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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진 Apr 13. 2024

아름다운 사람에게

수신인 없는 편지, 그 열다섯 번째 이야기

당신의 비보를 듣고서, 이 편지를 쓰는 것을 오랫동안 망설였습니다.


언제나 슬픔은 꽁꽁 감추는 거라 배우기도 했고, 고작 나 같은 게 전하는 애도의 마음이 의미가 있나 싶었어요. 그럼에도 글을 쓰는 것은, 깊은 슬픔, 그러니까 이 형용할 수 없는 검은 감정들 대신에, 당신이 주었던 위로와 응원으로 당신을 떠올리고 싶어서입니다.


고백하자면 나, 당신의 노래를 틀어두고 펑펑 울곤 했어요.


당신 노래의 가사처럼, 나는 자주 밤잠을 설쳐왔고, 내일 아침이 오는 게 무서웠거든요. 끊어진 인연에 마음 아파하며 울다 잠들고, 그리운 사람들이 꿈에 나오면 또다시 울다 깨기를 반복했어요. 이십 대 중후반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아이처럼 소리내어 엉엉 우는 내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그럴 때면 너무 애쓰지 말라는 당신의 노래를 자장가 삼아 잠들곤 했어요.


당신은 내 학창시절 노래방 애창곡을 차지한 가수이기도 했어요. 그리고, 또다른 당신의 노래 덕분에 오랫동안 다이어트를 시도해볼 수 있었습니다. 당신 노래를 들으면 정말로 예뻐지고 싶은 마음이, 뭔가 시작해보고 싶은 기분이 들었거든요.


고운 음색과 진심이 담긴 노랫말로 큰 위로를 선물해준 당신이기에,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있죠, 저 말이에요. 오늘 정말 슬펐어요. 당신의 비보를 들어서인지, 오늘 하루가 너무 힘들어서였는지. 그래서 또 당신 노래를 틀어두고 펑펑 울었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당신 공연이라도 가볼 걸 그랬어요.


제가 하는 말들도 애도일까요. 저는 누군가의 장례식에조차 가본 적이 없어 애도의 예의를 잘 알지 못하지만, 당신의 음악으로 오래도록 당신을 기억하겠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글이 더 길어지면 또 크게 울어버릴 것만 같아요. 이만, 끝맺을게요.


안녕, 아름다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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