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의 생일

미안해, 용서해줘, 고마워, 사랑해

by 온다





#1

오늘은 동생의 생일이다.

잠시 동생이 있는 곳에 들를까 어제부터 고민했지만

아이들을 돌보고 이런저런 일을 하느라 가지 못했다


아니, 사실은

이번이 세상을 떠난 뒤, 두 번째 생일인데

죽은 사람의 생일이라는 것이 무엇이 의미가 있는가 싶어

기일이나 잘 챙기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 동생의 평안을 기도하기 위해서

동생 생일 날짜에 맞춰 글을 올리기 위해

사진부터 올려본다.




#2

작년 동생의 생일에는

케이크와 커피를 한 잔 사갔다


동생은 생전에 무척 사랑을 받았던 사람이어서 그런지

생일이라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 것 같았다.

꽃다발이 몇 개 놓여 있었다.


고인의 생일을 챙기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

무척 고민하기도 하고

인터넷 상에서 물어보기도 했다.


사람들은 각자 의견이 달랐지만

결국엔 마음이 가라는 대로 하라는 말이 많았다.


그때는 생일을 꼭 챙겨줘야 한다고 생각했고

찾아가서 촛불을 붙이며 오랜 시간 머물며 펑펑 울었는데,


두 번째가 되었다고 벌써 이렇게

고인의 생일이라는 것이 덧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3

우리 자매는 20대 중반이 넘을 될 때까지

희망과 기댈 곳이라고는 서로 혹은 자신뿐이 없었다.

(그나마도 어릴 땐 사이가 좋지 않았지만)


내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서 동생의 수험생활 뒷바라지를 해주면서

동생과의 사이가 제법 좋아졌었다.


우리는 우리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공부를 열심히 하기도 하고,
아르바이트를 계속하기도 하고,

관련한 책을 많이 읽기도 했다.


그러다가 동생이 알려준 것들이 몇 가지가 있었다.

그중의 하나는 '호오포노포노'라는 것이었다.


그때는 무엇이든 지금보다 희망적인 삶을 살 수 있다면

상처 받은 우리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다면

종교를 갖지 못할지언정

좋은 것이라면 공부하고 상상하고 실천하는 것을 함께 나누곤 했다.




#4

'호오포노포노'는 고대 하와이에서 내려오는 문제 해결법으로

다음과 같이 네 마디를 반복하며 되뇌면서

무의식을 정화하는 것이라고 한다.

(설명을 해주는 곳마다 순서는 조금씩 달랐다)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용서하세요, 사랑합니다"


동생은 이것의 순서를 "미용고사"라고 내게 알려줬다.

"미안합니다, 용서하세요,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우리가 여러 가지로 생각을 나누고 책을 읽었던 것 중에

내가 생각하기에는 가장 이해가 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저 네 마디를 함으로써, 내 무의식이 정화가 된다고?

그러면 모든 문제가 해결이 된다고?


몇 번 시도하다가,

'이게 다 무슨 소용이냐, 이렇게 살기 힘든데'

라며 그만두어 버렸다.




#5

몇 년 전부터,

나는 동생과는 무관하게 명상을 조금씩 배우고 체험하게 되었다.


맨 처음에는 네팔에서 NGO단체에 근무하던 친한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가진 관심이었다.

이 친구는 매년 1회 정도 '위빠사나'라는 명상 프로그램에 참여를 하고 있는데,

그곳만 다녀오면 참 고되고 답답하고 힘들지만

자신 안의 독소 같은 것이 빠져나오는 느낌이라고 했다.


그 와중에 우울감이 있던 나는

상담사에게 '마음 챙김 명상'을 배우면

지금의 나를 좀 더 돌보고 잘 지내게 될 것이라고

명상을 배워볼 것을 권유받았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지나

제법 다양하게 많은 종류의 명상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때로는 혼자서 명상을 종종 하기도 했다.


한 달 전에는,

'고인을 위한 명복 빌기'를 주제로 하는

명상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날은

동생의 명복을 빌고, 또 기원하면서

동생에 대해 굉장히 많은 생각을 했다.


그때 떠오른 것 중의 하나가

동생이 10여 년 전에 얘기해준 '미용고사'였다.


명상을 하며 동생을 생각하다 보니 눈물이 많이 흘렀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계속 생각하게 되었다.


미안하고, 용서해줬으면 좋겠고, 이번 생의 인연에 감사하고 지금도 많이 사랑하고 있다는 것

모든 아픈 기억과 슬픈 마음 내려두고 해방이 되어 언젠가 만날 수 있기를

계속 되뇌며, 참 많이도 울었다.


오늘은 동생이 세상을 떠난 뒤,

두 번째 생일이다.





그렇게 마음이 아팠던 너를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언니가 되어서 품어주지 못하고 마지막까지 상처 주는 말을 해서 미안해
지켜주지 못하고, 끝까지 상처 준 나를 용서해줘
생전에도 내가 너에게 상처 준 모든 것들 부디 용서해줘
나의 동생으로 이 생에서 만나줘서 고마워
나에게 해줬던 모든 것들에 고마워
너를 많이 사랑하고 보고 싶어
열심히 잘 살다가
아빠와 너를 다시 한번, 꼭 만나고 싶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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