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인 없는 편지, 그 열일곱 번째 이야기
이틀째 연달아 악몽을 꾸었다.
첫 날은 내 탓을 했다. 두번째 날에는 일 탓을 했다. 오늘로 세 번째 날. 더 이상 탓할 무언가를 찾지 못했다.
그래서 악몽과의 대화를 시도하기로 했다. 어쩌면 악몽은 내게 할 말을 가지고 찾아온 게 아닐까? 매일 밤 창문을 두드리는 악몽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내가 악몽을 마주보고 악몽이 나를 마주보는 순간에 어떤 변화가 생기지는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악몽은 나의 가장 나약한 구석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사실 악몽은 그저 장난을 치는 것일지도 모른다. 악몽은 7살쯤 되는 장난꾸러기 어린애이기 때문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꿈의 컨텐츠로, 좀비 대탈출 같은 걸 꺼내 놓을 리가 없다- 까지 쓰는 순간,
방금 악몽이 내게 말을 걸었다.
(편의상 나는 D, 악몽은 N으로 부르겠다.)
- 디(D), 나 할 말이 있어.
"그래 엔(N), 어디 얘기해 봐. 왜 그렇게 여러 날 동안, 내 휴식시간을 방해한 거야?"
- 디를 지키려고 그런 거야. 나는 디가 감정을 표현하는 사람이었음 했거든.
"그게 무슨 말이야."
- 디는 너무 꾹 참기만 하는 경향이 있어. 나는 꿈에서라도 디가 놀라고, 화를 내고, 실컷 울었으면 해서. 디에게는 미안하지만 말이야. 디는 너무 좋아도 꾹 참고, 너무 아파도 꾹 참는 사람이잖아. 사실 속으로는 감정을 자유롭게 드러내고 싶어했잖아. 꿈에서라도 스트레스를 풀길 바랐어.
"그런 이유였구나. 더 이상 너를 미워할 수가 없겠다."
솔직히, 악몽과 대화한 후로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그가 반갑지는 않다. 그리고 밉지도 않지.
이제는 자야 할 시간. 나는 더 이상 악몽이 두렵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