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마음과 너그러운 마음을 품으며 | 시원

잠시 멈추어서 답신을 써서 보내요

by 삶예글방



나은 님, 편지 너무 잘 읽었어요.

저는 정말 오랜만에! 얼마만인지도 모르겠어요. 시간에 쫓기지 않고 여유롭게 시간을 누리며 글을 쓰고 있답니다. 마음껏 시간을 누리고, 글을 쓸 수 있는 날이 드디어 찾아오게 되어서 너무 기뻐요! 카페 탐방 하는 걸 좋아하기에 오랜만에 새롭게 생긴 카페를 찾아서 글을 쓰고 있어요. 윤석철 트리오 노래를 정말 좋아하는데, 마침 윤석철 트리오의 재즈와 함께 답신을 적고 있답니다.


저는 글을 쓰면서 늘 자신이 없어요. 이게 잘 쓴 글인지, 누가 읽어 주기나 할까 – 하는 고민들을 하며 글을 쓴답니다. 나은 님과 합평 모임을 하면서 ‘내 글이 이렇게 읽힐 수가 있구나’라는 생각을 가장 많이 해요. 독자가 있다는 건 글을 쓰는 작가의 입장에서 가장 감사한 일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나은 님께서 누구보다도 저의 글을 유심히 읽어주시고 응원해 주시기에 제가 계속 쓰며 나아갈 수 있는 거 같습니다. 감사해요!


인디자인까지 켜서 자간과 기울임을 조절하면서까지 문장을 신경 써주시다니.. 정말 전 이 부분이 감동 포인트였답니다. 새롭게 탄생한 저의 문장을 바라보며 ‘더 이상 달려가고 싶지도 바삐 움직이고 싶지 않은’ 마음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어요.


나은 님의 편지를 읽으면서 ‘살아내는 나’와 ‘알게 되는 나’에 대해서 저도 고민을 하게 되었는데요. 살아내는 나는 계속해서 무너지는 순간의 반복인 거 같아요. 다정하고 너그러운 마음, 저도 늘 다짐하고 다짐하지만 깨지기 쉬운 순간들이 많답니다. 나의 입장에서 상대를 바라보면 유독 실망하고 속상한 순간들이 많은 거 같아요. 상대는 ‘내’가 아닌데 말이죠.. 그래서 더욱더 다정하고 너그러운 마음을 바라게 되는 것 같습니다.
다정하고 너그러운 마음이 들어서기 위해서는 ‘사랑’이 필요한 거 같아요. 사랑의 근원과 출처가 무엇이냐고 물어봐 주셔서, 이 편지를 통해 제 나름의 답을 적어봅니다.


제게 사랑은 종교적인 언어와도 맞닿아 있어요. 크리스천으로 살아오며, 사랑은 언제나 나보다 큰 마음으로부터 온다는 감각을 배워왔어요. 그래서 연약한 나의 모습들을 솔직하게 마주하게 되고, 그럼에도 다시 사랑을 붙잡게 되는 이유도 결국은 그 깊은 내면의 가치에서 비롯되는 것 같아요.



나은 님의 「위선자의 마을」을 읽으며 ‘다시 돌려주는 마음’에 대해서도 오래 생각하게 되었어요. 빼앗지 않고, 다시 돌려주는 것. 어쩌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너무 많은 것들을 빼앗으며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요. 사람과 생명만이 남아 있는 마을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일지 계속 질문하게 되었어요. 삶의 순환일지, 자연의 순수함일지, 아니면 인간과 생명의 본질을 끝까지 붙드는 태도일지도요. 휴머노이드도, 슈퍼컴퓨터도 없는 사회가 우리에게 건네는 메시지는 무엇일지 자꾸만 생각하게 됩니다.
위선자의 마을에서 나오는 현대사회의 모습이 곧 우리가 마주해야 하는 사회의 모습과도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어쩌면 지금 우리는 모두가 서로를 빼앗고 있지는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서로를 빼앗는 것뿐만이 아니라 나 자신을 갉아먹는 건지도 몰라요.


그래서 저도 이제는 잠시 멈추려고 합니다. 멈춰서, 단순한 삶으로 돌아가려고 해요. 더욱더 단순하게, 느리게 살고 싶은 요즘입니다. 나은 님의 소설을 읽으며 더욱더 제가 가지고 있는 고요한 마음들을 마주하게 되어요. 여러모로 감사합니다!



(p.s. 오늘 집으로 돌아가면 나은 님이 보내주신 선물이 도착해요! 덕분에 설렘과 기대를 안고 돌아갈 수 있을 거 같아요 ㅎㅎ! 다음 편지에서 보내주신 선물과 함께 이야기들을 풀어 볼게요!)


부디 이번 주는 아프지 마시고, 넉넉한 마음들을 품고 살아갈 수 있길 바랄게요!


다음 편지에서 뵈어요!
시원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