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월말정산 (8월)

아주 작은 것부터 하나씩 차곡차곡

by 삶예글방


요즘 어떤 책 읽으세요?

오 ,, 저 뭐 여러가지 읽고 있습니다.


보통 무슨 책 많이 읽으세요?

이것 저것 가리지 않고 다 읽습니다.


이 대답만 보면 정말 취향 없는 사람 같다. 그리고 책을 진짜 읽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드는 두루뭉술한 대답이다. 물론 읽고 있는 책을 이야기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늘 병렬독서로 한번에 최소 7-8권을 읽는터라, 모두 얘기하기엔 과하고, 또 한 두 가지만 이야기하기엔 어떤 책에 주인공자릴 내어줄건지 고민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주로 책과 관련된 질문을 들으면 두 가지로 나뉜다. 아주 모호하고 두루뭉술하게 (사실 위의 대답이 모두 맞긴 하기에) 대답하고, 내 독서 근황을 알고 있는 책친구들에게는 그 때 그 때 생각날 때마다 이야기 하다 보니 편하게 바로 대답이 상황에 맞게 나온다. 물어보기 전에 내가 먼저 책 추천이나 소개를 하게 될 때도 있다. 특히 아쳅토에서 운영하고 있는 독서모임 책 친구들에게는 매 주 만나는 사이이다 보니 꾸준히 책수다가 쌓여 자연스레 툭 툭 괜찮았던 책 연결하며 이어 꺼낼 수 있는 것이다.





2025. 9. 16




몸도 마음도 생활도 일상으로의 복귀하던 요 며칠, 지난주의 감정 과잉의 날들과 수면부족의 여파로 지독한 몸살감기가 찾아왔다. 정상 영업을 알리며 공지를 날린 게 부끄러울 정도로 다시 드러누워 보내게 되면서 이런저런 책수다 컨텐츠를 찾아보다가,, 내 개인 어느 채널에도 제대로 된 독서 기록을 연재하고는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그저 종이로 된 독서노트에만 주구장창 적을 뿐,, 아이폰에서 갤럭시로 갈아탄 뒤로는 급할 때 구글 킵에 끄적이고, 필사나 감상은 주로 작은 노트에 적어두곤 한다. 너무 일상이 되어버리면, 아주 의미 있는 활동도 제대로 기록하거나 톺아보지 못하고 흘려보내게 된다는 것을 요새 새삼스럽게 며칠간 더 절감했다.


그런의미에서 지난 한 달 간 읽은 책들을 적어보기로 했다.

어떤 것들을 적어보면 좋을까 하다가 아래의 목록으로 정리해보았다.


함께 읽으며 기억에 남은 책

혼자 읽은 책

다음 달에 읽을 책

구매할 책

이달의 책 2 권

이달의 새로운 작가 발견





책 친구들과 독서모임 때 같이 읽은 책


「 에덴의 동쪽 1, 2 」 존 스타인벡, 민음사

- 도서관에서 빌려 읽다가 구매

- 미국판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 혹은 토지 같다. (존 스타인벡이 미국 사람이고 배경도 1800년대 후반 미국이다.) 가족사와 시대사를 잘 버무린 인간 본성의 극과 고뇌를 보여주는 쫄깃하고 자극적인 스토리. 지루할 틈 없이 몰아닥친다. 2권은 아직 읽고 있기에 장담은 못하지만 1권은 정말 추천!


「 경험의 멸종 」 크리스틴 로젠, 어크로스

- 구매해서 읽고 있는 책

- 이동진 평론가가 파이아키아 유튜브 채널에서 추천했던데, 추천하기 전부터 시의성이 탁월한 주제를 잘 다뤘다 생각해 독서모임 도서로 지정해두고 있었는데 반가워서 재독했다. 다시 읽으니 근 20년 전과 지금 사회에 대한 비교가 한쪽으로 치우친 것 같아서 조금 아쉽긴 했다. 깊은 유대를 나눌 수 있는 직접 대면이 사라지고 있는 요즘,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을 찾아나가지 않을까?


「 여수의 사랑 」 한강, 문학과지성사

-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반납함. 단편 두 편은 좋고 그 뒤에 편은 좀 난해하고 안읽혀서 구매할 지 고민 중

- 표제작인 <여수의 사랑>, 그리고 두번째로 이어지는 <어둠의 사육제> 두 편이 정말 인생 단편소설로 꼽을 정도로 좋았다. 소설의 내용이 지금 나의 삶에 찰싹 달라붙었다고 표현하면 맞을 것 같다. 주인공 인물이 겪는 아픔과 외로움, 막막한 현실등이 뼈저리게 깊이 다가와 숨 못쉬고 읽었다. 짧은 분량이지만 많은 문장을 내 노트에 남겨준 고마운 작품. 별도로 유튜브가 됐든 블로그가 됐든 후기를 남겨두리라 다짐. 또 다짐한 작품!




