 것이다.
습하고 축축한 추위는 한국의 쨍한 추위와는 다르다. 몸을 데우기 위해 먹는 음식도 다르고 난방을 하는 방법도 다르고 공기 속의 물의 양도 다르고 추위를 이겨내는 방식 등 모든 곳곳에서 살면 살수록 다름이 보인다. 매번 흥미롭고 신기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