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같이 그냥 하다 보니 이렇게 되었어요
나는 TV 프로그램 중에 “생활의 달인”이라는 프로를 참 좋아한다. 업종은 다르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짧게는 몇 년, 길게는 몇십 년을 한 가지 일에 집중해서 이제는 그 일에 달인이 되어버린 사람을 인터뷰하는 프로그램이다.
달인의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학문이나 기예에 통달하여 남달리 뛰어난 역량을 가진 사람.’
그래서인지 프로그램에 나오는 사람들을 보면 ‘와..’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5초도 안 되는 시간에 상자를 접어서 포장하거나 고무망치로 한 두어 번 통통 두드리고 불량을 골라낸다. 놀랄 노 자다. 물론 그들도 처음에는 그렇게 달인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다고 한다. 매일같이 반복적으로 일하면서 자연스레 몸에 익고 감각이 발달해서 이제는 아주 쉽게 일하는 경지에 오른 것이다. 그런데 운전은 어떨까?
나는 수능이 끝나고 겨울방학 기간에 운전면허를 취득했다. 벌써 20년이 넘어간다. 이후에 9종의 운전면허를 더 취득해서 총 10종의 운전면허를 보유하고 있다. 이것은 도로 위로 굴러다니는 자동차를 모두 운전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운전전문학원에서 교육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자격증인 기능강사, 학과강사, 기능검정원 또한 보유하고 있으며,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인증하는 도로교통안전관리자 자격증도 갖고 있다. 게다가 하루에 6시간 이상, 한 달에 22일 이상, 7년째 도로에서 운전하고 있다. 이만하면 운전에서 이응 정도는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도로교통법에서 정하는 초보운전의 정의는 운전면허를 취득한 날로부터 2년이 경과하지 않은 자다. 일단 나는 20년 넘게 지났으니 초보티는 벗어난 듯하다. 그렇다면 운전을 잘한다의 정의는 어떻게 내릴 수 있을까?
무사고 기간이 길면 운전을 잘하는 걸까?
교통법규를 잘 지켜서 벌점 한 번 받아본 적 없는 것이 운전을 잘하는 걸까?
운전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운전을 잘하는 걸까?
나의 경우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내 직업을 소개하면 보통, ‘운전 잘하실 것 같아요’, ‘운전에 도가 트셨겠어요’라는 반응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나의 대답은 항상 비슷하다.
‘아닙니다. 저는 운전이 정말 어려워요.’
‘저는 운전을 못 하는 것 같아요.’라고 말이다. 운전에서 이응 정도는 말할 수 있다는 사람이 도대체 왜 운전이 어렵고 못하는 것 같다고 말하는지 궁금할 것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운전이기 때문이다. 생활의 달인에 나오는 출연자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해당 분야에서 누구보다 그 일에 대해 전문성을 보인다. 하지만 운전은 어떠한가. 운전면허를 취득하고 도로에 나가면 누구나 같은 운전자다. 그만큼 전문적으로 접근하기보다 면허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것이다. 어제 면허를 취득했거나 30년 전에 면허를 취득했거나 도로 위에서는 같은 운전자일 뿐이다. 경력이 쌓인다고 해서 전문성을 띠는 것이 아니다. 물론 경험이 많은 것이 운전하는 데 도움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경험이 많은 것이 운전을 잘한다는 등식이 성립하지 않는다. 잘한다는 기준이 없고, 경험이 많다고 교통법규 다 지켜가며 운전하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물론 겸손의 의미도 있다. 나는 아직도 운전이 어렵다. 그리고 나는 늘 내가 초보라고 생각하며 운전한다. 이걸 깨닫게 된 계기는 버스 기사가 되고 1, 2년 차에 경험한 사고 때문이다. 처음엔 커다란 쇳덩어리를 어찌할 줄 몰랐지만, 이내 적응하고 익숙해진 후에는 이 정도면 꽤 잘한다고 자만했다. 그런 자만이 사고로 이어지는 것도 모르고 말이다. 후방카메라를 보지 않고 사이드미러만 보고 후진하다가 후미등을 부수거나, 이 정도면 괜찮겠지 생각하고 바짝 붙어서 무단횡단 차단봉과 충돌하는 사고였다.
사고를 통해 깨달았다. 운전 좀 한다고 까불다가 순식간에 사고로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겸손해졌다.
‘나는 항상 초보다. 나는 이제 막 버스 운전을 시작한 버스 기사다.’
라고 말이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다짐하고 나서 사고가 없었고, 현재 무사고 1,500일을 넘겼다. 물론 무사고 1,500일 또한 한순간에 깨질 수 있는 기록이다. 왜냐하면 사고는 부지불식간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누구도 고의로 사고를 내거나 당하고 싶은 사람은 없다. 하지만 사고 대부분은 순간의 부주의나 실수에서 발생한다. 나라고 실수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나는 개인 차를 운전하면서 두어 번 정도 벌점을 부여받은 적이 있다. 급하다는 이유로 신호위반 했기 때문인데 이건 두고두고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다. 도로 위에서 누구나 지켜야 하는 교통법규를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버스 기사이기 때문에 운전하는 시간이 다른 운전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길다. 그런데 회사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사고 소식이 들려온다. 사고의 위험에 노출된 시간이 길어졌기 때문일까.
이런 경험들로 인해 나는 쉽사리 운전을 잘한다는 것을 정의 내릴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정도는 생각해 본 적 있다. 차에 타는 순간부터 도로에 나와 다른 차들과 함께 달리며 항상 여유를 갖는 것이다. 항상 내 차 주변이 어떤 상황인지 먼저 파악하고, 멀리, 그리고 넓게 전방 상황을 보고 예측하며 운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다른 차량을 배려하고 양보해 주는 것도 여유로운 운전이다. 물론, 이건 나만의 생각이라서 정답이 아니다. 따라서 나는 궁금하다. 다른 운전자는 운전을 잘한다는 기준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이다. 집단 지성이 전부는 아니지만, 정답에 가까운 모범답안을 도출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당장 내일 출근해서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 물어봐야겠다.
“이이, 워척해야 운전을 잘하는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