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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쭈야씨 Jan 0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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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조각모음 #20. 각인 2

웅성거리는 사람들 소리 속에서 갑자기 날아든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그 목소리는 또렷한 형상으로 연우의 빨개진 귀에 박혔다. 연우는 살면서 한 번도 그런 웃음은 본 적이 없었다. 오래된 절친이라도 만난 것 같은 세상에서 가장 밝고 맑은 그런 표정이었다.


'뭐.. 뭐야.'




그의 목소리와 동시에 날카로운 시선들이 연우에게 날아왔다. 조용하고 평범한 연우의 일상에 그가 돌을 던진 것이었다. 날카로운 시선들은 저마다 궁금증이 가득한 눈으로 연우를 위에서 아래로 훑었다. 후... 연우는 나지막한 한숨을 들이켜고 날아드는 날카로운 시선을 애써 외면하며 강의실의 끄트머리에 자리를 잡았다. 여전히 뒤통수가 따가웠고 연우는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왠지 억울해졌다. 온갖 생각들과 힐끔거리는 날카로운 시선들로 강의시간 내내 집중하지 못했다. 이런 불편함은 연우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하아... 연우가 나지막이 두 번째 한숨을 몰아쉴 때쯤 수업이 끝이 났다. 빠른 속도로 소지품을 챙기던 연우의 앞에 긴 그림자가 드리웠다. 또 뭐야... 연우가 고개를 들자 기다렸다는 듯 제이한이 고개를 들이밀었다.



"아까 내가 불렀는데 못 들었어? 지. 연. 우?"



못 들었을 리가 없지만 연우는 네... 하고 짧은 대답을 한 후 어색한 목례로 자리를 피하려고 했다. 제이한은 그런 연우를 놓아주지 않으려는 듯 빠르게 말을 이었다. 



"다음 스케줄은?"



연우의 귀가 다시 빨개지기 시작했다. 이 남자는 대체 눈치라는 게 없는 걸까?? 



"... 약속이 있어서 가.. 가 볼게요."



빨리 이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연우를 제이한은 더 붙잡지 않았다. 이후에도 일주일에 한 번씩 그를 강의실에서 마주쳤다. 그는 마치 제 존재를 각인이라도 시키려는 듯 잊을 만하면 나타나 말을 걸었다. 전처럼 팔을 휘두르며 연우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 걸 보면 조금은 눈치가 있는 걸까? 연우의 풍경은 변함이 없었지만, 그 가운데에는 압도적으로 존재감을 뽐내는 제이한이 있었다. 그의 반짝거림은 이유 없이 연우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둘을 주시하며 날카롭게 꽂히던 시선들이 시들해질 무렵, 불편한 마음에서 해방되고 싶었던 연우는 여전히 다음 스케줄을 묻는 제이한에게 말했다.



"잠깐 괜찮으시면 얘기 좀 할까요?"



갑작스러운 제안에 제이한은 놀란 기색도 없이 그럼 전에 만났던 카페에서 10분 후에 만나자고 대답했다. 연우는 고개를 끄덕인 후 그를 뒤로 하고 강의실을 빠져나왔다. 

왠지 연우의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학교 앞 카페에 먼저 도착한 연우는 늘 마시던 시원한 블루 레모네이드를 한 모금 마시며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려고 노력했다. 마음이 조금 가라앉고 나니, 뒤늦은 걱정이 찾아왔다. 


'만나서 무슨 말을 해야 하지... 하...'


누군가 쳐다보는 것 같아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자 익숙한 얼굴과 눈이 마주쳤다. 제이한은 빙긋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순간 진정시키려고 노력했던 연우의 심장이 다시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의 입모양이 '잠시만'이라고 말한 후 연우의 시선에서 사라졌다. 


두근두근...


창밖에서 사라진 제이한을 초조하게 기다리던 연우의 눈이 벽에 걸린 시계에 멈췄다. 


3시 20분... 


그가 사라진 지 20분이 지났지만 그는 아직도 나타나지 않았다. 

긴장한 연우의 시간이 느리게 흐르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가 말한 '잠시만'은 대체 얼마쯤일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한 시간이 지났고 연우는 그를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고 생각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이한은 결국 자리에 나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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