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게임즈 주식으로
천만 원 날렸어요

저 말고, 남편이요

2년 전 한국에 들어온 우리 부부는 힘들었다.

미국에서 살 때는 한 달 벌어 그 달 렌트비 내고, 장보는 삶을 살았다.

비록 한철 메뚜기같이 10년을 살았지만,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이렇게라도 미국에서 공부하며 지낼 수 있어 다행이라고 여겼다.


한국에 들어왔는데 집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집 사는 것은 엄두도 못 내고, 전세 보증금 마련도 어려웠다.

힘들게 대출을 받고 겨우 전세로 들어왔다.

그렇게 한국살이에 적응하면서, 그동안 우리 부부의 현실을 보았다.

저축도 안 하고 너무 긍정 마인드로 살아왔던 것이다.


남편의 외벌이로 생활비의 여유도 없었다.

처음에는 이런 생활에 불평과 불만으로 남 탓만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내 마음의 평화는 깨지고 우울증이 왔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다시 힘을 내야 했다.


도서관에 가서 돈에 관한 책을 찾아 읽었다.

남들은 어떻게 경제관념을 갖는지, 집을 어떻게 샀는지...

내가 궁금한 모든 것들을 책은 알고 있는 듯했다.

내가 지금 돈이 없다고 탓하기 전에, 남편이 가져다준 돈부터 모으라고 했다.

쓸 돈을 먼저 정해놓고 다 저축하라고 했다.

나는 20만 원만 남겨두고 모조리 적금에 넣었다.

한 달에 38000원 하던 핸드폰 요금도 7000원짜리로 바꿨다.

데이터와 통화, 문자가 제한이 걸린 알뜰 요금제다.

외식도 안 하고 집밥만 먹었다.

아이들과 외출할 때면 도시락과 간식을 싸서 다녔다.

그렇게 없는 돈이라 생각하며 사니 나름 할 만했다.

전셋집 계약 기간이 끝날 무렵, 우리 부부는 다른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동안 열심히 모았지만 아직은 턱없이 부족한 돈이었다.

그때부터 남편은 주식 기사를 읽기 시작했다.

주식 공부를 열심히 하더니 한 주씩 사기 시작했다.

어떤 날은 자기가 산 주식이 바닥을 쳤다고 우울하기도 했다.

어떤 날은 수익이 좀 났다며 맛있는 거 먹자고도 했다.


그러다 카카오 게임즈 주식이 대박 날 거라며 흥분된 얼굴로 말한다.

여기에 투자하면 당장 이사로 돈이 급한 우리에게 딱이라고 한다.

나는 ‘단기간에 주식으로 돈 번다면 누구나 하겠네!’ 생각했지만,

딱히 우리에게 특별한 다른 방안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은행 이자율도 낮은데 다른 방안을 생각하던 때이기도 했다.

얼마 전 남편이 주식으로 60만 원 정도 벌었다고 했으니,

이젠 감을 잡았나 보다 했다.


친정엄마가 20년 동안 들어주신 보험도 찾고,

아파트 청약 주택 돈도 찾으라 했다.

거기에 생활비를 아껴 적금 든 것도 찾으라고 했다.

우리가 모을 수 있는 돈은 다 모아서 남편은 카카오 게임즈 주식을 산다고 했다.


처음에는 자기가 원하는 금액에 파는 사람이 없다며 울상이었다.

며칠이 지난 후 혹시 이 금액에 살 수 있을까 하며

지난 보다 높은 금액으로 올렸는데 거래가 된 모양이다.

이제 샀으니, 오르기만 하면 많은 돈을 투자했던 우리에게

이사자금에 보탤 돈이 생긴다며 신나 했다.


하지만 우리는 꼭지인 정점일 때 샀고, 그 후론 계속 곤두박질쳤다.

남편은 급하다며 지금 빨리 팔아야 한다고 한다.

400만 원 손해지만 더 떨어질 것 같다고 한다.

주식에 문외한인 나는 얼마 전에 샀는데 좀 진득하게 놔둘 것이지

왜 손해 보고 파냐고 좀 놔두라고 잔소리를 했다.


그리고 며칠 후 카카오 게임즈는 계속 떨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은 그 문제의 주식을 다 팔아치웠노라고 했다.

얼마 손해냐고 물으니 천만 원이란다.

본인은 아침에 팔았는데 오후인 지금은 더 떨어졌다며 정말 다행이라고 한다.

평온하게 말하는 그이의 얼굴을 노려보았다.


내가 그동안 궁상맞게 아꼈던 시간이 떠올랐다.

핸드폰 데이터 용량이 없어 와이파이 있는 곳으로 전전긍긍했던 날,

아이가 편의점에서 주스 사달라고 했지만

뿌리치고 집에 와서 물 준 날,

온라인 쇼핑몰에서 필요한 물건을 장바구니에

몇 번이나 넣고 빼기를 반복한 날들이 떠올랐다.

엄마가 나중에 결혼하면 필요할 거라며 청약통장 만들어

돈을 넣어준 20년 전의 기억도 떠올랐다.

너무 기가 막혀 평온한 남편의 얼굴에 한소리 하고 싶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남편이 불쌍하게 느껴졌다.

도박을 한 것도 아니고...

잘해보겠다고...

이사비용 보탠다고...

남편 딴에는 잘해보겠다고 했는데

이 지경이 된 것을 남편 탓만 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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