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 님,
여성의 날이었던 일요일, 잘 보내셨나요? 저에게 시원 님 같은 여성 동료가 있어 어찌나 소중한지 다시 한번 생각하는 하루가 되었답니다. 감사해요. 앞으로도 잘 부탁 드립니다.
저는 오랜만에 좀처럼 글이 써지지 않는 이틀을 보냈어요. 미리 써서 예약해둔 문장밥 글을 무사히 게재 되었지만, 편지를 쓰려는데 제 마음도 너무 복잡하고 힘들더라고요.
잠도 좀체 들지 못하는 밤을 보냈어요. 자려고 누웠다가 하루간 일하는 중에 왔던 메시지가 있는지 확인하려 켰던 SNS에서 둠스크롤링을 하다 새벽 두시를 맞이했고요. 뭘 이렇게 정신없이 보고 있나 싶어 보니 시선이 오래 머무는 곳엔 대부분 자신의 일을 사랑하며 몰입하고, 집중하면서 열정을 다하는 이들의 모습이 있더라고요. 나는 일을 하고 싶은것인가? 생각하면서 질문하고는 휴대폰을 닫아 책상에 꽂아두고는, 책을 펼쳐 읽기 시작했어요. 읽다보니 글을 쓰게 되고, 또 쓰다보니 시원님께 하고픈 이야기들도 그제야 생각이 나서 노트에 마구 휘갈겨 써두기 시작했죠. 그렇게 읽고 쓰는 밤, 생각하는 새벽을 보내다보니 어느덧 다섯시가 넘었더라고요.
왜 이렇게 마음이 힘들까, 생각해보니 이란을 비롯해 중동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 때문인 것 같더라고요. 미국의 공습을 받고 중동과 미국의 전쟁으로까지 확대될 위기에 놓여있는 이 상황에 마음이 착잡했던 것 같아요. 먼 곳에서 일어나는 일이지만 틈틈히 알게 되고 들리는 소식을 들으며 계속 마음 한켠이 무겁고 심란하더군요. 국내에선 전쟁 테마주니 뭐니 하면서 돈 벌 기회를 잡으려 하는 움직임을 보며 환멸감을 느꼈고,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응징하고 그들의 정부를 뒤흔들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그런 태도에도 전체주의의 짙은 그늘을 느꼈어요.
미국과 이스라엘을 비롯해 국제사회가 이란이 핵 무장을 하지 말아야 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당연히 폭력, 전쟁의 위험에서 서로를 보호하기 위함이었겠죠? (물론 자신들은 이미 보유국이지만요)
그런데 핵 개발을 마치면 자신들이 위험해질 수 있으니 먼저 공격한다 - 는 그 논리가 너무나 유치하고 그 무식하고 짧은 판단으로 인해 얼마나 깊고 큰 상흔이, 상실이 또 그 지역에 생겨나고 있을지. 한 나라의 주권을 인정하지 않고 함부로 휘두르려는 것이 기독교, 유대교 신을 믿는다고 '호소'하는 국가의 지도자들이 할 행동인가 정말 계속해서 생각하게 되었답니다.
그런데 돌아보면 늘 거대한 전쟁 속엔 종교의 명분도 있던것을 떠올리기도 했어요. 신을 이용해, 신의 뜻을 이용해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는 이기심으로만 보이더라고요.
여하튼 그런 생각들로 마음이 무겁게 보내다보니 자려고 누워도 전쟁같은 꿈만 꾸고, 자다가도 자꾸 깨곤 했던 것 같네요.
시원 님이 지키고 싶은 것에 대한 이야기, 잘 읽었어요. 그저 글자를 읽는데도 너무 좋더라고요.
저는 무엇을 지키고 싶을까 - 생각해보았어요. '좋은 이야기를 남기는 것' 그것을 지켜나가고 싶더라고요. 제가 마주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일수도, 제가 겪은 이야기일수도, 제가 읽거나 보게 된 이야기일수도 있겠죠. 무엇이든 삶에 대해 새로운 시선을 제시하거나, 살고 싶어지게 만드는 이야기를 찾고 기록하고 지키는 일을 하고 싶어요.
이렇게 황량하고 쓸쓸한 주말을 보내다, 시원님의 시선집 글에서 '경칩'에 대한 글을 읽을때만큼은 설레고 움트는 마음이 들었어요. 언젠간, 마음에도 일상에도 봄이 올까요? 지금 저는 조금씩 꿈틀거리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아직 주변은 무지 어둡고, 여전히 조금은 추워서 깨고 나가기 두렵기도, 기대되기도 하는 그런 기분이요.
이런 큰 위기의 시대에 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 때문에 착잡해지고 초라한 기분을 느끼긴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쓰면서, 또 고민하고 아주 작은 하나의 이야기를 찾고 또 기록해보면서 하루를 보내보아야겠죠?
오늘은 제가 일하고 있는 피잣집 위어도우의 대청소 하는 날이에요.
제 마음도 깨끗하게 같이 정리하고 청소하고 오고 싶네요.
그럼 시원 님,
맑은 날들 보내시길 바라며 오늘의 편지를 마칠게요.
나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