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우리 가족은 봄을 누리기 위해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남산에 갔다.
남산에 가서 벚꽃을 구경하기 전에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무엇을 먹어야 맛있을까?
"남산에 왔으니까 돈가스를 먹자"
오랜만의 서울 나들이인데 뻔한 돈가스를 먹자고 남편이 말한다.
하지만 나도 뚜렷한 대안이 있는 것은 아니었던 터라 그러기로 했다.
자기네가 맛집이라고, 원조라고 말하는 상호가 붙은 곳은 왠지 꺼려졌다.
그냥 우리 가족의 봄소풍에 앞서 소소하고 맛있게 한 끼를 먹으면 될터이다.
그러다 눈 앞에 보이는 작은 돈가스 가게에 들어갔다.
메뉴도 딱 한 종류의 돈가스와 우동, 그리고 메밀소바뿐이었다.
메뉴 고민할 것도 없이 우리는 주문을 하고 착석했다.
그런데 그 작은 식당에 테이블이 몇 분이 안되어 꽉 차는 게 아닌가.
심지어 문 밖에서 사람들이 식당에 들어오기 위해 줄서서 기다린다.
'오~ 우연히 이 작은 가게에 왔는데 여기가 맛집인가?'
밖에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니 어떤 돈가스 맛일지 기대되었다.
드디어 우리가 주문한 돈가스가 나왔다.
냉 메밀과 함께!
여느 돈가스와 마찬가지의 비주얼.
평범해 보였으나 시장이 반찬이었을까?
아니면 창문 밖으로 길게 늘어선 사람들 때문이었을까.
우리는 맛있게 후다닥 먹었다.
밖에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해서라도 빨리 먹고 일어나야 할 것 같았다.
그렇게 우리는 점심 식사를 마치고 남산에 올라서 봄을 누렸다.
"보통 돈가스는 처음에만 맛있고, 시간이 지나서는 소스에 눅눅해져서 맛이 없지. 하지만 아까 돈가스는 무언가 달랐어"
"시간이 지나도 끝까지 맛있게 먹은 돈가스는 몇 없는데 오늘 돈가스는 참 맛있었네"
남편과 이런 대화를 했다.
평범해 보이는 돈가스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생각나는 돈가스였다.
"우리 저녁도 그 집에 가서 돈가스 먹을까?"
한번 무언가에 꽂히면 그것만 먹는 남편이 말한다.
우리는 이른 저녁쯤에 가시 그 집을 찾았다.
하지만 굳게 닫혀있는 문.
간혹 재료 준비로 인해 중간에 브레이크 타임이 있는 식당이 있기에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정문에 붙어있는 시간을 보았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만 영업한다는 문구를 보게 되었다.
'이야~그럼 하루 3시간만 영업한다는 거잖아?'
그랬다.
이 집에 줄 서서 먹는 사람들의 기다림이 이해가 갔다.
하루에 단 3시간만 돈가스를 파는 이 미니멀리즘. 심플리즘.
그 3시간에 집중해서 맛과 정성을 파는 그 작은 식당의 태도에 감탄되었다.
비싼 서울 땅에서 이렇게 장사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내가 만약 장사를 한다면 이렇게 하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