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심리부검센터 사망원인 분석과 유가족의 지원에 대해
#1
동생의 죽음 이후 자살 유가족에 대해 많은 검색을 해봤다.
내가 느끼는 이 감정들이 언제쯤이면 진정이 될 수 있는지
아니, 이 상태로 평생 살아갈 수 있기는 한 것인지
버티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자살에 대해서도, 자살 유가족에 대해서도 사실 많은 정보가 없다.
책이 쏟아져 나오는 시대에도 자살에 대한 책은 거의 없다.
그만큼 사회에서 금기시 되고 있으며,
혹은 유가족들이 드러내지를 원치 않는 듯 하다.
이건 사실, 어느 나라에서나 마찬가지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다는 것에 대해 관대함을 가진 곳은 거의 없다.
#2
그 중에서 많이 검색 되는 것은 '중앙심리부검 센터'였다.
우리나라의 자살율이 높기 때문인지, 국가 차원에서 설립한 센터다.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연구, 자살 유가족을 지키기 위한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안타깝게도 올해에는 중앙심리부검이 국가에서 지원하지 않고 민간 단체/재단에서 지원을 하는 듯하다.
재작년까지(2019)만 해도, 자살 유가족에게 심리상담 지원비도 지원해줬으나,
2020년 하반기부터는 정신의학과 진료비만 지원을 해주며, 이 조차도 점차 축소되는 듯 하다.
홈페이지의 도메인과 주체도 바뀌었다.
OECD 국가 자살율 1위 에서 잠시 내려왔기 때문일까? 아니면 일시적인 정책의 변경일까.
국가차원에서 이렇게 관리되고 있기 때문에 무척 감사했고 안심이 되었는데,
이가 축소되어 현 시점에서 많이 안타깝다.
국가 차원에서 다시 지원이 잘 되었으면 한다.
#3
위의 내용들을 각설하고, 내가 심리부검을 한 이유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사실은 아주 오래전부터 이 이야기부터 해야만 했다.
자살 유가족들의 큰 고통의 원인 중의 하나는 바로
why?
이다.
왜 죽음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나 하는 것이다.
이전 글에서도 썼지만, 진짜 죽고 싶은 사람은 죽고 싶다고 말하지 않는다.
죽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살고 싶다고 마음속으로 무척이나 크게 외치며 삼키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평소와 다름없이 생활하다 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많다.
심리부검이 그런 면에서 유용하다고 한다.
여러가지 케이스를 통해, 자살의 원인과 상황에 대해 수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어떤 성별/연령대의 사람이 자살을 선택하며
그 원인에 대해 무엇이 가장 큰지에 대해 보고서를 발행하고 있다.
사실 나는 내 동생의 죽음의 원인에 대해 상당히 많은 부분을 파악하고 있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결국에는 "내 탓이 90%이상이다" 라는 생각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심리부검을 받게 된 이유는 다른 유가족들을 만나고 싶어서였다.
어떻게 이런 상태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인지
하루를 벌벌 떨고, 잠을 잘 때 눈을 감는 것 조차 두렵고
살아 있는 매 순간 내가 살아남은 것이 죄인것 같은 그 느낌을 어떻게 안고 버틸 수 있는지
그것을 물어보고 싶었지만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병원비를 지원한다고 하지만
내가 기록을 남기고 싶지 않아서 건강보험이 아닌 진료를 하지 않는 이상
정신의학과 진료비가 크게 부담이 되진 않기에 그것이 주 목적은 아니었다.
(1회에 1~2만원선. 2~3주에 1회 간격)
#4
몰랐던 사실이고 알고 싶지 않았지만,
우리나라 지자체의 보건소에는 자살예방센터가 있다.
그곳에서는 자살 유가족에 대한 상담과 자조모임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를 지원받기 위해서는 심리부검을 진행해야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그것이 내가 선택한 이유였다.
심리부검신청을 한 것은 2020년 3월로 한창 코로나가 기승을 부릴 때였다.
막상 신청을 하고서도, 겁이 났다.
내 동생의 죽음의 책임에 내가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재확인하게 될 것 같아서였다.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미뤄졌다는 것에 대해 안도하기도 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8월에 약속이 잡혔다.
회사도 휴직하고, 이제는 정면으로 내 동생의 죽음에 대해 내가 마주해야한다 생각했다.
방문 날짜를 망설이는 나의 통화에 담당자는 그 이유를 물어봤다.
