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가해자의 고통

나는 얼마 전 20년이 넘은 오래된 아파트로 이사 왔다.

미국에서 10년 동안 살다 귀국 후 첫 보금자리다.

외국에 있는 우리를 대신해 시아버지께서 집을 알아봐 주셨는데, 작고 오래된 아파트에 필요한 전세자금도 없어 모두 대출받아야 했다.

그런데 비싼 이자를 준다 해도 한국에서 신용이 없는 우리 부부는 대출받기 힘들었다.


어찌어찌해서 겨우 산을 하나씩 넘고 대출을 받아 작은 아파트로 들어왔다.

그런데 문제는 이사한 날 터졌다.

이사 당일 2층인 우리 집에 인터폰이 울렸다.

우리는 한국에서 짐이 없어 이삿짐센터 차도 안 빌리고,

집기 몇 개만 손으로 옮겨 저녁에 치킨을 시켜 먹던 중이었다.

인터폰 속 경비 아저씨는 1층에서 항의가 들어왔으니 조용히 해달라고 한다.

‘오늘 이사 와서 애들이 좀 쿵쾅거렸나?’ 생각하며 조심하겠다고 인터폰을 내려놓았다.


그 후로부턴 인터폰은 조용히 하라는 협박하는 전달 도구가 되었다.

찾아올 손님이 없는 우리 집 인터폰 소리는 100% 항의 전화였다.

다음날 바로 7cm 두께의 가장 비싸고 좋은 놀이매트 3장을 샀다.

작은 아파트 거실에 이 매트들을 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깔아 두었다.

그리고 일반 놀이방 매트 2장을 사서 아이들 방에 깔았다.

혹시라도 아이들이 뛸 경우를 대비해, 실내용 유아 점핑 기구를 애들 방 매트 위에 설치했다.


거실에서 걸음 소리가 들린다고 항의를 받고, 털이 많이 달린 러그 두 개를 깔았다.

거실에서 부엌으로 향하는 어른 키만 한 공간이었다.

또 바닥이 두꺼운 실내용 슬리퍼를 가족 수대로 구입하여 신었다.

아주머니가 식탁 끄는 소리가 거슬린다고 하여

테니스 공 12개를 구입하여 다리가 달린 모든 가구에 끼웠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은 다했다.


어느 날 1층 아주머니가 직접 우리 집 문을 두드리신다.

“어제 새벽 5시에 무슨 소리냐?”

“그 시간은 가족 모두 자는 시간인데 소리 날 리가 없는데요”

아주머니가 쿵 하는 소리가 들려서 잠을 못 주무셨단다.

생각해보니 새벽에 아이가 나랑 같이 침대에서 자던 중 바닥으로 한번 떨어졌다.

바닥에 떨어진 아이는 계속 자길래 괜찮나 보다 하고 나도 다시 잠이 들었다.

그 이야기를 전해 드리니 본인이 갱년기 때문에 잠을 못 자니 조심하라고 한다.

친정엄마도 갱년기 증상을 호소하셨던 기억이 나서 조심하겠다고 하니 아주머니는 내려가신다.


한 번은 아이가 밤새 열이 나고 아파서 응급실에 다녀온 후,

4시간마다 약을 먹이기 위하여 방을 들락날락한 적이 있다.

다음날 새벽에 왜 움직이느냐며 친히 찾아오셨다.


추석이 되어 선물세트와 과일을 아랫집 문 손잡이에 걸어 두었다.

대면하고 싶진 않고, 아이가 있는 우리 집을 이해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다시 돌려주신다.

‘우린 이런 거 안 먹어요. 저번에 주신 차 세트는 경비실 아저씨께 드렸어요’란 메모와 함께.


분리수거하러 아이와 나갔는데, 멀리서 누가 흘겨보는 게 느껴진다.

1층 아주머니가 눈을 치켜뜨며 우리 쪽으로 걸어온다.

순간 아이와 함께 있는 나는 당황되었다.

“1층 아주머니시네, 안녕하세요, 인사해야지”라며 그 옆을 지나간다.

이제는 아파트에 살면서 가장 강력한 적이 되어 버렸다.


한 번은 가족 모두 일요일에 외출하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인터폰이 울린다.

주말인데 시끄럽다고...

화가 난 남편은 집에 아무도 없었고, 지금 막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아주머니는 누굴 속이려 드냐며 오히려 역정을 내셨다.

우리를 믿지 못하던 그분은 관리사무실에 가서 우리 출입시간을 보려 cctv 확인 요청했다.

증거 자료를 녹화하기 위해 경찰까지 왔다.

키가 작은 편인 남편이 1층 아주머니와 덩치 큰 경찰들 사이에서 서 있었다.

우리 가족을 변호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아렸다.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아주머니는 모든 기록을 두 눈으로 직접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믿지 않으셨다.


이 스트레스를 받는 건 오로지 집에 있는 나와 아이들이다.

나는 우울증이 왔고, 집에 들어가기 싫었으며,

한국 삶에 회의가 들었다.

이런 이상한 집을 알아봐 준 시아버지가 미웠다.

결국 남편은 본인 전화번호를 1층 아주머니께 알려주며

항의할 일이 생기면 이 번호로 연락하라고 했다.

그 뒤로 시시때때로 문자가 왔다.

몇 시, 몇 분, 쿵쿵댐. 윙 소리가 들림. 식의 문자부터, 인격 모독하는 기분 나쁜 문자까지.

세상에 이런 사람도 있나 싶을 정도로 이건 아니지 싶었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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