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쭈야씨 Dec 07. 2021

제목을 입력하세요

소설 조각모음 #18. 레몬처럼 톡 쏘는,



리모컨을 찾아 티브이를 틀었다. 티브이에선 아침 날씨 리포터가 오늘의 날씨를 브리핑해주고 있었다. 어제와 달리 아주 맑을 거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블랙아웃되어버린 어제의 기억도 뉴스에서 브리핑을 해주면 참 좋을 텐데라고 두 입 째 라면을 삼키며 연우는 생각했다.




꼬불꼬불한 라면처럼 복잡한 머릿속이었지만, 라면을 한 그릇 비우는 동안 연우는 더 이상 복잡하지 않기로 했다. 그냥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자고 생각했다.


제이한. 연우가 제이라고 부르고 있는 그의 풀네임이다. 

그는 유난히도 더웠던 유월의 어느 날, 23살의 연우의 삶에 갑작스레 등장했다. 








다음 강의까지는 꽤 시간이 남아서 학교 앞 카페에 앉아서 시원한 블루 레모네이드를 한 잔 시켰다. 갓 따온 레몬을 짜 넣은 것처럼 상큼하고 바다를 품은 듯 파아란 블루 레모네이드는 한 모금만으로 더위를 잊게 해주는 좋은 녀석이었다. 너른 테이블에 앉아 더위를 잊은 햇볕 아래에서 나른한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이 시간을 좋아했다. 오늘도 이렇게 평범한 하루가 흘러가고 있구나 싶었던 그때, 비어있던 앞자리에 누군가 털썩 앉았다. 놀란 연우가 손 쓸 새도 없이 하얀고 긴 손가락이 그녀 앞에 있던 블루 레모네이드를 덥석 들어 올렸다.



" 어... 그건 제가 마시던... "



채 말을 마치기도 전에 그는 허락도 받지 않은 블루 레모네이드를 시원하게 들이키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일시정지가 되어버린 연우는 무슨 상황인지 이해해 보려고 했지만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보는 사람의 갈증이 해소될 만큼 꿀꺽꿀꺽 시원하게 들이키던 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잔을 내려놓았다. 장난기가 가득한 얼굴로 사람 좋은 미소를 띤 채로...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연우는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어설픈 표정으로 자리에서 슬그머니 일어났다. 왠지 이 사람과는 엮이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았기에.,, 그런 연우를 본 그는 다급한 목소리로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안녕, 나는 제이한이야.

나랑 같은 교양수업 듣잖아! 

대. 중. 음. 악. 의 이. 해."


"...?"



스타카토처럼 힘주어 말한 '대중음악의 이해'라면 수강생이 많기로 소문난, 연우가 노심초사 끝에 겨우겨우 수강신청을 했던 인기 강의였다. 그 많은 수강생들 중에 누군가를 기억하기란 연우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장난기 가득하던 그의 얼굴에서 '어째서 나를 모를 수가 있지?' 하는 물음표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목을 입력하세요 } 처음부터 읽어보기

미지근한 매거진 } 에서 연재 중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제목을 입력하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