"동생의 선택이, 저 때문일 것 같아서요"
#5
2020년 8월의 무더운 여름날, 중앙심리부검센터를 방문했다.
상담은 2:1로 3시간 동안 운영 되었다.
그때는 그것이 무척 부담스럽고 놀랐는데,
이런 상담을 할 때에는 돌발 상황을 제지하기 위해 2인 1조로 상담을 진행한다고 한다.
한 분은 직접 대면을 하고 질의를 하며, 다른 한 분은 타이핑하며 녹음하고 정리를 한다.
상담은 그냥 무작위로 질문을 던지는 것이 아니다.
(아마도 오랜기간 연구해온 통계자료에 기반한) 인생 전반적인 문제에 대한 질문을 한다.
템플릿이 존재하며, 그 템플릿의 질문대로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주고받는다.
경찰에서 실종신고를 처음 접수했을 때와 다소 유사하다는 느낌도 받았다.
재정적인 문제, 가족 문제, 연인 관계의 문제, 직장에서의 문제, 건강에서의 문제
사람이 죽음을 선택하는 굵직한 이유라는 것이 몇가지의 카테고리로 묶어지는 모양이다.
3시간 동안 주어진 프레임의 질문지에 따라 예, 아니오로 대답하기도 하고
개인적인 사정들을 얘기하기도 했다.
그동안 꾹꾹 눌러왔던 감정들이 터져나왔다.
3시간 중에 2시간 반은 울었던 것 같다.
#6
이미 나는 동생의 죽음의 원인에 대해 많이 알고 있었고,
중앙심리부검센터의 담당자분도 그것에 대해 짚어주셨다.
내가 원했던 것 처럼 죽음의 원인이 나에게 있지 않다는 그런 말은 없었다.
심리부검은 정확한 원인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마도 정확한 원인을 파악했어도 유가족에게 그대로 모든 것을 전달 안할 수도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고인의 삶과 힘듦에 대해 살펴보는 것에 의의가 있는 것 같다.
경찰에서 실종신고 접수를 받을 떄와 마찬가지인 것으로 보아
몇 가지 죽음의 원인들에 대해 통계적으로 답을 이미 내어놓고,
그것에 신뢰를 더하는 새로운 정보수집 대상이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에 내가 지원받을 수 있는 것은 지역 자살예방센터의 프로그램 연계
유가족 지원 프로그램 지원 등 이었다.
심리부검 이후 건들고 싶지 않았던 내면의 깊은 곳을 건드렸던 탓인지
괜찮냐고 전화가 한 통 왔다.
저 때문이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저를 위해서, 제 친구, 제 지인이 아니라
저를 위로하기 위한 말이 아니라
저 때문이 아니라는 말이 듣고 싶었어요.
상담사분은 나의 말 때문인지 강조를해서 말했다.
"전문가인 제가 봤을 때, 언니 분 탓이 결코 아니예요. 언제든 힘들면 이 번호로 연락을 주세요"
맑은 하늘의 평일 오후였다.
나는 괜찮지 않았다.
#7
그 뒤로도 나는 나 때문이라는 죄책감에 많이 힘들었다.
다시 그분에게 전화를 걸 일은 없었다.
어떤 말을 할지 이미 알았기 때문이다.
#8
심리부검을 하면서 마지막 설문에 예 아니오로 답하는 질문이 있다.
그 중에서 두 가지가 기억에 난다.
1) 유명인의 자살이 고인에게 영향을 미쳤을 거라 생각하십니까?
2) 자살에 대한 뉴스의 보도가 고인에게 영향을 미쳤을 거라 생각하십니까?
1년이 넘었는데도 정확히 기억이 난다.
그 동안은 모르고 있었다.
자살이라는 것이 우울증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지
그리고 그것은 얼마나 큰 상처를 남기고 가는지
나는 저 위의 질문 두개에 모두 예, 라고 대답을 했다.
실제로 그러하다.
각 종 언론과 미디어에서는
유명인과 연예인, 각종 사건들의 자살에 대해서 좀더 신중하게 다뤄야 할 책임이 있다.
자주 노출이 될 수록, 어리고 마음이 여린 사람들에게는 이런 소식들이 이렇게 다가가기 때문이다.
죽음이라는 것이 무섭고 두려운 것이 아닌 삶의 또 다른 선택지인 것으로
#9
나의 심리부검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난 아직도 생존을 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고,
나의 몸부림이 언젠가 누군가에게 희망으로 닿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