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쭈야씨 Nov 01. 2021

제목을 입력하세요

소설 조각모음 #14. 아무 예고도 없이.




'삐비 빗... 이제 건너도 좋습니다.'


남자는 무심하게 앞에 선 여자의 붉은 모자 위로 하얗고 가느다란 손가락을 얹었다.

눈물이 툭.. 하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때였다. 누군가 남자의 하얗고 가느다란 손을 빠르게 밀어냈다.

그리고 연우를 자기의 몸 쪽으로 조심스럽고 빠르게 당겼다.



"괜찮아요? 혹시 도움이 필요하신 가요?"



남자는 정중하지만 무거운 목소리로 연우의 안부를 물었다. 연우는 목소리의 주인공이 아까 부딪힌 남자라는 걸 알아챘지만, 눈물이 터진 얼굴을 들키고 싶지 않아 고개만 내저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뻗었던 손을 거두지도 못한 남자가 어이없다는 듯 무심한 말을 툭 내뱉었다.



"하.. 이 정의로운 기사님은 누구신가...? 

내가 치한처럼 생겼던가...??"


"..."


"걱정하시는 일이 아니에요. 

아는 사람이에요. 

감사합니다."


"..."


"지연우! 뭐가 감사하다는 거야?"


"제이... 그만

그냥 가자."



빨간 모자를 더욱 눌러쓴 연우는 이 상황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어 남자에게 가벼운 목례를 하고 '제이'라 부른 남자의 소매자락을 툭툭 잡아당기며 발걸음을 옮겼다. 제이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지만, 더 이상의 리액션은 하지 않고 조용히 연우의 뒤를 따랐다. 혼자 남겨진 남자는 우두커니 서서 연우와 제이가 사라질 때까지 묵묵히 지켜보았다. 


연우의 눈에서 한번 툭하고 터진 눈물은 쉽게 멈추지 않았다. 제이는 연우가 언제부터 울고 있었는지 눈치채진 못했지만, 연우가 연신 꽉 눌러쓴 빨간 모자를 자꾸 더 눌러쓰려고 하자 연우의 손을 잡았다.



"연우야, 그만해..."



제이의 손은 언제나처럼 차가웠지만 아이러니하게 포근했다. 원망과 눈물이 맺힌 눈으로 연우가 올려다보자 그가 차가운 손으로 연우의 눈물을 닦으면서 말했다.



"또 내가 울려버렸네, 이제 그만 울리려고 했는데..." 



아무 예고도 없이 일 년 만에 나타난 제이안.

일 년 만에 나타나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이 녀석이 또 나를 흔들고 있다.  

갑자기 나타난 녀석처럼 예고 없던 빗방울이 한 방울 툭하고 그들의 위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목을 입력하세요 } 처음부터 읽어보기

미지근한 매거진 } 에서 연재 중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제목을 입력하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