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곳에 갔을 거예요(1)

사후세계, 영혼이란 존재하는 것일까?

by 온다







#1

장례식장에 온 사람들은 하나 같이 슬퍼했다.

나에게 인사하며 꼭 하는 말이 있었다.

좋은 곳에 갔을 거예요


그 말을 들으면서 생각해봤다.

좋은 곳이라는 것이 있는 걸까?




#2

나는 종교가 없다.

원래부터 무교였던 것은 아니었다.

아버지는 불교, 어머니는 천주교.

어머니의 뜻에 따라 천주교의 유치원을 다녔고

자연스레 어릴 때부터 성당을 다녔다.


중/고등학생이 되어, 주말에도 공부를 해야한다는 핑계로

더이상 나가지는 않았지만

늘 어려움이 있을 때 기도를 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아버지가 연락이 안되어 걱정이 안되었던 나날

명동 성당에서 기도를 했던,

아버지가 무사히 돌아오게 해달라고 빌었던 그날

그 며칠 뒤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나의 믿음이라는 것이 산산조각 났다.


안다.

종교의 믿음이라는 것이 이렇게 가볍지 않다는 것을

하지만 그날 이후 나는 더이상 종교를 가진 사람이라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때는 갓 스무살이었기에.

아빠가 죽어서도 나를 지켜줄 것이라고 믿었다.


정말 아빠의 영혼이 나를 지켜준 것인지,

나의 그 믿음이 지켜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늘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아빠를 믿었다.

나를 잘 이끌 어줄 것이라고.

내가 잘 버티고 엄마와 동생을 잘 살게 해줄 거라고


왜 옛 사람들이 어느 나라에서건 조상들에게 제사를 지내고 기도를 하는지

이해가 가기도 했다.


하지만 동생은 그렇지 않았다.

동생이 나를 지켜줄까.

아니, 계속 나를 미워하고 원망할까



#3

집에 돌아와서 한동안 곰곰이 생각해봤다.

사는 동안 사후세계에 대해 제대로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막연하게 아버지가 지켜줄 것이라 지켜볼 것이라 생각하며

매년 납골당을 찾아가곤 했었는데, 그것조차 헛일이었을까?


주변 사람들에게 각자가 믿는 사후 세계에 대해 물어보기 시작했다.


좋은 곳에 갔을 거예요


이 말이 평소와는 다르게 유달리 거슬렸기 때문일 것이다.


좋은 곳이라는 곳은 있을까?

죽음 이후에 영혼이라는 것은 있을까?

네가 믿는 죽음 이후는 무엇일까?


정말로 궁금했다.

아빠처럼 동생의 기운이 느껴지지가 않았다.

나를 어디선가 지켜보고 있을까

내가 죽으면 아빠오 함께 만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 있을까



#4

평안해 지긴 했겠지. 더이상의 고통이 없으니까.
하지만 컴퓨터의 전원을 뽑아버린 것처럼. 그냥 그게 끝인 거야.
아무 것도 없다고 생각해



남편은 나의 질문을 듣고 이렇게 말했다.

아니 사실, 이렇게 생각 하는 사람들도 주변에 꽤 있었다.

죽으면 끝. 아무것도 없다


참으로 허무한 인생이다. 정말 그것이 끝인 것일까?

그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믿고 싶지 않았다.




#5

그냥. 남아있는 사람들이 마음이 편하고자 만들어낸 이야기가 아닐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그러지 않으면 남아있느 사람들이 살 수가 없잖아요


같은 아픔이 있는 후배의 말이었다.

그 누구도 알 수 없지만.

일단 산 사람은 살아야 하기에.

산 사람들이 살아가기 위해서 만든 말이란다.


동생의 일을 겪고 가장 힘들었던 말이 그것이었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말


잔인하고도 사실적인 현실적인 말



#6

나중에 만날 수 있을거야 반드시.
너의 마음이 충분히 전달되고 있을거야.
영혼은 존재하고, 네가 잘 살기를 바라고 있을거야


가장 듣고 싶은 말이었다.

사후 세계라는 것이 있었으면 좋겠고,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가 사무치게 보고 싶고 그립고.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용서를 구할 수 있는 찰나의 만남이 꼭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믿고 싶은 말

이것이 존재한다는 증거를 찾고 싶어져서 나는 움직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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