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들을 버리지 못한 이유에 대해
#1
내 동생은 꽤나 검소한 편이었다.
아주 어릴 때부터 꽤나 철이 들었기 때문이다.
몇 정거장 정도는 그냥 걸어가는 편이었다.
그 아낀 버스비로 동생은 하고 싶은 것을 하나씩 겨우 해왔다.
꽤나 좋은 회사를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그 검소한 생활을 이어갔다.
나는 그런 동생이 부러웠다.
나는 오늘을 사는 사람이었기에 돈을 모으지 못했으니까.
#2
지금 얼마나 돈을 모을지보다는 중요치 않았다.
그동안 힘들게 살아왔고, 아빠처럼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인생
지금 순간이 소중하다고 생각했다.
비싼 명품같은 것 그런것에 돈을 쓰지 않았지만
그만큼의 가격만큼 하찮은 것에 돈이 줄줄 새 나갔다.
그렇게 같은 환경 속에서 살아왔지만, 다른 자매였다,
#3
동생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고 나서,
엄마는 더이상 그 집에 살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틈이 나는대로 집에 가서 동생의 짐을 정리했다.
어느 것 하나 버리고 싶지 않았다.
동생은 GOD와 Day6라는 가수의 팬이어서
이것저것 굿즈와 관련 사진들을 잔뜩 모아놓았다.
나와 관련이 없었지만 동생의 소중한 물건이라 생각해서 다 추억의 상자에 담았다.
아쉽지만 동생의 노력이 가득 담긴 전공책 같은 것들은 버릴 수 밖에 없었다.
신발들도 모두 버렸다.
하지만 왜인지 모르게 나는 동생의 흔적을 최대한 지키고 싶어서
남길 수 있는 모든 것을 남기기 위해 노력했다.
동생이 썼던 일기라든가 핸드폰, 수많은 블로그와 SNS에 남겼던 글들
그 모든 것들을 남기기 위해 노력했다.
죽은 사람의 물건을 쓰면 재수없다고 생각할까?
아니, 나는 동생의 물건을 잘 쓰고 싶었다.
그것으로 좀더 동생을 느끼고 싶었다.
오늘 입었던 코트도 동생이 줄곧 입던 코트다.
남편은 그런 나를 못마땅해 했다.
동생을 떠올리면서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그것을 단호히 끊고 앞을 향해 나아가기를 바랐다.
나도 그것이 속절없는 행동들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아주 조그만 추억이라도 그냥 그 모든 것을 붙잡고 싶은 마음이 항상 있다.
조금이라도 더 이해해보고 싶다.
동생의 아픔, 동생의 삶, 동생의 사람들
동생이 좋아했던 것.
우리는 꽤 다른 사람. 다른 성향이라 생각했는데
동생의 서재에 꽃힌 책들이 내가 산 책들과 내가 읽었던 책들과 비슷해서 책을 붙잡고 운 적도 있다.
#4
어느 날이었을까,
동생의 짐들을 잔뜩 내 방으로 옮겨 놓은채 제대로 살펴보지 못한채 지나가는 날들이었다.
봄이 오는 중이었다.
청소를 하는 와중에 동생이 쓰던 화장품이 나왔다.
동생은 좋은 회사를 가고서도 항상 가장 저렴한 제품을 쓰곤 했었다.
그러다 좋은 화장품들이 몇 개 나왔다.
생각하고 생각해서 샀을 것이었다.
아끼고 아껴서 어쩌다 중요한 날에 썼을 것이었다.
나는 그 아이섀도우를 열어보고 펑펑 울었다.
많은 것을 생각하고 샀던 곱고 소중한 물건들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떠나버렸다.
#5
동생의 물건들은 여전히 내 방에 있다.
이따금 나는 동생의 옷을 입는다.
동생이 썼던 물건들을 쓴다.
물건 이라는 것에는 사람의 영혼이 깃드는 것일까?
궁금하다.
다만 기억하고 싶다.
동생이 소중히 여겼던 것들 나도 소중히 여기고 잘 쓰고 싶다.
보고 싶고,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