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싶다, 그립다고 건강하게 표현할 수 있기를
#1
자살의 장례는 보통
간소하게 조용히 치뤄지곤 한다.
아주 오래전부터 금기시 되어 왔던 단어 인 것 같기도 하다.
다들 아주 조심스럽게 수근대고
막상 그런 사람이 주변에 생겼을 때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피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첫번째 이유는,
아버지의 쓸쓸한 장례식처럼 동생을 보내고 싶지 않아서였기 때문이었다.
장례지도사님께 "자살이기 때문에 1일장으로 마무리 지어야 하나요?"
라고 물었을 때, 보통은 그렇게들 하지만 상주가 원하는 대로 하면 된다는 대답에
3일장을 치뤘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좋은 장소에서
많은 사람들이 올 수 있게 부고를 최대한으로 알리고
동생의 가는 길이 허전하지 않도록
(그것이 고인에게 정말 허전하지 않은 길인지는 알 도리가 없다만은)
최선을 다 했던 것 같다.
두번째 이유는,
도움을 받고 싶어서였다.
정말 하루 매 순간이 고통스러웠고 헤어나올 수 없었다.
내가 죽음에 이르러야지만이 끝날 고통일 것 같았다.
하지만 나에겐 아이들이 있었다. 아이들에게 같은 상처를 남기고 떠나면 안되는 것이 아닌가
내 마지막 일말의 책임감이 생존의 말을 내뱉게만들었다.
동생의 사인을 궁금해하던 사람들에게 가감없이 사인에 대해 말해줬다.
그래서 나는 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에 배려를 받고 싶다고 도와달라고
친구, 직장, 상담사, 병원 될 수 있는 모든 사람을 찾아 얘기를 하곤 했다.
나도 사실은 숨기고 싶었다.
불쌍한 사람으로 비춰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2
얼마 전, 우연히 나혼자 산다의 '샤이니 키' 님이 나온 편을 보게 되었다.
쉽지 않은 이야기였을 것 같다.
더더욱이나 연예인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에서 그 말을 한다는 것이.
하지만 무척 고마웠다.
금기시 되는 분위기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나를 너무 불쌍하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일을 받아들이고, 내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
#3
자살 유가족이 되고 나서 안 사실인데,
생각보다 내 주변에는 자살 유가족이 많다.
내가 친밀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만 벌써 3명이다.
그들도 한 명을 제외하고는
10년이 다 지나고서야 내가 같은 일을 겪은 것을 알고
술자리에서 슬쩍 말을 하거나
아직까지도 숨기고 있기도 하다.
내가 아는 친밀한 사람만 해도 벌써 3명인데
우리 사회에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유가족들이 있는 것일까?
자살 유가족이 일반 사별자의 유가족보다 힘든 이유는
자신이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가가 되기 때문이라는 글을 책에서 읽었다.
어쩌면 나의 책임이 더해졌을지도 모르는 가해자인 동시에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마음에 장애와도 같은 충격을 욉게 된 피해자가 되는 것이다.
사실 이런 일을 극복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외국에서는 자살 유가족을 두고 'Suicide Survivor'라고 부른단다.
#4
금기어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생명을 가벼이 여기자는 것이 아니라
남은 사람들이 주변의 충분한 도움을 받고
충분히 마음을 표현하면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날들로 점점 바뀌어 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