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탓이 아님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래도 내 탓일 수 있겠지만

by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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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그날 그렇게 문자를 보낸 제 탓이겠죠?"
"그 문자 때문이 아니더라도, 제가 그동안 못 알아채고, 못 품어준 탓이겠죠?"



납득이 가는 답을 들을 때까지

빈도는 줄어들었지만

2년 가까이 묻고 다녔다.





#위로1


나의 오래된 지인들은 내 편이다.

가족과 친구, 상담사님들

나의 삶을 오래도록 지켜본 모든 사람들은


나의 편이다.

나는 할만큼 했다. 라고

그 누구도 너만큼 가족을 위해 살 수 없었을 거라고


서른이 넘어서

각자의 삶을 삶대로 살아가는 것이지

어떻게 아이셋을 키우는 가정의 어머니로써

동생까지 품을 수 있겠느냐

라든지


20대 때 동생과 엄마를 위해

돈을 벌고 학업을 도와줬던

그 푼돈이

푼돈이 아닌 피땀눈물인 것을

상기시켜 준다든지


그런 것들이었다.

몹시도 따뜻했지만,

단지 나를 위로하기 위해

나의 편을 들어줄 뿐이라는 생각에

진정이 다소 되지는 않았다.


그래도 나의 탓이라는 것은

다만 체념했을 뿐이지

나의 탓이 없다고 받아들이는 데에 도움이 된 것은 아니었다.




#위로2


제법 차갑게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약간의 영향이 있을 수는 있지"

라든지,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심리검사를 받았을 때,

심리검사를 하는 사람이 되물어본 것이었다.

"그걸 왜 저에게 물어보시는거죠?" 라고


자신이 나의 탓이라고 하든

나의 탓이 아니라고 하든

나는 그 답을 들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 말을 해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고


자신도 모든 것을 알 수 없다고 했다.




#위로3


정말 단호하게 말했다.


너는 너의 삶을 사는 것이고

그래서 너의 삶을 책임지는 것이고


동생은 동생의 삶을 사는 것이고

그래서 동생은 그런 선택을 한 것이고


그것은 별개야.

누구의 탓도 아니야


각자의 삶을 책임지며 각자가 살아가는 거야


모르겠다.

나는 동생과 엄마의 보호자라고

나도 모르게 생각하며

긴 세월 생각하며 살아갔기에


그 말 또한 무척 매정하게 들렸다.


여담으로, 무당도 그리 말했다.

단호하게 죽은 이를 그리워하지도 말고

쳐다보지도 말고 단호하게 잊고 살아가란다





#마지막 대답


예전에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는 것 같다.


의사에게 가장 골치아픈 사람은

자신이 약간의 지식이 있어서

의사의 말을 곧이 곧대로 듣지 않는 사람이라고


내가 그랬다.

친구의 말도

상담사의 말도

정신과 의사의 말도

심리부검센터의 말도


다 믿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자살예방센터의 상담사님을 만났다.


왜 내 탓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요?

라는 말에 상담사님이 답했다.



자살을 실행하게 되는 건
이미 그 마음속에 그 생각만으로 가득찼기 때문이에요.

노을이 져서,
갑자기 바람이 부러서
갑자기 음악을 듣고

문득 슬퍼져서
무서워서
화가나서

그 어떤 것이 이유가 될 수도 있고
이유가 될 수가 없기도 해요.

그것은 알 수 없는 것이죠


그 말을 듣고 돌아와서

그래, 그렇구나

라고 생각했다.


남편은

"네가 이제는 받아들일 마음과 상태가 되어서 그런 것 같아"

라고 하지만,


나름대로 수많은 유족들을 만났고 연구를 하셨을 그 분의 신뢰에

무거움이 조금이나마 덜어졌다.





#바꿀 수 없는 것


- 주식을 그때 샀더라면

- 코인을 그떄 시작했더라면

- 집을 샀더라면


최근에 많이들 하는 후회같다.


하지만 현재의 이 시간을 모른채

다시 그 과거로 돌아간다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슷한 선택을 했을 것이다.


나 역시도 그렇다.

계속 동생과 사이가 소원했을 것이고

내가 걱정이 되어 연락한 것을 동생은 싫어했을 것이다.


그렇게 지켜냈다 하더라도

지금의 결과와 생활이

다른 선택보다 좋아질 수도 나빠질 수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나비효과>라는 영화를 봐도

<이프온리>라는 영화를 봐도 그러하다


지나간 일은 되돌릴 수 없다.


과거의 나는

내 나름의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했고,

내 동생의 내 동생의 상황에서 가장 괴로운 선택을 했다.


그녀가 평안하기를 바라고 또 바라고 기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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