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침실의 적정온도는 18도

지글지글 끓는 온돌바닥은 생각도 못하는 시원한 침실

by 조희진

어제 한겨울에도 밖에 앉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다 보니 한겨울에도 창문 열고 자는 이야기도 해야겠다. 독일의 알트바우가 유독 춥다고는 여러 번 썼었다. 3미터가 넘는 높은 천장과 큰 창문은 로맨틱하기 그지없으나 코끝이 늘 차가운데 어렸을 때부터 이런 환경에서 자란 이들은 차가운 공기가 익숙하고 쾌적한가 보다. 추운 것을 좋아한다기보다 몸은 따뜻하게 유지하지만 공기가 너무 따뜻하면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독일에는 꽤 많다. 이는 침실의 위치선정에도 영향을 준다. 집에 방이 여러 개 있고 하나는 해가 잘 들어오는 남향이고 마주 보는 방은 빛이 안 들어오는 북향이라면 대부분 남향은 조금 더 큰 방으로 거실용, 상대적으로 작은 북향 방은 침실로 설계되어 있는 집이 많다. 침실은 서늘해야 한다는 생각이 나에게는 꽤나 낯선 문화 차이였다.


누구나 최고라고 말하는 온돌시스템에서 30년간 키워진 나에게 차가운 바닥은 혹독했다. 아무리 난방을 틀어도 따뜻한 공기는 위로만 올라가는지 발목 아래는 늘 서늘했다. 유럽에 온 지 처음 3년은 전기장판을 필수로 틀었다. 아마 지금도 유럽의 많은 한국인들이 입모아 말할 것이다. 전기장판 없이 어떻게 잠을 자냐고... 나도 너무 잘 아는 그 마음이지만 어느 날 굳은 다짐으로 전기장판을 끊었다.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이유와 '내가 언제까지 이 전기장판에 의지할 수는 없지 않은가?' 하는 심정으로. 독일에 와서 다행히도 전기장판 대신 보온 물주머니를 찾았다. 한국에는 충전식 손난로가 있다고 하던데 독일에서는 아직도 아날로그 한 방식으로 물을 데워 넣어 입구를 꼭 잠구는 고무소재의 물주머니가 보편적이다.


처음에 한국의 부모님께 이 물주머니를 소포로 보내드렸을 때 엄마는 시원하게 웃으셨다. 약간의 비웃음도 포함된 웃음이었다. 영상통화 화면 너머 보이는 엄마는 내가 보낸 물주머니를 손에 들고 무슨 추억의 물건을 찾은 듯이 신기하게 보시며 '이 옛날 것'을 강조하셨다.


"어머 이 옛날 물주머니를 어디서 나서 보냈어? 거긴 아직도 이런 거 써? 예전에 아빠 쓰시던 거 생각나네...!"

그리고 반전은, 몇 주 뒤 겨울을 나며 꽤나 흡족해하셨고 심지어 추가로 몇 개 더 작은 사이즈와 함께 한번 더 소포를 보냈다.


이 물주머니를 따뜻하게 채워 침대 위 이불속에 넣어 놓는다. 이는 전기장판 못지않게 포근함을 주는데 아가들이 인형을 끌어 알고자듯 이 물주머니를 안고 자면 아무리 추운 독일집이라도 이겨낼 수 있다. 이처럼 이불속은 어찌 되었든 따뜻하기에 공기는 차가워도 상관없는 것인지 자기 전에 하이쭝(보일러)을 끄고 자는 독일인들이 꽤 많다. 저녁시간까지는 보일러를 켜고 잘 때가 되면 끄는 시스템이라니 한국과 정반대여서 처음에는 당황했다. 할머니랑 같이 자란 나는 어렸을 때 잘 때 되면 할머니께서 바닥을 지글지글 온도를 높이셨던 기억이 있는데 말이지.


그런데 난방비도 난방비지만 공기가 따뜻하면 잠을 설치거나 수면의 질이 낮아진다는 이야기를 한다. 심지어 친구 부부는 창문을 조금 열고 자는 게 익숙해서 겨울에도 열어놓는다고 했다. 이런 사람들이 주위에 드물게 있는 게 아니고 꽤 많은 사람들이 겨울 침실 온도를 차갑게 유지한다고 해서 처음에는 마냥 신기했는데 차가운 집, 차가운 공기 속에 잠을 자는 겨울이 10번을 넘긴 지금은 나도 익숙해져 버렸다. 코끝은 살짝 차갑고 이불속은 뜨뜻한 게 좋아진 것이다. 겨울이 되면 캠페인처럼 나오는 실내 적정온도표를 보아도 집에서 가장 따뜻한 곳은 화장실로 23도까지 관대한데 침실의 적정온도는 16-18도라고 나온다.


추워도 밖에 앉아 커피를 즐기고 조금은 차가워야 잘 자는 독일 사람들. 강한 사람들이라기보다 몸에 밴 습관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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