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 」
계속 가기 위해서
2025. 10. 23
유독 파아란 하늘에 웃음 가득 걸린 아침. 가벼운 걸음으로 들어간 카페에서 일본어 공부를 마치고, 수린 집으로 가기 전 아쳅토 유튜브에 이번 주 편집했던 고민사연 책처방 영상을 올렸다. 무려 명절 특집 이었다. 10월 초 명절시점에 맞춰 올리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9월 말에 찍어둔 영상이다. 명절 관련된 단어를 모두 컷편집으로 드러내버릴까 하다가, 명절은 매 번 돌아오니까.. 라며 가벼운 마음으로 남겨두었다. 그러고 보니 어느덧 11월을 딱 한 주 앞두고 있다. 11월의 독서모임의 새로운 기수도 모집해야 하고, 3일 뒤 시작 될 글쓰기 모임 삶예글방 2기는 기존 멤버 대상 모집 외에는 정식 공지를 결국 올리지 못했다. 매 주 글을 쓰고 있으면서, 함께 쓰는 일이 그렇게 기쁘고 소중했으면서 나는 함께 쓰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질 못하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오늘도 한번 더 스스로에게 질문해본다. 답은 아직 내리지 못했다. 그리고 오늘을 맞았다. 수린 집에 가서 앞으로의 나날에 대해 이야기도 나누고, 점심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어느새 망원으로 돌아갈 시간. 목요일엔 여러가지 고정 일정이 있지만, 책방을 워크인 영업하는 날이기도 한데, 나는 지금 홍대입구역 근처 카페에 와서 5시간째 메뉴 하나씩 추가해가며 노트북을 켰다가 접고, 노트를 열었다 접고, 책을 열었다 한참 펼쳤다 닫고 다시 노트북을 열어 글을 쓰고 있다. 집중해서 일하겠다는 마음으로 책방이 아닌 카페로 출근해버렸다. 성실한 일상 틈에 무책임한 충동과 열렬한 실행 옆에 극한의 미루기가 싸우는 날들, 주어진 역할과 책임, 원하는 삶과 해야하는 일들 사이에서 숨을 헐떡이고 있는 요즘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역할과 동일화되지 않고 해야 할 일을 하는 것, 그것이 우리들 각자가 이곳에서 배워야 할 삶의 예술이고 가장 중요한 배움이다.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 」 p.149
작고 소중한 삶예글방 브런치를 운영하면서 고맙게도 기회가 한 가지 왔는데, 바로 트레바리 독서모임의 파트너 제안이었다. 이번 주 일요일, 이 헐떡이는 날들 중에 나는 새로운 모임을 또 하나 시작하게 됐다. 이 또한 아쳅토의 지속에 명을 더해 줄 숨이 될거라 믿으며. 모임의 컨셉과 테마 모두 나를 위한 것으로 철저하게 설정했다. 지금 나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을 해야만 내가 기꺼이 이어갈 수 있을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만든 모임의 카테고리는 '체험독서'. 내가 만든 모임의 컨셉이자 테마는 '산책읽기'. 산 책을 읽는 것이기도, 산책하며 읽는 것이기도 하다. 은근슬쩍 산을 오르내리며 책을 읽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기도 했다.
숨을 쉬어야 하는 날들. 벅찰수록 잠시 멈추어야 하는 순간들. 산책을 통해 마주하곤 했다. 그럴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책은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 내가 나라고 믿고 있는 것들과 안녕하고, 참된 삶으로 다시 떠오르자는 묘하고 신비로우면서 난해한, 그런데 아름다운 시와 같은 문장들이 불쑥불쑥 다가오는 이야기라고 해야할까. 일단 이 책을 선정한 것은 나를 위한 책처방이기도 했다. 10월의 마지막, 11월을 앞두고 내게 주고 싶었던 책처방. 간절히 다시 숨쉬고 싶어서. 내 삶에 호흡을 이어주고 싶어서.
