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행복하면 된다

나중은 그때가서 생각하면 된다.

by 온다


#1

한 달 전부터 예정되어있던 가족 모임. 산 속 깊은 곳으로 자꾸만 들어갔다. 이곳에서 어떻게 하루를 보내나 걱정과 긴장, 짜증이 가득했던 터였다. 안그래도 막히는 곳인데 굳이 이렇게 토일 일정으로 다녀가야 하나? 아이들은 괜찮을까? 나는 괜찮으려나. 별 걱정이 다 되는 것이었다.


깊은 산골짜기의 숨어있는 집이 있었다. 집은 허름하고 오래되었으나, 꽤 쾌적한 곳이었다. 텐트를 치고 하나씩 주섬주섬 준비를 해 나갔다. 시간이 지날 수록 마음도 점점 편안해지고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주변의 모든 것이 초록이었다. 파란 하늘에 구름이 천천히 지나고 있었다. 맥주 한 캔을 따고, 캠핑의자에 앉아 기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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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안녕"

이라는 비석이 있었다.


처음엔 몰랐는데, 이곳의 주인이셨던 분인데 작년에 돌아가셨다고 했다. 아내분과 따님이 함께 어울렸고, 우리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깊은 산골짜기에 조용하고 깨끗한 집을 만들고, 그곳에 사람을 초대하고 좋은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집 한가운데 걸렸던 사진. 온화하고 기분좋게 웃음을 짓는 아저씨. 그 분이 이곳의 주인이었던 것 같다. 죽어서도 모두 안녕, 이라며 사람들과 함께하는 마음으로 남아계신 느낌이다. 아저씨의 유지였을까, 가족 분들의 센스였을까. 뭉클하면서도, 기분이 좋아지고 스며들고. 참으로 좋은 분이셨고, 좋은 삶을 살다 가셨던 것이 아닐까 감히 짐작하게 되었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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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이 채 되지 않게 머물렀지만, 매 순간 순간 하늘을 바라보고 흔들리는 나뭇잎을 보고, 구름을 천천히 바라봤다. 이런 시간이 꽤 오랫동안 없었던 것 같았고, 이런 공간을 만든 사람에게 자꾸만 관심이 생겼다.


공간을 계속 바라봤다. 구석구석. 화이트보드 한 구석에 이런 말이 적혀있었다.


영원히 있지 마라.
지금이 행복하면 된다.
나중은 그때가서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서 밖을 나가 찬찬히 살펴보니, 고인돌같이 넓은 돌 상판 위에 적혀있었다.


지금이 행복하면 된다.



이 말이 자꾸만 맴돌았다. 지금이 행복하면 된다.




#4

자세한 속사정은 모르지만 꽤 멋진 삶을 살아간 분이 아닐까 했다. 가족들이 사랑하는 남편이자, 아버지이자, 할아버지였고, 지인들과의 추억도 많은 장소였을 것이다. 돌아가시고 나서도 지인들의 지인들까지 찾아온다. 모두가 감사해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삶과 죽음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나에게 무슨일이 있었든 지금에 감사하고 행복할 수 있다면 그걸로 지금만큼은 정말 된 것 같다. 감사하다. 아빠와 동생이 나를 지켜주고 있음을 이따금씩 느낀다. 그들이 여리고 착한 마음으로 이 세상을 힘들게 살아가고, 그래서 떠나버렸지만. 이제라도 평안하면 그 모든 아픔이 너무 슬프지만 않게 용서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죽더라도 이렇게 사람들이 나의 공간에 찾아와 좋은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참 멋진 일인 것 같다. 나도 나중에 여유롭게 살게 된다면, 이렇게 남은 가족들과 나의 친구들을 위해 좋은 말을 남기고 행복한 시간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을 꼭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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