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니, 잘 지내고 있어?

같이 밥 먹자!

by 삶예글방

하니,

잘 지내고 있어?


너 원래 답장 늦는 건 알았지만 이번에는 너무 늦는 거 아니냐. 이거 보면 바로 메시지 확인해. 어차피 네가 이걸 읽을 쯤에는 이미 너네 집으로 가는 길이겠지만. 그래도 남의 집인데 쳐들어 가기 전에 알려주기는 해야 할 것 같아서 이렇게 아날로그로 최후통첩을 보낸다.


너 밥 먹기 귀찮다고 계속 라면만 먹는 건 아니지? 비건이라도 라면은 라면이야. 건강에 딱히 좋은 거 아니다? 그.. 안드로이드 걔 이름을 또 잊어버렸네.. 그래도 그 애랑 같이 지내니까 너 밥은 안 거르고 챙기겠거니 하고는 있어. 사실 나 이번에 그 인터뷰 봤거든. 빨간 머리라 워낙 눈에 띄어서 지나칠 수가 없더라. 2인분 먹다가 체했다는 거 보고 참 너답다 했어. 으휴 이 착해빠진 지지배. 인터뷰 내용만 보면 걔나 너나 퍽 명랑하게 사는 것 같은데 너는 연락도 안되고 내가 뭐 알 수가 있어야지. 아무튼 서로 의지하면서 지낸다고 쓰여있는 거 보긴 했는데 그래도 내가 직접 봐야 마음이 편하겠다 싶어 져서 직접 간다.


사실은 원이 가고 나서 너한테 뭘 물어보기가 너무 조심스러워서 그냥 있었는데 이번에 인터뷰 보면서 그나마 상황 파악을 좀 했어. 나 솔직히 그 안드로이드가 어떻게 너랑 같이 지내게 된 건지 이해를 잘 못하고 있었거든. 심지어 어떻게 원이의 모습과 그렇게 비슷하게 하고 나타난 건지. 너랑 원이랑 시위에 자주 나가는 줄은 알았지만 그렇게까지 안드로이드를 도와주고 있었는지는 몰랐어. 너는 어떻게 그런 얘기를 나한테 하나도 안 했냐. 둘이 같이 도와주자고 상의를 했던 거야? 아니다, 이건 만나서 물어볼게.


네가 좋아하는 우리 엄마 김치랑 시장 손두부 들고 가니까 조금만 기다려. 같이 밥 먹자.


곧 만나!










윤우 작가님의 소설 [원의 자리] 세계관에 들어가서 편지를 써봤어요. 주인공인 '한'의 주변 인물들은 어떨까, 내가 그중 하나라면 '한'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 하면서요.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얘 카톡 답장 진짜 안 하겠다'였어요,,(ㅋㅋ) 큰 일을 겪은 친구가 걱정은 되지만 각자의 인생은 계속 굴러가고, 그래도 문득문득 생각이 나서 안부를 묻고 연락이 안 되면 에잇 하고 쳐들어가는 그런 친구가 한 명쯤은 있지 않을까 하면서요. 친구의 입장에서는 섣불리 위로하기도 조심스럽고 그냥 내버려 둘 수도 없는 참 어려운 상황이지 않을까 싶어요.


'한'이 좋은 친구들과 함께 힘든 시간을 잘 이겨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써보았습니다. 팬픽 같은 느낌으로 읽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재영 작가소개 최종.jpg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