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 초 나와 시아버지의 관계는 좋았다.
누구나 그러하듯 말이다.
칭찬과 인정을 좋아하시는 시아버지의 특성을 재빨리 캐치한 나는
틈만 나면 시아버지를 칭찬해 드렸다.
그리고 과장을 섞은 맞장구를 쳐드렸고
우와~이야~라는 추임새를 넣어 대답했었다.
우리 시아버지는 관심사가 다양한 분이셨다.
한 번은 노래 작곡을 하신다고 하셨다.
악보 볼 줄도 모른다 하시는데
어떻게 작곡을 한단 말인가?
의아했다.
시아버지는 입에서 나온 노래를 핸드폰으로 녹음한 후에
그 흥얼거리는 멜로디를 악보에 옮기고 계셨다.
하지만 그 작업이 어디 쉬운가?
마침 음악을 전공했단 이유로 나를 지목하셨다.
녹음된 아버님의 음을 듣고 그대로 악보로 그려내라고 하셨다.
몇 번이나 들었지만 나는 아무것도 적을 수 없었다.
계속 박자가 달라지고 계이름을 찾을 수 없는 음들이 많았다.
차라리 새로 작곡을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았다.
어찌어찌해서 악보를 완성했다.
나는 피아노 전공이라 온라인상에서 악보 그리는 건
수업시간에 몇 번 해 본 게 다인데
아버님을 통해서 음악 프로그램도 다운로드하고
제대로 악보 그리기 연습해본다고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아버님 이거 완성하는데 4시간이나 걸렸어요. 너무 힘들었어요”
투정 부린 나는 시아버지의 격려를 원했나 보다.
“그 정도면 빨리 한 거네. 나는 이거 하느라 며칠을 까먹고 있었다”
다른 곡을 몇 개 더 내주셨다.
그렇게 연달아서 만드신 악보로 책까지 만드셨다.
출판사를 끼고 책을 만들면 비싸다며
스스로 출판일을 배우셔서 책을 내신 것이었다.
그 정도로 시아버지의 열정은 대단했다.
이런 시아버지를 응원하고 인정해 드리던 나는
지쳐가기 시작했다.
가만히 보니 시어머니는 시아버지가 벌리는 일에 대해
무덤덤하게 반응하셨다.
별다른 코멘트를 하지도 않고 그냥 어머니 일만 하셨다.
나는 며느리는 그래야 한다는 생각으로
시아버지께 잘 보이려 무던히 애를 쓰고 있었다.
이제는 시어머니처럼 무덤덤 모드로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점점 지쳐갔다.
추석 즈음에 라디오 방송에서 시아버지에 대한 에피소드가 나왔다.
내 이야기인 것 같아 여기에 소개해 보겠다.
요즘은 구부(舅婦) 갈등이 많다.
예전엔 고부갈등이 심했지만
요즘은 구부 갈등으로 이혼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은퇴하고 집에 계시는 젊은 시아버지와
많이 배운 며느리 사이의 마찰이 심해진 것이다.
요즘 시어머니들은 바쁘고
며느리를 오히려 어려워하며 조심하는 반면
시아버지들은 옛날을 거들먹거리며
무조건 고개 숙이던 며느리를 기대한다.
이런 구부 갈등을 시아버지와 며느리가 일대일로 만나서
해결하는 것은 너무 어렵다.
이제는 백세시대라 시부모와 살날이 평균 40년인데
서로 잘 지내기 위해서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 기술을 통해서 평화를 유지하는 법을 택해야 한다.
시아버지가 시어머니보다 사회생활을 더 오래 하셔서
마음이 넓을 것 같지만 그건 개인차가 있다.
시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특성을 빨리 파악해야 한다.
구부 갈등을 피하는 6가지 기술을 소개하겠다.
이제 구닥다리 시아버지는 없다.
신선한 트렌드를 보고 싶어 하는 시아버지의 욕망을 읽어 드린다면
며느리의 걸어갈 앞길이 좀 더 탄탄해진다고 말한다.
시아버지와 관련된 문제는 새로운 주제이기 때문에 아직 답이 안 나온 상태다.
이렇게 오늘은 시아버지 마음 읽어주기를 공부했다.
나는 평소에 남편 기를 세워주는 방법과,
아들들의 마음을 읽어주는 것도 공부한다.
가만, 그런데 말이다...
아내이자
엄마이자
며느리인
내 마음은 누가 알아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