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이이이잇, 미키 또 깼잖아”

우당탕탕! 초보 임보자 일기

by 삶예글방


‘사람 조아!’ 강아지인 미키는 임보 첫날부터 우리 뒤를 졸졸 따라다니기 바빴다. 정확하게는 우리 집에 입성한 날 간식을 준 후로부터지만. 아무튼 아침이든, 낮이든, 밤이든 우리가 가는 곳마다 꼬리를 흔들며 쪼르르 따라왔다. 안방이면 안방, 옷방이면 옷방, 서재면 서재. 남편 따라가랴, 나 따라가랴, 눈코 뜰 새 없이 바삐 움직였다.



미키를 만나기 전, ‘아이가 낯설어서 켄넬에서 안 나오면 어쩌지?’ 했던 우리의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적응이 굉장히 빨랐다. 심지어 오자마자 ‘앉아’를 했을 정도인데, 이때는 천재 아니냐며 세상 호들갑도 떨었었다(그때 ‘진짜 왜 저래’라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던 남편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지). 아무튼, 미키가 우리에게 마음의 문을 빨리 열어 준 건 너무나 고마운 일이었지만 그럼에도 걱정되는 게 하나 있었다. 그게 뭐냐면...



‘잠 ZzZzz’



바로, 잠이다. 아니! 무슨 강아지가 낮잠을 안 자요? 그럼 얕은 잠은 잤냐고? 우리가 움직이지 않으면 근처에서 쬐끔 잤다. 물론, 갑작스럽게 변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수면 시간이 짧은 건 너무 걱정되잖아! 얼굴에 잠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데도 꾹 참는 게 눈에 보이니 걱정이 안 될 수가 있겠는가!


한 반려동물 육아 앱에 따르면, 성견은 낮잠, 얕은 잠을 포함해 12~14시간의 수면 시간이 좋다고 하는데 임보 초반의 미키는 그것보다도 덜 잤다(다행히 시간이 지날수록 자는 시간이 늘어나긴 했다. 휴우...). 얼굴에 대문짝만하게 ‘나 졸림!’이라고 쓰여 있는데도 안 잔다. 무거워진 눈꺼풀에 스르르 눈이 감겨도 그걸 또 버텨낸다. 자기는 안 잤단다. 나 원 참, 누가 봐도 잤는데! 누가 봐도 졸린 강아진데!


때문에 정말이지 걱정이 안 될 수가 없었는데, 마침 우연히도(?) 강아지에게 질 좋은 수면을 선물하는 방법들이 담긴 콘텐츠를 보게 됐다. ‘오? 알고리즘이 날 돕는 건가?’하는 기쁜 마음에 남편에게 그 안에 적혀 있던 것 중, 한 가지를 슬쩍 건네어 보았다.


“우리 밤에 좀 일찍 잘까? 그, 여기 보면 시끄럽지 않고 산만하지 않은 공간에서는 더 잘 잔대. 우리가 안 돌아다니고, 안 떠들면 미키도 잘 거 아냐.”

“하긴 그렇긴 하겠다. 확실히 낮에는 안 자니까.”

“그치? 그러면 오늘부터 10시에 자는 거다! 결정 끝!”


빠르면 12시, 늦으면 2시가 다 되어서 잠에 들던 우리는 그렇게 10시에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미키가 무얼 하나 거실에 설치해 놓은 캠으로 지켜보기 시작했다. 미키는 우리가 안방에 들어가면 문 앞에 서 있었다. 짖지도 않았다. 고요한 적막이 몇 분 흐른 뒤에야 자신의 쿠션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바로 잤으면 좋았겠지만, 아니었다. 쿠션에 앉아서도 문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그러다 안방에서 인기척이 작게라도 느껴지면 문 앞으로 쪼르르 찾아왔다.


그 모습에 “헙...!”하고 놀란 우리는 자는 척을 했고 결국 미키는 자기 자리로 돌아가 잠에 들었다. 이 모습이 임시 보호를 시작하던 그달에는 매일 같이 펼쳐졌다.


어떤 날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미키가 쿠션에서 몸을 동그랗게 말아 자는 거까지 확인하고 이제 마음 놓고 자볼까 싶었는데 화장대 위에 놓여 있는 무드등 스위치가 켜져 있었다. 아, 이런! 그게 켜져 있었다니! 한 발짝이라도 움직이는 순간 미키가 깰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고 안 끄고 잘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그나마 덜 걸으면 안 깨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남편에게 나는 캠을 볼 테니 스위치를 조심히 꺼달라고 했다(남편은 나보다 팔이 길어서 조금만 걸어도 충분할 것 같았다. 팔이 길면 쭈욱 뻗기만 해도 되니까?).


그렇게 남편은 고양이 마냥 살금살금 걸어 스위치를 끄는데 성공했다. 나는 계속 캠으로 미키를 관찰했는데, 다행히 깨지 않고 새근새근 자고 있었다. 그렇다는 것은 갔던 것처럼 그대로 돌아오기만 하면 된다는 뜻! 하지만,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미키가 잘 자고 있는 것을 확인한 나는 남편에게 움직여도 된다는 신호를 줬다. 그리고 남편이 한 발짝 발을 내딛는 그 순간, 결국 미키가 깼다. 무슨 소리인가 싶었는지 어김없이 또 문 앞으로 쪼르르 찾아왔다.


“쉬이이이잇, 미키 또 깼잖아.”

“...(대충 억울하다는 표정)”

“에잇! 그냥 와. 미키 이미 깼는걸.”

“하아아아아암- 미키야, 형 이제 진짜 잔다. 안녕. 잘 자.”


성공이 코 앞이었는데 아쉽게 실패한 우리는 그렇게 미키에게 잘 자라는 인사를 건네고 다시 자는 척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결국 미키는 자기 자리로 돌아가 누웠다. 그렇게 캠으로 미키가 잠에 드는 모습을 지켜보던 우리는 이제 안심할 수 있겠다- 싶을 즈음이 되어서야 잘 수 있었다.


이 일이 있은 후로는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자라고 강아지 수면 음악을 틀어 놓기도 했었다. 아, 물론 눈에 띄는 효과가 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러면서 켄넬에 대한 고민도 하게 됐는데, 주변이 막혀 안정감을 주는 공간에서 잠을 잘 잔다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미키가 켄넬에는 발끝도 들여놓지 않는다는 것. 아마도 우리 집에 오면서 멀미를 했던 기억 때문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대로 둘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켄넬 훈련은 꼭 해야 하는 거였으니까.


그래서 유튜브에서 이 영상, 저 영상 다 보면서 며칠을 시도해 보았는데 웬걸,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이대로라면 미키는 켄넬과 친해질 수 없었다. 임보처에서 훈련이 잘 되어 있을수록 입양 갈 확률이 높아질 텐데... 흠, 한참을 고민하던 나는 결국 남편을 찾아가 이렇게 말했다.


“음, 저기... 훈련 교육 딱 한 번만 받아 보는 건 어때? 아니, 켄넬도 그렇고 또...”








도라 작가소개 최종.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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