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약이 도움이 될까요?

됩니다. 그리고 본인의 노력도 필요합니다.

by 온다
에바.jpg


#1

<정신건강의학과>라는 병원 이름이 아직도 사람들에겐 낯설고 두려운 존재인 것 같습니다. 가끔 지나친 불면을 호소하거나, 불안과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는 상태가 오래 지속될 때, 그리고 우울감이 오래도록 지속될 때 저는 주저 없이 꼭 병원에 가보라고 합니다. 그러면 십중팔구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나는 약을 먹을 정도는 아니야


굉장히 쉽게 본인을 우울증이라 진단을 내리면서도, 약을 먹을 정도는 아니라도 또 스스로 처방합니다. 그리고 그 상태가 지속되죠. 그 상태가 지속되는 것은 가족이 있다면 가족에게도 상당히 영향을 미칩니다. 자신을 괴롭히는 물리적인 상황이 실제로 해결이 바로 되는 것이 아니라면 그 상태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2 다음은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에서 말하는 우울증에 대한 내용입니다.


사람들은 우울증에 대해 많이 오해한다. 우울감은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올 수 있는 흔한 감정인데, 그런 날이 조금만 잦아져도 자신이 우울증에 걸렸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우울증이라는 진단을 쉽게 내리는 것이다.


우울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우리는 그 종류를 무시하고 통틀어 우울증이라고 부르는 것에 익숙하다. 그래서 '아, 이정도로 우울하면 우울증이겠구나'하고 혼자 진단을 내린다. 그래서 우울증인 친구에게 너무 가볍게 조언하는 실수를 하기도 한다.

"규칙적으로 운동하면 우울증에 좋대"


틀린 조언은 아니다. 그러나 의지로 이겨내야 한다고 쉽게들 말하지만 의지가 도무지 생기지 않는 것이 우울증이다. 우울증 환자들은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는 것조차도 전쟁을 치르듯 힘들어 한다. 우울증의 고통은 겪어본 사람만이 안다.

경증의 우울감과 우울증 증상은 완전히 다르다. 우울감의 경우에는 대부분 기분이 우울해진 명확한 이유가 있다. 그러나 우울증에는 이유가 없는 경우가 많다. 또한 우울감을 느끼는 날에는 기분 전환도 가능하다.

우울증 환자의 세계는 완전히 다르다. 기분이 몹시 가라앉아 아무런 의욕도 생기지 않는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지도 않고,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기도 싫다. 누구도 자신을 도와줄 수 없다고 생각하고 아무런 희망을 못 느낀다.




#3

약이 도움이 될까에 대해 생각을 오랫동안 해봤습니다. 저 역시도, 상담을 오랜기간 받은 뒤 상담사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 정도는 아니지, 약에 의존하고 싶지 않아, 스스로 극복할 수 있어'라는 생각 등으로 오랜 시간 미뤄왔거든요.


동생의 죽음 이후 2년 정도 약을 복용했고, 요새 꽤 잘 지내고 있습니다. 오히려 유년시절이라든가, 그 어느 때보다도 평온하게 잘 지내는 것 같습니다.


제가 복용하는 약의 종류는 크게 3가지 입니다. 수면유도제, 항 우울제, 불안을 줄여주는 약.