혼자 읽은 책


「 삶을 견디는 기쁨 」 헤르만헤세, 문예춘추사

- 구매해서 읽고 있는 책

- 시작하는 문장을 읽으면서, 수린과 동생 찬이에게 선물하고 싶었다. 두 사람 모두 읽으며 눈물 흘렸다는 뒷 이야기. 어떤 문장이나면,


"저녁이 따스하게 감싸 주지 않는
힘겹고, 뜨겁기만 한 낮은 없다.
무자비하고 사납고 소란스러웠던 날도
어머니 같은 밤이 감싸 안아 주리라."



「 작은 동네 」 손보미, 문학과지성사

-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있는 책

- 책장의 숲을 정신 없이 돌아다니다 정말 우연히 발견했다. 제목에 끌려 꺼내어 몇 문장 읽어보고 너무 좋아서 원래 빌리려 계획 했던 다른 책 한 권 내려 놓고 이 책을 데려왔다. 후회 없는 선택. 정말 계속 궁금하게 만드는 전개에 계속 놀라며 흥미진진하게 읽는 중.


「 술, 맛, 멋 」 김혜나, 은행나무 (이달의 책 1!)

-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책

- 아마 나의 올 여름 최고의 책이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읽는 내내 좋았다. 취향저격인데 존경과 동경으로 우러나오는 감탄을 곁들인 우리 술과 문학 이야기. 다시 생각하는데 설렌다. 큐레이션과 기획도 좋았지만 저자가 읽어온 한국 문학과 직접 발품 팔아 다니며 만난 우리 술 이야기가 자신의 경험과 서사에 자연스레 버무려 소설인지 에세이인지 모르겠는 아름다운 작품이 된 것 같다. 이 책에 나온 우리 술과 문학을 가지고 독서모임 겸 술과 밥이 있는 모임을 꼭 해봐야지 마음 먹었다. 당연히 구매 예정



「 미셸 푸코의 실존의 미학, 내 삶의 예술가 되기 」 천경, 북코리아 (이달의 책 2!)

-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하고 빌려 읽다가 구매해서 읽고 있는 책

- 미셸 푸코가 누군지도 제대로 몰랐는데, 내가 아쳅토를 운영하면서 노래를 부르던 삶은 예술이고, 모든 사람은 자기 삶의 예술가다. 그런데 특히 자기의 삶을 주체적으로 창조해가는 사람을 나는 삶의 예술가라고 부른다고 명명하고 찾아다니며 인터뷰도 하고, 그런 의미에서 글방도 운영해온건데, 그 이야기를 주창한 철학자를 발견한 것이다. 정말 운명같은 만남이라 생각했다. 너무 반갑고 신기해서 잠못들며 매일 밤마다 꺼내 읽고 필사도 하고 낭독도 해보며 소중히 읽어가고 있다.


「 먹고살고 글쓰고 」 김현진,이서수,송승언,김혜나,정보라,전민식,조영주,김이듬,이원석, 빛소굴

-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있는 책 (완독 했으며 구매 예정)

- 김혜나 작가의 술 맛 멋을 읽기 시작하고 그녀에게 반해버린 뒤 도서관에 있는 김혜나 작가 이름으로 된 모든 책을 다 빌려 보았다. 그 중 인상 깊어서 절절히 위로와 힘을, 또 실질적인 조언을 많이 듣고 얻은 고마운 책이다. 덕분에 다른 좋은 작가들도 많이 알게 되어 기쁘고 반갑다.


「 삼체 1 」 류츠신, 자음과모음

- 윌라 오디오북으로 읽고 있는 중. 분량의 압박으로 몇 주 째 틈틈히 읽는데 아직 1권 읽고 있다.

- 세계관을 이해하는데에 방대한 분량을 왜 필요로 했는지, 이제서야 알 것 같은 전개까지 왔다. 듄 세계관 못지 않게 거대하고 촘촘하게 잘 짜여진 세계다. 현실 사회의 문제를 너무나 많이 잘 이해하고 쓴 소설 같아서 더 읽으면서 매료되고 있다. 영화로도 어서 보고 싶다.


