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곳에 갔을 거예요(2)

평안을 기도하며

by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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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느 날 문득, 친구가 신점을 보러 가자고 했다.

친구는 힘든 일을 겪고 난 뒤, 그런 것들을 많이 찾는 듯 했다.

타로, 사주, 신점 심지어 전화로도 그런 것들을 찾았다.

심지어 이미 여러 번 봤음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대답이 나오지 않아서 일까

그것은 계속 이어졌다.


나도 가끔씩은 사주를 보곤 했었다.

운명이라는 것을 운이라는 것을 믿는 아빠의 영향을 받아서일까

아니, 너무 어렵게 자랐기 때문에

내가 운이라도 있었으면 했다.


내가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젊은 날 내가 가진 것은 내 자신과, 나의 가능성이었다.

나의 가능성이 내 스스로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없기에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그것이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기에

그에 대한 근거로 운을 믿었던 것 같다.


하지만 신점이라는 것을 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무당이라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고 생각해 본적은 없다.


친구가 "신점 보러 갈래?" 라고 말을 하면서,

피식 웃어버렸지만, 그게 마음 속에 계속 남아있던 모양이다.



#2

동생과 나는 같은 회사를 다녔다.

내가 가는 공간 곳곳에 동생의 모습이 서려있었다.


어느 날 근무를 하고 남은 일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다.



만나고 싶다.
날 지켜 보고 있을까?
내가 이렇게 그리워하고 미안해하고 슬퍼한다는 것을
알아줄까


문득 나는 다시 궁금해졌다.

좋은 곳이라는 것이 있는 것인지, 영혼이라는 것이 사후에도 남아있는지

사후세계라는 곳이 있는지


친구가 말했던 그곳에 연락했다




#3

내가 찾아간 무당이 있는 곳은

흔히 TV에서 보는 모습이 아니었다.


색동 옷도 한복을 입지도 않았다.

오피스텔의 꼭대기 층에서 고운 원피스를 입고 있었고

다정히, 살포시 웃으며 맞아 주었다


(나의 지인들은 이 대목에서 김이 빠져했지만)

이미 나는 가족을 잃은 것에 대해 언급을 하고 만나는 상태였다.


이 사람이 신기가 있는지 없는지 나는 중요하지 않았다

얼마나 나의 과거의 불행과 행운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지 않았다.

흔히 무당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귀신을 본다면

내 동생을 어쩌면 볼 수 있다고 단순하게 생각했을 뿐이고

그래서 솔직하게 말하고 찾아갔을 뿐이다.


무당이 얘기했다

지금, 언니분과 같이 있네요



#4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이것이 진실인지 거짓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무당은 내 눈물에 아랑곳하지 않고 얘기를 이어갔다.


자신이 선택한 것은 언니 분 때문이 아니래요.
언니 때문 아니고, 언니에게는 더이상 할말이 없대요



그 외에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갔다.

여러가지 일이 겹쳤단다.

그 얘기는 실제와 많은 부분이 일치했다.


하지만 젊은 여성이 죽음을 선택하는 이유는

대부분 비슷하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처음에 묻는 것이 4가지이다.

1) 남자친구가 있었나요?

2) 빛 문제가 있었나요?

3) 직장이 힘들었나요? 원한관계가 있었나요?

4) 가족과 다툼이 있었나요?


무당이 얘기하는 것이 저 2가지와 일치했다.

그리고 내가 동생의 죽음의 이유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한 바와도 일치했다.


하지만 그런 이성적인 판단 이전에 눈물부터 쏟아졌다.

정말 나를 보고 있을까, 나와 정말 상관없을까


나 때문에 죽음을 선택한게 아니라는 그 한마디가 듣고 싶었던 시점이었기 때문에

펑펑 울었다.



#5

무당은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쪽의 세계에서의 사후세계관에 대한 이야기였다.


젊은 사람이 죽으면 한을 품고 죽을 수 밖에 없단다.