처음에 약을 먹게 된 것은 동생의 죽음 이후 밤이 오고 잠을 자는 것이 너무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꿈에서 동생이 찾아와 "언니 때문이야"라고 죽었을 떄 모습 그대로 저를 찾아올 것만 같았고 그 외에도 여러 악몽들에 시달릴 것 같아서 잠을 자는 것이 두려웠습니다. 밤이 되면 떠오르는 수많은 슬픔과 자책의 생각과 감정들. 그 감정 속에서 한 호흡 숨을 쉬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뭐가 되었든 무조건 제대로 된 수면제를 꼭 먹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처음에는 사실 별 도움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습니다. 다만 잠을 드는 것에 있어서만큼은 확실히 도움이 되기 때문에, 아무 생각없이 잠에 드는 그 순간을 위해 꾸준히 복용했습니다. 그러고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니 점점 밖을 나갈 수 있는 힘이 생기던군요. 좋은 날씨를 보며 '날씨가 좋다'라고 생각을 할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책도 드라마도 볼 수 없었는데, 재밌는 드라마는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병원에 가게 되면 의사가 가장 먼저 물어보는 것이 수면과 먹는 것입니다. 수면이 참 인생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 같습니다. 약을 먹으면서 잠을 규칙적으로 바로 들고, 잠의 질이 높아지다보니 안개가 껴있는 것 같은 머릿속이 점점 맑아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생각해보니, 저는 아홉살 정도부터 불면증이 있었습니다. 아빠의 가정폭력과 알콜중독, 엄마의 기대 등으로 인해 아홉살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나중에 집안을 이끌어갈만큼의 능력에 못미치는 사람이 되어 가족을 부양하지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에 매일 밤 시달렸습니다. 나를 만난 부모에게 미안하고, 나를 언니로 만난 동생에게 미안하고. 내가 너무 못나서 가족들이 그래서 저 때문에 힘든 것 같아서 늘 비난하고, 자책하는 삶을 살아왔죠.


하지만 꽤 어릴 때부터 그렇게 평생을 살아왔기 때문에 원래 모든 사람들이 이 정도의 불면증은 있는 줄 알았습니다. 아니, 불면증이라는 단어를 아예 모르고 원래 그렇게 태어나서 모두들 살아가는 줄 알았습니다. 20대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머리를 대자마자 바로 잠에 든다'라는 말을 듣고 신기했던 기억이납니다. 항상 새벽 3~4시에 잠들어 빠르면 6시 늦으면 8시에 일어나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모든 일이 피곤하고, 매사가 짜증날 수 밖에 없지요. 그나마 체력이 좋아서 운동을 좋아해서 그동안 겨우 버텨온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무튼 이렇게 잠을 잘 자는 것이 중요합니다. 잠을 잘 자는 것만으로도 체력뿐만 아니라 감정도 에너지가 많이 채워집니다.




#4

항우울제에 대해서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수면제처럼 즉각적인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라 혈압약처럼 꾸준이 일정수준 복용을 했을 때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라 합니다. 항우울제를 먹는 것이 굳이 먹어야 할까 하고 먹지 않다가, 자꾸 먹지 않게 되니 밤에 잠들기전에 같이 먹을 수 있도록 약을 포장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 약을 먹으면서 점점 좋아졌는지에 대해서는 스스로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그냥 이제는 약을 슬슬 그만 먹어야할 떄가 온 것같다고 말했고, 바로 그만 먹는 것 보다 양을 줄여보자고 해서, 양을 줄였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2~3일 뒤, 기분이 확연히 떨어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큰 일이 아닌것에 지나치게 슬퍼하고 실망하고 화를 내는 내 모습을 스스로도 느꼈고, 남편도 느꼈습니다.


아마도 부작용이 있다면 이 부분이 부작용이 아닐까 합니다. 실제로 기분을 어느 정도 끌어올려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흐름이 갑자기 바뀌었을 때 감정의 기폭이 심해지고, 그 감정의 기폭에서 끝없이 하락하는 순간, 주변에 아무도 없다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도 얼마 전에 알게 된 분의 할머님이 우울증 약을 2주정도 거부하시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셨다고 합니다.


우울증약이 자살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왜 부작용이 있는지에 대해 늘 궁금했는데, 약 자체의 성분이 문제라기 보다는, 갑자기 용량을 줄이거나 중단하면서 감정이 기폭이 심해질 때 문제가 되는 것이 부작용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고, 의사를 신뢰하면서 자신이 정말 괜찮아질 때까지 용량을 서서히 줄여간다면 안전하게 치료가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5

불안약은 공황장애인 분들이 처방받는 약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공황증상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 듯 한데, 저는 가슴이 좀 심하게 답답하고 조이는 느낌과, 숨을 의식해서 크게 쉬어야 한다든지. 너무 짜증과 분노가 차올라서 기분을 주체할 수 없다든지 하는 증상들이 있었습니다.


