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나는 아파트 2층에서 산다.
이 곳에서 사는 2년은 정말 힘든시간이었다.
1층집 아주머니가 우리 집을 층간소음 발생 가해자로 지목하면서부터다.
우리가 최대한 조심하는데도 우리집 탓만 하니
이 상황이 아주 큰 스트레스였다.
우리가 윗집으로 조심해야 할 입장이기에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의 모든 노력을 한다.
그중 하나는 믹서기 소음 줄이기이다.
나는 아침 9시마다 믹서기에 두껍고 뚱뚱한 패딩을 입힌다.
우리 가족은 아침에 과일과 야채를 갈아 건강 스무디를 만들어 마신다.
이 믹서기가 성능은 좋지만 소리가 시끄럽다.
이 믹서기 소음을 줄이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할수 있을까?
이렇게 까지 해야 되나 라는 자괴감이 들 때도 있지만
섬세한 귀를 지니신 아랫집 아주머니를 위해 고민해 본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오후 4시 정도에 윗집 3층에서 믹서기 가는 소리가 났다.
2층인 우리 집에서 윗집의 윙~ 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생활소음이야 날 수 있으니 그런가 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얼마 후 누가 우리 집 대문을 두드린다.
밑에 집 아주머니께서 또 친히 올라오셨다.
기계소리가 시끄럽고 거슬린다고 하셨다.
우리 집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라고 했다.
그랬더니 이상하다 이 집 밖에 없는데 하면서 3층에 확인하러 올라가신다.
3층 아주머니가 김장 하는데 쓸 마늘을 다지는데 믹서기에 넣고 갈았단다.
3층에서 발생하는 믹서기 소리까지 감지해내는 능력을 지닌
아랫집 아주머니의 소머즈 능력에 다시 한번 소름이 돋았다.
이런 일도 있었다.
시어머니께서 은행 열매를 주셨다.
은행을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껍질을 까먹으면
은행 특유의 꼬릿 꼬릿한 냄새는 사라지고 고소한 간식이 된다며 주셨다.
그런데 생각보다 껍질 까는 게 쉽지 않았다.
나는 식탁에 두껍게 수건을 몇장 깔고, 탁탁 치면서 껍질을 까기 시작했다. 오후 3시였다.
3분이 채 지났을까?
이번엔 경비실에서 인터폰이 온다.
지금 우리 집이 무척 시끄러우니 당장 중단하라는 것이다.
나는 우리 집 식탁에서 수건 깔아 놓고 은행 까는 것도 안되냐며
경비 아저씨께 하소연했다.
경비아저씨도 민원이 들어오면 어쩔 수 없다며 난색을 표하셨다.
그러면서 1층 집 아주머니가 원래 유난하다는 말씀을 하신다.
더 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말을 아낀다고 하신다.
에휴휴... 어떻게 우리가 이런 집 윗집으로 이사 올 수가 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아이 둘을 키우는 우리 집은 이사할 때
1층을 찾고 찾았지만 자리가 하나도 없었다.
2층이라도 저층이니깐 괜찮겠지 하며 지금의 집으로 들어왔었다.
하지만 아파트에서 무슨 소리만 들리면
남자아이 둘이 있는 우리 집이 층간소음 발생지로 항상 지목되었다.
심지어 우리 집에 아무도 없고 모두 외출 중인데
1층에서 인터폰을 하고, 찾아오고 했다는 사실도 나중에 알았다.
이런 상황에 스트레스를 심하게, 굉장히 심하게 받았었다.
그래도 아랫집과 잘 지내보려 명절 선물세트와 과일, 채소, 차 세트, 커피 등 이것저것 많이 드렸다.
1층 아주머니와 직접 얼굴 보기 꺼려 그 집 문 손잡이에 걸어두고 나왔다.
하지만 이런 선물들도 가 퇴짜 맞았다.
우린 이런 야채 안 먹는다며 다시 되돌려 보냈고
우린 이런 제품 안 쓴다며 명절 선물 세트에서 몇 개는 또 되돌려 보냈다.
이런 차는 안 마시니 경비실 아저씨 드렸다고 한다.
그나마 커피는 잘 먹었단다.
나는 오늘도 믹서기에 오리털 90%인 아주 따뜻하고 뚱뚱한 패딩을 입힌다.
이 정도면 소음을 줄일 수 있을 것 같아서다.
물론 믹서기 바닥에는 발매트 2장과 수건을 깔아놓았다.
혹시나 믹서기 소음이 아랫집으로 가는 것을 나름대로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항상 믹서기를 갈 때마다
이 소리도 들리려나?
또 찾아오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으로 믹서기를 쓴다.
이 집에 살면서 어떤 일을 하든지
아랫집 아줌마를 생각하며 신경쓴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이렇게나 자주 생각하다니...
참으로 신기하고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사람이 자기 집에서
편히 쉴수 있다는거...
정말 중요한 일이다.
새삼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