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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쭈야씨 Oct 2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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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조각모음 #10. 거기에 그 놈이 있었다.




뭐라고? 내가 지금 뭘 들은 거야? 역시 약간은 놀란듯한 알바생의 얼굴이 스쳤다. 이 남자애도 표정이란 게  있구나 생각하면서 여자는 몸을 뒤로 빠르게 돌렸다. 그리고 남자의 얼굴을 확인하고 그대로 멈췄다.

거기에 그 놈이 있었다.






띠리.. 리- 띠리.. 리-


시끄럽게 울리는 알람에 손을 뻗어 신경질적으로 껐다. 불쾌한 두통으로 머리가 지끈거린다. 어제의 해프닝 때문인지 맥주 탓인지 모르겠지만, 역시나 어제는 보드카 토닉을 마셨어야 했다며 두통의 원인을 어제의 나에게로 돌려버렸다. 어제 마신 맥주 캔들이 바닥에 제멋대로 구겨져 있었다. 집에 맥주가 이렇게 많았던가...? 어젯밤 편의점에서 마주쳤던 콜라보 맥주도 제멋대로 구겨진 캔들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었지만 여자는 눈치채지 못했다.   


서쪽의 창을 열고 아침 무렵의 찬바람을 한 모금 마셨다. 

'오늘은 또 이렇게 시작되는구나...'라고 생각하며 매일 반복되는 모닝 루틴을 시작한다. 커피머신의 전원을 켜고 캡슐을 넣었다. 바닥에 구겨져 있는 캔들을 집어 들 때쯤...

 

치익.


급히 달궈진 뜨거운 물이 커피 캡슐 사이로 흐르며 내는 소리와 하얀 커피 향에 어제의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 집어든 콜라보 맥주 캔을 보는 순간 여자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어렴풋한 기억을 확인하려 쿵쿵 소리를 내며 바삐 거실 소파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랬다, 어제 그 놈이 있었다.

 

그리고 그 놈이 지금, 내 소파에 있다.











미지근한 매거진 } 에서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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