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고 싶은 무형의 유품에 대해
#1
사람이 세상을 떠나고 나면
슬퍼할 새도 없이 유족들에게 수많은 선택지가 파고든다.
경찰서의 조사에 임해야 하며,
시신의 확인도 이루어진다.
어느 장례식장일지에 대해 정하고 나면,
시신의 인도에 대해서도 그 밖의 수많은 문제와 부딪힌다.
장례식장에 들어가자마자 굉장히 조심스러운 얼굴로 여러서류를 들이밀었다.
꽃은 어떤 것으로 할지,
음식은 어떻게 할지,
호실은 어떻게 할지 사인을 해야 한다.
그 차례가 끝나면 사진기사가 와서 영정사진으로 쓰고자 하는 것이 어떤 것이 있는지 묻고 사진을 받아간다
그 이후로도 끝이 없다.
계속해서 상복의 사이즈는 어떻게 할 것인지
관례에 따라 장을 어떻게 치를 것인지
장을 지낸 뒤, 어느 곳에 안치할 것인지
계속해서 서류가 오가고 사인을 해야한다.
그 속에는 항상 유족을 배려해야한다는 마음이 있어서인지
상당히 조심스럽고 침울하게 다가와서 조용히 사인 서류만 받아가곤 한다.
#2
집에 돌아와 경찰이 보내준 동생의 유품을 받았다.
사건 현장에 있던 유품에는 핸드폰이 있었다.
나는 그것을 차마 켤 용기가 없어 꽤 오래도록 방치했다.
#3
동생이 썼던 블로그
그것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10여년 전에 내가 한번 해보라고 가볍게 말했던 블로그
(정작 나는 하지 않았지만)
동생은 열심히 했다.
차곡차곡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채워나갔다.
문득 그 블로그가 생각이났다.
많은 생각과 경험과 동생의 추억이 담겨있는 무형의 디지털 자산
그것을 남길 수 있을까?
애석하게도 여러방법으로 찾아봤지만 현재로써는 이것이 유산으로 인정이 되지 않는 모양이다.
자연스럽게 휴면계정이 되고 삭제가 되는 그런 절차를 밟을 수 밖에 없다는 내용만 보게 되었다.
그래서 동생의 핸드폰을 살렸다.
동생의 모든 흔적 남기고 싶었다.
열심히 살아온 치열한 생각과 고민, 경험과 열정의 흔적들
#4
지금도 이따금씩 들어가본다.
휴면계정이 되지 않기 위해.
애써 살려둔 핸드폰을 통해 한번씩 잊지 않고 로그인 한다.
이것이 얼마나 유지가 될 수 있을까.
가치가 있을까.
동생의 피와 땀이 들어간 유산
이것을 나는 남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