그래서 주변에 생전에 알던 사람, 가족에게 자꾸만 가서

나의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이야기를 계속해서 한단다

억울하고, 미련이 남아서 그렇게 계속 이야기를 한단다


그게 너무 지나치게 한 사람에게 머물게 되면

그것이 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단다 우울증이라든지 안좋은 액운이 다가온다든지


그렇기 때문에 단호하게 그 생각에 대해 떨쳐야 한단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하므로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정신을 차리고 잘 살아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굿을 하라고 권하지는 않겠지만

동생을 위해 많은 덕을 쌓고 기도를 많이 하란다

그래야 동생이 하늘에 올라갈 수 있단다

(물론 그쪽의 사후세계관에 의한 이야기다)


아빠는 죽어서도 나의 믿음대로 나를 지켜주고 있었고

동생을 데려가기 위해 달래고 있는데, 동생이 이 세상에 미련이 남아 떠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다시 무당은 본론으로 돌아와

나에게 정신을 차리고 똑바로 살아야 한다고 했다.

나의 가족들을 지키고 내 자신을 지키며 똑바로 살란다




#6

돌아와서 생각을 했다.


나의 종교가 있든 없든,

이 세상에 신이 존재를 하든 안하든

사후세계가 있든 없든

나는 그것을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나는 동생의 평안을 기도 하고 싶었다.

이 생의 삶이 너무 힘들어서 마지막을 선택한 것인데

무당의 말대로 그렇게 미련을 못버리고 세상을 떠돌며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면

너무도 슬픈 일이다.


옥황상제든, 부처님이든, 하느님이든 그 누구든

나는 동생의 평안을 기도하기로 했다.

그 무엇의 존재라도 생각이 날때마다 글로 적기도 하고 생각을 하기도 하고 되뇌기도 했다.


어떤 것이 진실이든 그것은 맞다고 생각했다.

내가 덕을 쌓고, 동생의 평안을 기도하면

밑져야 본전이지만, 동생이 정말 평안해질수도 있는 것 아닐까



#7

병가를 내고 복귀를 하기 전, 아이와 함께 경주를 다녀왔다.

짧은 시간이라 석굴암과 불국사만 다녀왔다.


막상 석굴암을 실제로 보고나이 그 장엄함과 고요함에 숙연해졌다.

한참동안 바라보니 감동과 눈물이 나왔다.

부처 라는 존재가 정말 실존하는 듯 했다.

그래서 빌었다.

동생과 아빠의 평안을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그렇게 십여분이 지났을까, 갑자기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기, 기도 하나 올리고 가셔요


뒤를 돌아보니, 석굴암을 지키는 분인줄 알았는데,

기도문도 접수하고 계셨다.

지금껏 절에 제대로 가본적이 없어서 몰랐는데

기도문에 이름을 적고 가면 스님이 그 기도문을 보고 기도를 해준단다.


평소 같았으면 무시했을 일이다.

하지만 스님이 기도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기도를 적었다.

그렇게 불국사에 가서도 기도를 적고 연등을 달고 왔다.


동생의 평안을 비는 것인지

나의 평안을 돈으로 사는 것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어느 곳에서 누가 기도하든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내 동생의 평안을 위해 기도 하기를 바랐다




#8

마지막으로 내 동생을 위해 기도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누구일까

동생은 친구들에게 무척 사랑받는 큰 사람이었다.


하지만 난 그보다 더 큰 것을 원했다.


동생의 흔적을 뒤적거려 동생이 죽기 전에

죽을지 말지 고민을 하며 글을 올렸다가

댓글만 캡쳐하고 지워버린 커뮤니티가 생각났다.


그 커뮤니티에 동생의 캡쳐를 올렸다.

생전에 동생이 아는 사람에게 생전 자신의 고민을 말하지 못했는데

이런 익명의 공간을 빌어 고민을 털어놓을 곳이 있어 감사하다.

동생이 세상을 떠났는데

어떤 종교나, 사람들의 시각은 그것은 벌을 받을 짓이라고 말해 마음이 아프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명복을 빌어주고 그것이 동생의 진정한 평안을 얻는 길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올렸다.


1000개가 넘는 댓글이 실시간으로 달렸고

나는 그 댓글을 보며 3시간 넘게 울었다.


좋은 곳이라는 것은 과연 있는 것일까?

후배가 말한 대로, 남은 사람들이 살기 위해 만들어낸 억지일까


내가 나중에 할머니가 되어 죽는다 해도

동생을 꼭 한번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순간 동생은 평안을 얻고 있는 중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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