공황 증상이 지속적으로 계속되어 생활이 지장이 되는 수준이 될 때 공황장애라고 진단을 한다 합니다. 저는 공황장애는 아니지만 가끔씩 힘들 때 한번 씩 먹곤 합니다. 일시적이고 즉각적인 도움이 되는 편입니다.




#6

우울증의 증상 중의 하나가 <집중력>이라고 합니다. 동생의 장례를 치르고 3주간의 쉼을 가지고 회사에 복귀를 했는데, 글자 하나 읽기가 매우 힘들었습니다. 상담사에게 이야기를 해보니, 우울증 증상 중의 하나라고 하더군요. 우울증을 겪는 학생의 갑자기 성적이 급격하게 저하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면서요.


주변에서 많은 배려와 이해를 해줬지만, 그래도 돈을 받으면서 다니는 회사인데 이렇게 계속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나는 둘째치고 아이들을 위해서는 돈을 벌어야하고, 회사에서 일상생활이 가능해야 합니다.


의사선생님에게 말을 했더니, 집중을 일시적으로 끌어올리는 약을 처방을 해주셨습니다. 지금은 먹고 있지 않지만, 너무 심하게 무기력한 날에 한 알 먹고, 심호흡하고, 하나의 일에 집중해서 그것을 끝내는 것을 목표로 지내왔습니다.


그간 몰랐던 것에 대해 알게되었습니다. 어떤 일을 하든지간에 '에너지'라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것은 체력적인 것이 될 수도 있지만, 정신적인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울증이 심한 사람은 그 에너지가 바닥이기 때문에 아주 간단한 것도 집중해서 해낼 수가 없는 것이죠.


정말 몰랐습니다. 내가 그렇게 많은 것을 해왔다는 것을. 그동안 어떻게 해왔는지 신기할 정도로. 그래서 모든 사소한 일상생활의 일에 에너지 점수를 매기게 되었습니다. 오늘 나는 이만큼 에너지를 소진했으니 더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 라고 매일매일 계산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에 대해서는 다음 이야기에서 좀더 깊게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7

다시 결론으로 돌아와서 말씀을 드리자면, 우울증 약은 확실히 도움이 됩니다. 본인의 증상과 힘듦 정도에 따라 올바르게 처방을 받고 올바르게 복용을 한다면 말이죠.


하지만, 약 하나로만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노력들이 수반되어야 합니다. 내 자신을 챙기는 법부터 어린아이가 된 듯이 돌아가 다시 알아가야 합니다. 나에 대해서 잘 알고, 나에 대한 자비심을 갖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런 일들을 해나가는데 저에게 도움이 되었던 것은 상담, Full Batery 검사, 미술치료, 명상. 심리학 책 등이었습니다.


물론 상담이나 치료에는 돈이 들지만, 찾아보면 무료로 혹은 지역 봉사의 개념으로 저렴하게 이뤄지는 곳이 꽤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거늬 모든 보건소에는 '정신건강센터'가 같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조건이 맞으면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치료하는 비용을 일정 부분 부담해주기도 합니다.


세상 밖으로 나가고 싶다면. 사실은 죽고 싶은 것이 아니라 이렇게 사는 것이 힘들어서 내 삶을 바꿔보고 싶다면, 약이든 상담이든 명상이든 책이든 그 어떤 것이든 많은 도움을 구하고 알리세요.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볼까봐, 약하게 볼까봐 걱정하지 마세요. 그런 것들 모두 10년만 지나도 기억 못하는 것들이 90%이상 입니다.


도움을 구해야 합니다. 나는 너무 아프고 힘든 사람이라고. 마음이 아픈 것도 몸이 아픈것과 하등 다르지 않습니다. 소중한 사람을 지켜야 한다면, 더욱 이런 도움을 적극적으로 요청하셔야 합니다. 내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붙잡아 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마음이 아프고 힘든 분들이, 이 글을 읽고, 삶을 조금만 더 평안하게 경험하며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며...

















keyword
이전 17화내 탓이 아님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