「 나무를 심은 사람 」 장 지오노, 두레

- 전자책으로 읽고 좋아서 구매해서 선물도 함

- 이렇게 살겠다 다짐한 책. 허허벌판에 나무를 심어 숲을 만든 사람의 이야기다. 그림 동화인데 얇은 두께와 반대로 이야기가 주는 울림은 두텁다. 정말 만나게 된 인연도 신기하다. 연희동 보틀라운지에서 커피 기다리다 쪼그려앉아 책장 구경하다 발견했는데, 전에 알던 책인데 완독 해본 적은 없었던터라 몇 장 읽고 너무 좋아서 꼭 구매해서 읽어야지 적어두었다가 읽었다. 아 - 나도 나무는 못심더라도 아름다운, 살고 싶어지는 문장을 심는 사람으로 살다가겠다 다짐에 또 다짐 하였다.


「 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 」 최승자, 난다

- 구매해서 재재독 하는 책

- 시니컬한 글이 위로가 될 때가 있다. 삶과 사회에 대한 솔직한 일갈, 자신을 향하여도 마찬가지인 그 대담하면서도 순수한 열정이 오히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삶을 살고 싶어지게 할 때가 있더라.


「 먼저 온 미래 」 장강명, 동아시아

- 전자책으로 읽고 있는 책

- 아찔해진다. 바둑계에 먼저 온 AI특이점, 직업도 업의 성격도 전부 바꾸어버린 변화는 정말 '먼저'온 미래일 뿐일까.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살아야할까. 계속 질문하게 만드는 책이다. 정말 사회가 고민해나가야할 시선을 예리하게 잘 짚어서 제시해낸다. 장강명 작가 최고!


「 편안함의 습격 」 마이클 이스터, 수오서재

- 전자책으로 읽고 있는 책


「 긴키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 」 세스지, 반타

- 전자책으로 완독

- 일본어 공부하다가 추천 받아 읽기 시작했는데, 다 읽을 때까지 으스스한 기분을 달고 지내야 했다. 책을 읽으며 무섭다는 생각을 해본 게 언제인지? 공포소설 당긴다면 꼭 한번 보시길. 개인적으로는 일본 공포 소설 흡입 잘 안되는 편인데 이 소설은 정말 첫 장부터 무서운 속도로 빨려들어갔다. 영화는 비추천, 소설은 강추천.


「 어른 노릇, 사람 노릇 」 박완서, 작가정신

- 구매해서 읽고 있는 책

- 머리맡에 두고 거진 일주일에 한 두번은 꺼내어 읽는다. 좋은 어른으로 나이들고 싶어서, 조카에게 좋은 어른으로 있어주고 싶어서. 그리고 좋은 어른이 지금 나에게도 필요해서 자꾸 찾는 책이다. 올해의 작가는 나에게 단연 박완서 작가님!


「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 법정, 조화로운삶

- 구매해서 읽고 있는 책

- 머리맡에 두고 이틀에 한번은 꺼내어 읽는다. 삶에 대한 욕심으로 불안이 차오를 때 읽으면 고요해지는 마법.






다음 달에 읽을 책


「 옐로 페이스 」

「 친구의 표정 」

「 신들의 사회 」

「 삼체 2 」

「 우리는 왜 선물을 줄 때 기쁨을 느끼는가 」

「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 」

「 테크노 퓨달리즘 」

「 세계 끝의 버섯 」

「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





구매할 책


「 술 맛 멋 」

「 먹고살고 글쓰고 」







새로운 작가의 발견


김혜나 작가

일상적이면서도 들뜨지 않고 담백한 글에 반했다. 그러니까 현실의 무게와 삶의 모순을 우울하지 않게, 마치 요가 수련하는 자세로 이끌어 의연하게 풀어낸다. 가만히 읽으며 따라가다 보면 진득하게 위안이 온다. 아주 이상한 위안이다. 그녀의 독서취향과 술취향, 그리고 글투가 좋다.


정보라 작가

그녀의 단편 하나만 스치듯 읽었는데 산문을 읽으며 깊은 애정을 느꼈다. 그리고 그녀의 글에 눈물이 나고 위안이 깊이 되었다.






생각보다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하구나. 주간으로 틈틈히 정리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요새 왠만한 기록을 다 아날로그로, 노트에 연필이나 펜으로 적어두다 보니 디지털상에 생각이나 독서 기록이 희박해지고 있다. 장점은 집중하기 좋은 것, 단점은 꺼내어 쓰려고 할 때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 지금처럼 아날로그로 주욱 기록하되, 정기적으로 한 번 씩 디지털 기록으로 정리해보고 통계내보는 정도를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달의 독서 월말정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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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