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와 딸은 정말 다를까

얼마 전 시누이 결혼식이었다.

내가 시집오고 나서 12년이 지나고

남편의 하나뿐인 여동생이 결혼하게 된 것이다.

가족 모두가 바라던 시누이의 결혼이었다.


이 기쁜 날에 동참하고자 나는 헤어와 메이크업을 전문샵에서 받기로 했다.

독박 육아 7년 차라 평소 메이크업은 안 하거니와

외출 시 선크림과 눈썹만 그리고 나가는 정도였다.

화장하는 법도 다 잊어버려서

누굴 만나러 가거나 중요한 약속이 잡히면 난감할 때가 많았다.

물론 적절한 화장 도구도 없다.

이런 나는 시누이의 결혼식에 나름대로 예의를 표하기 위해

몇 주전부터 동네 유명 샵에 예약을 해뒀다.

결혼식은 주말 이른 점심쯤이라 토요일 아침 7시부터 부지런을 떨며 샵으로 향했다.

비록 나는 아침도 못 먹고 나왔지만

아이들과 남편은 샌드위치를 차려놓고 나와 다행이라 생각했다.

내 결혼식 이후 전문가에게 화장받는 일은 처음이라 나름 설레었다.


토요일 이른 아침이라 샵에는 손님이 나 밖에 없었고

원장님이 반갑게 인사하며 맞아주셨다.

준비해주신 슬리퍼를 신고 화장대 의자에 앉으니

향긋한 커피를 갖다 주신다.

높은 홀 안에는 따뜻한 느낌의 주황색 조명이 반짝이고 있고

감미로운 재즈 음악이 흘러나왔다.


이날만큼은 7년 차 독박 육아 맘에서 벗어나

전문가의 케어를 받는 중요한 사람이 된 것만 같아 기분이 좋았다.

원장님은 내 한복 컬러를 물으시며

한복 치마가 화려한 진분홍이니 화장을 옅게 하신다고 하셨다.

그 진분홍 한복은 시어머니께 빌린 것이었다.

오랜만에 받는 메이크업이니 조금은 화려하게 받고 싶었지만

전문가의 의견에 맡기기로 생각한다.


음악을 들으며 2시간 반 동안 메이크업과 헤어를 받으니 기분이 새로웠다.

매장에 처음 들어올 때 맨얼굴에 로션만 바랐는데

화장 후의 모습을 보신 원장님께서

"화장을 평소에도 꼭 하고 다니세요"

라며 사람이 달라 보인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결혼식에 하고 갈 귀걸이를 가지고 왔냐 물으신다.

평소에 늘 하던 작은 귀걸이였는데

이건 결혼식날 한복에 안 어울린다고 하셨다.

우아하고 심플한 진주 귀걸이가 딱인데 없냐고 물으셨다.


‘나한테 진주 귀걸이가 있었나?’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기억이 안 나서

집에 있는 남편에게 화상 전화를 건다.

남편이 장롱 깊이 있던 내 보석상자 속 안을 전화기로 보여준다.


“결혼식에 어울릴 만한 진주 귀걸이가 없네요”


같이 보고 있던 원장님께서는 말씀하신다.

어떻게 하나 고민하는 찰 나

시어머니께 진주 한 쌍만 빌려달라는 부탁을 하라고 원장님께서 귀띔을 주신다.

시어머니 연세라면 몇 개쯤 가지고 있으실 테니 오늘만 빌려달라고 하시는 거다.

딸 결혼식 당일에 시어머니도 바쁘실 것 같아 부탁드리진 않았다.

대신 내가 직접 우리 집으로 가서 보석함을 뒤져보았다.


‘나한테 진주 귀걸이 하나쯤은 있지 않았나?’


그런데 정말 없었다.

할 수 없이 작은 큐빅이 박힌 심플한 귀걸이를 찾아 착용하고 결혼식 장으로 향했다.


식장으로 가는 도중 얼마 전 시어머니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났다.

시누이가 결혼하기 전 시누이 시댁에서 예물을 해주셨다고.

시누이 시어머니께서 굵은 금반지를 해주셨는데

시누이가 마음에 안 들어했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다이아몬드 반지와 진주 귀걸이 세트 등 여러 가지를 해주셨다며

시어머니께서 만족스러운 얼굴로 웃으시던 게 기억났다.

그전에 어머니께서는 예단을 얼마 정도를 해서 보냈다고 덧 붙이신다.

그 금액은 12년 전 내가 시집올 때 해왔던 액수와 똑같았다.

그 당시로는 우리 집에서는 최선을 다해 예단을 해드렸었다.


시어머니와 남편과 함께 나의 예물을 보러 간 날

시어머니는 진주는 나중에도 살 기회가 많다고 하셨다.

그래서 간단한 금목걸이와 귀걸이 세트만 했던 게 기억난다.


나는 평소에 액세서리류를 좋아하지도 않을뿐더러

주렁주렁 차고 다니는 걸 귀찮아했다.

그래서 그게 뭐 서운하다거나 하는 감정 없이

필요성 조차 모르고 이때까지 살아왔다.


그런데 12년 후 시누이 결혼식날이 되어

나에게는 진주 귀걸이 하나가 없다는 사실에

왜 이렇게 마음이 복잡해지는 걸까.

평소에 시어머니를 좋아하고 따르던 나였는데도 말이다.




딸과 며느리는 정말 달라서일까?

그 두 존재의 간극에 잠을 못 이루었다.

밤새 고민하고 내린 결론 두 가지!


첫째, 빨리 돈 모아서 예쁜 진주 귀걸이 하나 사야지....


둘째, 며느리와 딸은 다른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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