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초보 임보자 일기
단체에서 보내 준 임시보호자 안내 사항에는 이러한 문구가 있었다.
‘임시보호처에 이동 후에 최소 3일간은
먼저 임보처에 적응할 수 있도록
산책은 지양해 주세요.’
안내사항에 나와 있는 건 지켜야지, 암만 그렇고말고! 때문에 미키가 온 날로부터 3일간은 산책을 피할 수밖에 없었는데, 흐음...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자니 아이가 심심해할 게 뻔했다. 우리 셋이 친해질 필요도 있었고. 그렇게 우린 이 기간 동안 무얼 해 줄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일단 두 가지를 해 보기로 했다. 그게 뭐냐면...
강아지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서 바스락 혹은 삑삑! 소리 나는 장난감을 아이가 쉴 새 없이 헤드뱅잉을 하거나, 물어뜯으면서 노는 모습 등을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그땐 엄마 미소를 지으며 ‘좋아요’만 꾹 누르고 말았었는데, 미키 임보 용품을 사려고 보니 문득 그 장난감들이 생각났다.
‘분명 미키도 그 장난감들을 좋아할 거야!’
그렇게 바잇미, 우프, 펫프렌즈에서 이 장난감, 저 장난감 한참을 살피다가 (그때 처음 알았다. 종류가 엄청 많다는 것을!) 바스락 소리 나는 거 하나, 삑삑! 소리 나는 거 하나, 마지막으로 후기가 마음에 쏘옥 들었던 커피나무 우드스틱* 하나, 총 이렇게 3개를 샀다. 그리고 미키가 온 날, 바스락 소리와 삑삑! 소리가 나는 장난감을 꺼내어 하나는 미키가 잘 쿠션 위에, 하나는 바닥에 놓았다. 쿠션에 놓은 건 이제부터 여기서 자고, 쉬게 될 거니까 친해졌으면 하는 마음에, 바닥에 놓은 건 거실 돌아다니면서 이 공간에 익숙해졌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하지만, 모든 게 낯설었던 미키의 눈에는 그 장난감들이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가지고 놀라고 슬쩍 옆에 놓아도 외면, 만지작만지작하면서 바스락, 삑삑! 소리를 내어도 외면하기 일쑤였다. 그렇게 이 장난감들은 탈락인 건가 싶었는데...
*커피나무 우드스틱 커피나무라고 해서 ‘카페인’이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고 한다. 상세 페이지에 따르면, 카페인은 열매와 잎에 있고 나무에는 없다고 한다.
바로 다음 날 아침.
“미키야! 이거 봐라~”
다시 바스락, 삑삑! 소리 장난감을 쓰윽 건네주니 신나게(?) 뜯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결국, 그 두 장난감은 뜯기고 뜯겨서... 그렇게 떠나버렸다. 장난감 크기가 작긴 하지만 그래도 오래 가지고 놀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샀던 것도 있는데, 이렇게 순식간에 K.O. 되다니! 쬐끔 당황스러웠다. 하하하... (나중에 알게 된 거지만, 미키는 물어뜯는 장난감을 좋아한다고 했다)
미키가 우리 집에 올 때, 유튜브에서 강아지가 좋아하는 음악을 재생했던 덕분인지 그날 밤 한 유튜브 채널 영상이 ‘회원님을 위한 추천 영상’에 떠있는 걸 보게 됐다. 이 채널에는 강아지 놀이 영상, 휴식 영상 등 반려동물을 위한 콘텐츠가 가득했었는데, 그땐 마침 ‘미키랑 무얼 하고 놀아야 하나... 장난감 하나로는 부족하지 싶은데...’ 고민하고 있던 찰나여서 바로 이거다 싶었다.
그리고 다음 날 오후. 미키가 아침에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으니, 이번에는 놀이 영상을 좋아하려나 테스트해 볼 겸 TV로 ‘강아지가 신기하게 보는 영상’을 틀어 보았다. 그리곤 남편과 거실 소파에 앉아 미키를 슬쩍 관찰하기로 했다.
“어때? 관심 좀 보이는 것 같아?”
“흐음... 보긴 보는 거 같기도 하고 또 아닌 거 같기도 하고...”
“좀 더 보자. 애 어떤가.”
혹여나 영상이 아닌 우리 대화에 더 귀를 기울일까 작은 목소리로 소근소근 대화를 나누며, 곁눈질로 미키를 한두 번 슬쩍 보았다. TV 화면을 보긴 하는 거 같은데 뭐랄까, 크게 관심이 없어 보인다고 할까나. 근데 또 이 영상에만 반응하지 않는 거일 수도 있으니 다른 영상도 한 번 재생해 보기로 했다. 그렇게 고민 끝에 고르게 된 건, ‘강아지가 집중하는 공놀이 영상’이었다.
하지만 웬걸, 이번에는 한 번 쓰윽 보더니 화면을 보기는커녕 소파에 앉은 우리 얼굴만 빤히 보는 게 아닌가.
“얘는 이거 관심 없는 거 같은데?”
“......그치? 그래 보이지? 아... 좋아하면 이거 좀 자주 틀어 줘야지 싶었는데. 미키는 이런 거 안 좋아하나 봐...”
괜히 기대했나 싶어 TV를 툭 꺼버리고 미키 옆으로 슬쩍 다가가 앉았다. 그러고는 “영상은 재미없었지...”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미키의 털을 조심스레 쓰다듬어 주었다.
그랬더니 갑자기 벌러덩 누워 배를 뒤집어 까는 게 아닌가! 뭐야, 미키 너는 강아지가 좋아한다는 영상보단 사람이 옆에서 쓰담쓰담해 주는 게 최고였던 거야? 그 순간, 역시 미키는 ‘사람 조아!’ 강아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으이구, 귀여운 녀석 같으니라구!
“앞으로는 누나가 쓰담쓰담 많이 해 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