누구도 당신이 누구인가를 가르쳐 줄 수 없다. 누군가가 가르쳐주는 것은 개념에 불과하기 때문에 당신을 변화시킬 힘이 없다. '나는 누구인가'는 믿음이 필요하지 않다. (⋯⋯) 왜냐하면 당신은 이미 당신 자신이기 때문이다. p.245
작은 사물과 일들은 내적 공간에 여백을 남긴다. 그리고 이 내적 공간, 조건 지어지지 않은 의식 그 자체로부터 진정한 행복, '순수한 있음'의 기쁨이 퍼져 나온다. 하지만 작고 조용한 것을 알아차리기 위해서는 먼저 내면에서 조용해져야만 한다. 깊은 깨어 있음이 요구된다. 고요하라. 보라. 귀 기울이라. 현재의 순간에 존재하라. p.298
세 번째 읽은 책인데도 정말 쉽지 않았다. 좀처럼 휘리릭 읽어갈 수 없는 책이다. 단숨에 읽을 수 없는 책. 누군가 추천하냐고 물으면 쉬이 추천할 수 없는 책. 어떤 책이냐 물으면 한마디로 답하기 어려운 책. 마지막 부분을 삼독째에 되어서야 마주할 수 있었던 책. 그럼에도 나는 왜 자꾸 이 책으로 되돌아오곤 했는가. 왜 이리 어려운 책을 골랐나요? 라는 원성을 들을 수 있음에도, 독후감 제출을 고사하고, 한 자 쓰기 시작하는 것 조차 부담스러운 책을 고른 이유는 단 하나다. 이 책이 삶과 너무나도 비슷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렵고 막막하지만, 결코 포기해버릴 수 없는 나의 일. 통제불능의 상황이 느닷없이 자꾸만 일어나지만, 사랑할수밖에 없는 날들이 어이없게 위로해버리는 나의 삶. 겪어보지 않아 모호하고 불투명한 '진짜 나'를 만나는 순간에 대한 설명과 그에 다다르는 과정. 끝장을 덮으며 이것은 무슨 SF소설이나 판타지 소설의 첫 문장을 만나는 결론이라고 적었다. 그럼에도 벌써 설레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사람들은 어떤 물음표와 느낌표를 만났을까. 잠시 '틈'을 내어 '호흡' 하며 나의 의식을 마주하였을까. 물어보고 싶은 것들이 한가득이다. 그리고 이 낭만주의자 같은 새로운 지구 추구자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지도 물어보고 싶었다.
철학자 타카누스는 "안정을 위한 욕망은 모든 위대하고 고귀한 진취적인 일에 저항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불확실성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것은 두려움으로 변합니다. 그러나 완전히 받아들이면 그것은 두려움으로 변합니다. 그것은 더욱 커진 살아 있음, 깨어 있음, 그리고 창조적인 힘으로 바뀝니다. p.345
의식이 당신이 하는 일 속으로 흘러들어 올 수 있는, 그렇게 해서 당신을 통해 이 세상 속으로 흘러들어 올 수 있는 세 가지 길이 있다. 당신이 삶을 우주의 창조적 힘과 연결시키는 세 가지 방식이다. (⋯⋯) 깨어 있는 행동의 세 가지 방식은 받아들임, 즐거움, 열정이다. p.369
혼돈과도 같은 책을 읽는 행위가, 지금의 나의 숨찬 날들에 어떤 유익이 될까. 사실 알 수 없다. 하지만 당장 내일 아침으로 기다리고 있는 한 회사의 면접과, 이어질 틈틈이 아쳅토의 일과 모임 준비. 그리고 오후에 기다리고 있는 위어도우 피잣집 아르바이트는 모두 버겁고 힘든일로 다가오는 게 아니라, 나에게 기꺼이 '받아들이고, 즐기며, 열정을 다할' 준비를 시켜주었다.
한 숨 쉴 준비. 언제든 '틈'을 불어넣을 준비를 도와준 이 책을 추천하진 않는다. 하지만 언젠가 갑자기 숨쉬기 힘들어지는 순간이 오면, 조금은 긴 시간의 덩어리를 마련해 이 책과의 혼돈 여행을 떠나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